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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가 암행을 가는 길에 외나무다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초립동이가 뛰어와 하마터면 박어사가 물에 빠질 뻔했습니다. 그래서 급한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물어보려고 초립동이를 따라갔으나 어찌나 빠른지 결국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박어사가 주막에서 쉬고 있는데 낮에 본 초립동이가 찾아와 낮에 있었던 일을 사죄하면서 초립동은 자긴 성이 없고 이름만 있는데,사람들이 석수방이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박문수도 신분을 숨기려고, 박서방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후 이튿날 길을 같이 나서게 되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장사를 치르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석수방이 맏상제에게 묏자리에 물이 난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상제가 땅을 파보니 과연 물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석수방이 다른 좋은 묏자리를 정해주니 상제가 박어사와 석수방을 집으로 청해 후히 대접하는 거여였습니다. 그리고 박어사와 석수방이 떠나려 하자 노자를 주려고 했는데 석수방이 노잣돈 대신 절수(지금의 수표)로 달라 하였습니다. 상제는 그 말대로 절수를 끊어주었고, 석수방은 절수를 받아 박어사에게 주고 다시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한 동네에 이르니 석수방이 한 집을 골라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하였는데, 집 주인의 안색이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석수방이 주인에게 연유를 물으니 며느리가 아이를 낳는데 아이는 나오지 않고 산모만 죽게 생겼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석수방은 산모 보기를 청하여, 산모를 살펴본 후 “아이가 산모의 창자를 꼭 쥐고 있어서 산모가 힘을 쓰지 못하고, 아이는 나오지 못하는 거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고는 침을 놓으니 잠시 후 정말로 아이가 나왔습니다. 주인은 박어사와 석수방에게 감사하며 후하게 대접하였습니다. 그리고 노잣돈을 주려 하자 석수방이 또 절수로 달라고 하며 그것을 받아 또 박어사에게 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또 길을 가다가? 고개를 넘어야하는데,그때 석수방이 자기는 잠시 일을 보고 따라갈 테니 먼저 갈 것을 박어사에게 청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박어사가 먼저 길을 가면서, 고개를 넘어려고 밤길을 걷는데,석수방이 가려쳐 준데로 길을 가니, 정말로 오두막이 있어서 그곳으로 들어가 머물기를 청하였는데 한 소녀가 떡을 해놓고 미륵불 앞에서 치성을 드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소녀의 모친에게 까닭을 물으니 그 부친이 말단 관리인데 나라에 바칠 돈을 내지 못해 관가에 잡혀가 있는데,죽게 생겼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 소녀는 백일 기도를 하는데, 오늘이 마지막 100일째 되는 날이라고 하는 거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박문수가 소녀의 간절한 기도가 미륵을 감동시켜 석수방으로 나타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그 미륵불 곁으로 가서 자세히 보니 그 미륵불이 석수방과 꼭 같이 생긴 거였습니다.
그래서, 박문수는
절수를 내어주어 그 소녀에게 전해 주고 부친을 구해주도록 해 주면서,얼핏 그 미륵불보니 그 미륵불이 빙긋 웃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