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는 목탁소리에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출발하여 원터골입구에서 패노우 위짜추 서류바 조단서 씨모우 까토나 여섯 노객들이 청계산(618m)으로 향합니다. 서울 서초구 경기 성남시 과천 의왕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관악산과 더불어 서울 남쪽에 자리한 망경대 매봉 옥녀봉 이수봉 국사봉등의 많은 봉우리들이 있습니다. 지하철(신분당선)이 연결되어 접근키도 쉽고 산행로도 무난한 대중적인 산입니다. 산행하는 초입에는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퀴이어 나무들이 노객들을 시원스레 맞이합니다. 돌문바위에 올라서니 입구에는 현수막에다 시주통을 앞세우고 입구를 독차지 하고 있는 스님(?)이 보입니다. 입장료라도 내고 들어가라는 텃세라도 부리고 있는 자세입니다.등산객들이 잠시 머뭇거리기도 합니다. 돌문바위를 세바퀴 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미신의 속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입니다. 시끄럽게 두드려대는 목탁과 염불소리가 산객들에게는 짜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주절되는 모습이 추잡스럽게 구걸하는 땡중의 전형적인 작테입니다. 종파를 떠나서 종교에 대한 믿음과 경외감은 사라진지 오래이며 돈만 좇는 시장잡배로 장사꾼으로 보일 뿐입니다. " 시끄럽다 !, 당장 꺼져 ! 여기가 남대문시장 바닥이냐 ! 야 ! 이 땡중아 ! " 터져나오려는 욕설을 어거지로 누르며 매봉으로 향합니다. 오늘의 산행은 주봉인 망경대를 거쳐서 이수봉에서 옛골로 하산할 예정이었습니다. 매바위(578m)를 지나 매봉(582.5m)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언제나 마음을 편안함과 뿌듯함을 가져옵니다. 혈당을 보충하려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내립니다. 각자 준비한 약밥 포도 영양떡 귤 감 쪼코렛 요구르트 등으로 출출함을 달랩니다. 건너편에 올려다 보이는 망경대로 향하려니 힘들어 더 이상 가지말고 하산하자는 볼멘소리가 거푸 터져나옵니다. 아쉬움을 배낭에 집어 넣고 죄측 계곡으로 방향을 틉니다. 커다란 식탁이 있는 쉼터에서 2차 간식의 여유도 부립니다. 배낭에 간직하고 있던 알콜로 30ml 정도씩 입술만 적셔봅니다. 14시 30여분에 옛골 정토사를 지나서 마두나를 만납니다. 치빠흐는 원터골 입구에서 합류하여 산행의 마무리이자 백미(白眉)인 맛집으로 접어듭니다. 붙임이 아닌 돼지갈비 그대로의 숯불구이와 짜릿한 알콜의 향취는 노객들을 행복감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스스럼 없이 터져나오는 권주가의 합창소리가 노객들의 가슴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부족한 듯한 정취의 아쉬움은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달래줍니다. 느긋하고 즐겁고 거나한 기분으로 전철에 오릅니다.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시주(施主) 나왔습니다 " 하는 스님의 목탁소리에는 언제나 쌀 한 바가지를 들고 나오시던 어머니입니다. 쌀독에 바닥이 들어나도 두 손 모아 맞절을 하시던 어머니입니다. 하루 세끼 어린 자식들에게 쌀밥을 먹이는 것이 바램이었을 것인데도 말입니다. 새벽마다 장독대 위에 정한수를 떠놓으시고 두 손 모아 치성을 드리시던 내 어머니 모습이 가슴을 적시고 있습니다. 무슨 소원을 누구를 위하여 그토록 빌며 기원을 하셨는지 오늘 따라 보고 싶습니다. 저 멀고도 먼 하늘나라로 떠나신지도 40년이 훌쩍 흘렀건만 아직도 가슴에는 환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언제 쯤에나 진정으로 믿음과 참선의 깨우침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런지, 수도사로서 참다운 종교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려는지 막막할 따름입니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고 세간의 향락에 휩쓸리는 우리들의 추태만이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 남이아물타불 중(僧) 동냥 왔습니다. 들이치고 내치고 중 동냥 왔습니다." 어릴 때 염불을 흥얼거리며 흉내를 내곤 하던 코흘리개의 내 모습을 오늘밤 꿈속에서라도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렵니다.
2017년 10월 19일 새벽 무 무 최 정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