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8(화)
마태오 복음 5장
루카 복음 6,20-36
(마태5,3-12)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루카 6,24-26)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묵상-
행복선언과 불행선언이
대비된다.
마태오와 루카 복음의
산상설교엔 여덟 가지(진복팔단)
참 행복이 담겨 있다.
미사 때나 성경을 읽을 때
이 구절이 나올 때마다,
알 것 같기도, 모를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 우는 사람,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라는 말을 이해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마음은 곧 영을 의미한다고
한다. 영으로 가난하다는 건,
욕심과 집착과 교만이 없는
만족의 상태가 아닐까 싶다.
더 바랄게 없는 행복,
예전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을 안치한 아씨시 대성당
지하에 갔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쏟아진 적이 있다.
작은 걸 하나 포기하고
내려놨을 뿐인데, 마음이
너무 가볍고, 내 영혼에
날개가 달린 것 마냥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진정한 행복은 열 개 중
예닐곱 개만 채워져도
그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 즉, 더 바랄 게 없는
상태임을 깨달았던 거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것은,
열 개 중 아홉 개만 채워져도
나머지 한 개를 마저 채우려
안달복달했던 내가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아왔을까,
몸으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더 바랄게 없는 행복이
바로 이런 건데, 작은 거
하나 포기하고 내주었을
뿐인데, 이런 엄청난 자유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니
놀랐던 거다.
참 가난의 행복, 육적으로
더 채우지 않아도 되는
비움의 상태, 이를 놓칠 세라
주님께서는 재빨리 그 빈공간에
들어오셔서 내 영을 온전히
차지하셨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감,
하늘의 기운으로 꽉 들어찬
내 영은 그야말로 진복팔단,
더 바랄게 없는 행복의 상태였다.
그래서 조금은 알 것 같은,
예수님의 산상설교의 묘미,
내가 궁핍했던 시절엔,
슬프고 암울했지만 그랬기에
매일 성체조배실에 찾아가
주님만 바라보며 기도했고,
그 덕분에 나는 영적으로
정화되어,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는 삶이 무엇인지
맛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하며 박해를 받고, 모욕과
뒷담화의 대상이 되어
배신감과 수치감을 느낄 때,
역시 성체조배실에 계신
주님을 찾아가, 나보다 먼저
그런 고통을 겪으신 그분께
이해받고 위로 받았다.
사람을 분별없이 믿고,
그들의 마음을 얻으려
경계를 세우지 못하고
집착했던 나를 탓하며
오직 주님만을 첫 자리에
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때의 불행과 아픔이 지금의
나를 키워준 거름이 되어주며,
영 안에서 누리는 참 행복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해준거다.
만일 그때 내가 루카 복음의
불행선언처럼, 넘치도록 부유하여
늘 배가 부르고, 슬픔 한번
느끼지 못하고 해맑게 웃으며,
남들이 나를 좋게 말해주었다면
나는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날 뛰며, 힘든 이웃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외면한 채,
교만한 사람으로 살았을 거다.
행복선언과 불행선언,
동전의 양면처럼 언제 앞뒤로
바뀔지 모르는 우리네
인생이 담겨 있는 듯하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이스라엘
산상설교 성당에 갔었다.
갈릴래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경관이었다.
둥그런 모양의 성당 외경은
아늑하고 평화로워보였다.
순례객을 감싸는 듯이
포근했던 그 성당에서 엄마와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1시간가량 성체조배를 했다.
바깥 풍경은 이따 시간 내서
감상하리라 마음먹고 먼저
감실 앞에 앉은 거다.
기도 좋아하시는 엄마와 함께
나란히 앉아 성체를 바라보던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땐 잘 몰랐는데, 지금
회상해 보니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던가. 말 그대로
주님만 계시면 더 바랄게 없는
참된 행복의 시간. 단순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또 그것이
매일 주어지는 선물이라면,
우린 비로소 여덟가지 행복의
비결을 깨달으며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참 행복의 원천이신 주님!!
산상설교 성당 주변 비탈길에서
돌을 놓고 앉은 군중들에게
알려주신 진복팔단의 행복을,
저희 일상에도 적용하여
실천해 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여덟가지 행복의 으뜸인,
/행복하여라, 마음(영)이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더
기억해두렵니다.
저에게 가난이란, 이 세상
잡다한 일에서 눈과 마음을
거두고, 당신께 다가가
오롯한 마음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겁니다.
오늘, 저의 하루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첫댓글 좋은글과 사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