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단상) 내게 있는 것
국민일보 겨자씨라는 코너에서 ‘내게 있는 것’(이성준 목사, 인천수정성결교회)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한라산 등반을 간적 있습니다. 태풍이 지났지만 비바람이 심했습니다. 거센 바람에 우비가 찢길 정도였습니다. 등반하면서 준비물을 잘 갖춘 등산객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바람막이 옷에 붙어있는 모자로 머리와 얼굴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방수 싸개로 배낭이 젖지 않도록 했습니다. 등산이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비를 피하며 쉬다가 벗어 놓은 겉옷을 봤습니다. 목 부분이 두툼해 살펴보니 똑딱이 단추 뒤에 모자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구매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던 기능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탄식하며 이번엔 젖은 배낭을 살펴봤습니다. 바닦 부분에 지퍼가 있어 열어보니 방수 싸개가 있었습니다. 올라오면서 그토록 부러웠던 것이 나에게도 이미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내가 가진 것의 기능을 철저히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정말 크게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생각해 보니 내게도 있는 것인데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육체적인 것과 영적인 것입니다. 이것을 또 세부적으로 나눠보니 엄청 많이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육체에 필요한 것이라면 먹는 것과 입는 것입니다. 삼시 세끼의 식사는 매일 기본이요. 때론 간식으로 빵과 과자 그리고 음료를 마십니다. 입는 것이라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철 따라 입는 여벌의 옷입니다. 신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캄캄한 장롱 속에서, 그리고 꽉 막힌 신발장 속에서 아침이 온줄 모르고 매일 같이 자고 있습니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많이 갖고 있는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적인 것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내 안에 있는 하나님, 내 안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 또한 내 안에 있는 성령입니다. 내 입술로 표현할 수 있는 찬양, 기도 그리고 삶으로 나타낼 수 있는 섬김과 봉사입니다. 이렇게 볼 때, 육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참 많이 가졌구나...”라는 고백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것으로 큰 찔림이 되고, 크게 꾸짖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호세아서에 담긴 말씀에서입니다.
(호세아 5:1~2) ‘이스라엘 자손들아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라 여호와께서 이 땅 주민과 논쟁하시나니 이 땅에는 진실도 없고 인애도 없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도 없고, 오직 저주와 속임과 살인과 도둑질과 간음뿐이요 포악하여 피가 피를 뒤이음이라.’
부끄럽습니다.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은 많이도 갖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있어야 할 나눔은 없고, 취하지 말아야 할 욕심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내게 소유케 한 그것들(먹는 것과 입는 것)이 마치 나의 것인 양, 장롱 속에 잠가 놓고, 신발장 속에 깊은 잠을 자게 하고 있고, 내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 구원의 기쁜 소식은 거저 받았음에도 그 사랑과 구원의 복음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말씀이 있어서 정신을 바짝 들게 합니다.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 하니라”(마태복음 25:26)
섬김이 박희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