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콘크리트 벽, 주차장 바닥이 배터리 된다
MIT 연구진, 시멘트·탄소가루로 고용량 축전지 개발
주택 기초에 들어가는 콘크리트로 연중 전력 제공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3.08.01 07:39
슈퍼 커패시터 시멘트에 전기가 통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 전기 시멘트로 주택 기초를 만들면 하루 종일 가전제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MIT.
주차장에 전기자동차를 세워두면 바로 중전이 된다. 집에서는 벽과 바닥이 하루 종일 전기를 제공한다. 만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집과 도로를 만드는 시멘트가 원할 때마다 전기를 제공하는 배터리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토목환경공학과의 프란츠-요제프 울름(Franz-Josef Ulm) 교수 연구진은 1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시멘트와 탄소 입자로 가정과 도로 어디서나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저렴한 전력 저장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시멘트와 검은색 연료로 축전기 구성
MIT 연구진은 이른바 ‘슈퍼 커패시터(super capacitor)’라는 불리는 초고용량 축전지 기술을 이용했디. 기존 이차전지는 음극과 양극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전기를 띤 이온이 생기고 이들이 전해질을 통해 이동하면서 충·방전이 일어난다. 슈파커패시티는 그보다 단순화된 배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기를 띤 이온은 전해질에 있고 양쪽은 전기가 통하는 판이다. 충전되면 전해질에서 양전하를 띤 이온은 한쪽 판에 축적되고 음전하를 띤 이온은 다른 쪽에 쌓인다. 전도성 판에 전선을 연결하면 원할 때 전기를 쓸 수 있다.
연구진은 시멘트에 전기가 통하는 탄소 입자를 넣어 두께 1㎜, 폭 1㎝인 단추 크기의 슈퍼 커패시터를 만들었다. 그 사이에 염화칼륨과 물을 넣은 전해질 막을 끼워 샌드위치 구조를 만들고 밀봉했다. 전선을 시멘트 판에 연결하자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연구진은 “시멘트 배터리는 1만번 이상 충·방전 기능을 유지했다”며 “이는 이론적으로 27년 이상 태양광 발전 주택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슈퍼 커패시터는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충·방전 효율도 높다. 관건은 전력 저장량을 좌우하는 전도성 판의 표면적이다. 수십 년 동안 도로, 건물에 쓰는 콘크리트나 자동차와 항공기 동체에 사용되는 탄소 복합재처럼 표면적이 넓은 구조물에 슈퍼 커패시터를 통합하려고 시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콘크리트의 주원료인 시멘트가 전도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곳에서 탄소 원자들이 벌집처럼 연결된 그래핀이나 다발 형태로 말린 탄소나노튜브를 시멘트에 넣어 슈퍼 커패시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는 전도성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대량 생산도 어렵다.
연구진은 같은 탄소지만 가격이 저렴한 탄소 분말인 카본 블랙(carbon black)을 썼다. 카본 블랙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검은색 염료로 사용하고 있어 가격이 싸고 대량 생산도 쉽다. 연구진은 카본 블랙을 시멘트 분말과 섞고 물을 넣었다. 시멘트는 물과 잘 결합하지만 카본 블랙은 물을 밀어내고 자기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시멘트 안에 마치 덩굴손처럼 카본 블랙이 이어졌다. 바로 전기가 통하는 전선망이 만들어진 것이다.
동전 크기의 시멘트 슈퍼 커패시터에 태양전지로 만든 전기를 저장해 LED 전등을 켠 모습./MIT
◇규모 키우면 집과 도로가 배터리 대체
이번에 개발된 시멘트 슈퍼 커패시터는 LED 전구 몇 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상 응우옌(Sang Nguyen) 교수는 사이언스지에 “더 큰 규모로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면 매우 매력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름 교수는 만약 카본 블랙 시멘트로 한 면이 3.5m인 정육면체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블록을 만들면 10킬로와트시(㎾h)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는 미국의 일일 평균 가정 전기 사용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영국 가정으로 치면 1.25배가 된다. 이 정도 콘크리트는 표준 주택의 기초에 사용되는 정도의 양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도로나 주차장, 진입로에 적용하면 스마트폰처럼 전자기 유도 방식으로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간헐적으로 생산되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도 저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의 콘크리트 바닥을 배터리로 쓸 수 있는 것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드미르 마식(Admir Masic) MIT 교수는 “이 기술은 근본적으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알고 있던 두 가지 오랜 재료를 결합했다”며 “전기 시멘트가 값비싼 배터리를 대체하면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저장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미 규모를 키우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응우옌 교수는 이 작업이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슈퍼 커패시터의 크기가 커지면 전기 전도도가 감소해 충·방전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멘트에 카본 블랙을 더 많이 넣는 방법도 있지만 시멘트의 구조적 특성이 약해질 수도 있다. 울름 교수는 카본 블랙을 10%까지 첨가하면 구조용 콘크리트의 강도가 손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자동차 배터리 출력에 맞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PNAS, DOI: https://doi.org/10.1073/pnas.230431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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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천지
2023.08.01 09:14:01
저 기술을 응용해서 상용화 시키면.... 도로 포장을 시멘트로 해 놓으면.....자동차의 연료 장치가 필요 없어질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되면 자동차도 훨씬 가벼워 지고.....차의 무게가 줄어들면... 연비는 획기적으로 좋아질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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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식
2023.08.01 09:11:01
인간과 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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