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으로 지키는 건강 (5)교통사고 후유증
‘후방 차량에 의한 추돌’ 환자 최다
어지럽고 두통·저린 증상 등 나타나 MRI·CT 검사해도 원인 못찾기도
어혈 제거·기혈 순환 촉진 필요 한약·약침·한방물리요법 등 효과
교통사고 후유증은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골절·외상 치료 후에 나타나는 각종 후유증을 말한다. 이 후유증을 앓는 환자 중에는 ‘정차 중 후방 차량에 의한 추돌’을 겪은 사람이 가장 많다. 목은 후방에서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 뒤로 휘었다가 바로 앞으로 튕겨나간다. 이어 다시 후방으로 꺾인다. 이때 경추(목뼈) 신경과 인대·근육을 다치는데 이를 ‘편타성 손상’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손상을 입으면 머리에 지속적인 통증이 생기고 어지럽다. 또 뒷골이 당기고, 팔다리가 저리거나 아프다. 전신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과 저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검사를 한다 해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와 함께 심리적 충격으로 불면증·집중력 감퇴 같은 신경과민 상태가 지속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환자는 보통 우울·불안감을 느끼고 대인관계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또한 기억장애나 공황장애, 미칠 것 같은 과잉행동, 심리적 위축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어혈(瘀血) 제거, 기혈(氣血) 순환 촉진을 통한 신체균형 회복과 통증 감소, 장애 최소화 등을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 목표로 하고 있다. 어혈이란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상실한 혈액이 몸속 내부에 쌓여 머물러 있는 것이다. 어혈이 생기면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 통증은 야간에 더 심해진다. 어혈을 풀지 않고 단순히 근육과 인대만 치료하면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아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어혈부터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한약과 침을 사용하는가 하면, 환자의 증상과 사고 정도를 보고 약침(한약에서 정제 추출한 약물을 경혈에 주입해 약물과 침의 효과를 동시에 보는 치료법)·한방물리요법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한다.
사고 초기 통증이 심한 환자는 평소 하던 운동이나 과도한 움직임을 피하고 아픔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골절이나 신경손상이 심한 환자를 제외한 일반 환자는 급성기(사고 직후부터 3~4일간)를 지나 3~4주가 되면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도록 한다. 4주 이상 지나면 통증이 있더라도 운동을 시작해야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빨리 복귀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모든 환자가 사고 후 4주 이내에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환자의 3분의 1은 4주면 회복되고, 3분의 1은 6~12개월 정도 증상이 지속된다. 나머지 3분의 1은 1년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 통증 환자로 진행될 수 있다. 통증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아픈 건 둘째 치더라도 심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이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기도 한다.
좀더 확실한 치료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교통사고처럼 충격에 따른 외상성 통증은 아직 명확한 검사법이나 치료약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환자는 보험을 악용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직장이나 보험회사에서 꾀병 환자라고 오해를 사기도 하고, 이른바 ‘자보(자동차보험) 환자’라고 해서 병원에서 홀대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고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아픔은 꾸준히 치료하면 언젠가는 분명히 낫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내심을 갖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희미해지듯 몸의 충격도 적절한 치료와 함께 시간이 흐르면 분명히 좋아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조재흥 교수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진료·연구 분야는 추나요법, 척추통증, 교통사고 상해 증후군 등이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척추센터 한방재활의학과에 재직하며 환자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