이영철, “머리말”, 『(조선아동문고)백설공주−끄림동화집』, 정음사, 1948.4.20. (불수록)
새는 즐겁게 노래합니다.
고기는 물속에서 뜁니다.
꽃은 곱게곱게 핍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입니까?
이런 자연 속에서 순진하게 자라나는 어린이는 귀엽습니다.
더욱이 산 좋고 물 맑은 우리 강산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는 참 귀엽습니다.
우리네의 어린이, 그들에게 흥미, 희망, 감격을 주고 생활의 반성을 주고, 따라 의지를 굳게, 감각을 깊게,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세계 어린이의 경전(經典)으로 알려진 『끄림동화집』,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 열 편을 골라 이 책을 꾸몄읍니다.
이 열 편 동화에는 슬기로운 사람, 착한 사람, 쾌활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욕심 많은 사람, 악독한 사람, 교만한 사람, 학대받는 사람, 임금, 왕자, 왕후, 공주, 평민, 일군, 도독놈, 여우, 토끼, 나귀, 염소, 개, 이리, 고양이, 닭, 부엉이, 비둘기, 나무, 돌, 삼림, 호수, 꽃, 새들이 다 각각 자기 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이 모든 것을 접촉함으로 말미암아 얻는 바가 커서, 협동적 정신, 순결한 생활, 미의 세계를 호흡하며 즐겁고, 새롭고, 씩씩하고, 참된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끝으로 이 『끄림동화집』을 지으신 분은 사이좋은 형제로서, 언니는 야런・끄림(4785∼1853)이고, 아우는 윌헬름・끄림(1786∼1859)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말 번역은 영어로 번역된 책을 토대로 하였음을 말씀드려 둡니다.
1948년 4월
이 영 철 (이상 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