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20일 새벽, 대구수목원 산길을 걸으며 한유의 '과홍구' 한시를 성독하다.
과홍구(過鴻溝)
한유(韓逾) (768~819)
龍疲虎困割川原 (용피호곤할천원)
億萬蒼生性命存 (억만창생성명존)
誰勸君王回馬首 (수권군왕회마수)
眞成一擲賭乾坤 (진성일척도건곤)
지친 용과 범이 산하를 나눠 갖기로 하여
천하의 백성들 살아남게 되었는데
누가 왕에게 말 머리를 돌려서
진정 한판 승부를 겨루라 했나
이 시의 제목이 ‘과홍구’, ‘홍구를 지나며’인데, 당나라 시인 한유가 지은 시 입니다.
시 첫째 구에서 지친 용은 항우이고, 범은 유방이지요. 초한전의 항우와 유방이 전쟁에 서로 지쳐 홍구를 삼팔선으로 하여 휴전을 맺습니다. 홍구는 중국 황하와 회하를 연결하기 위해 전국시대에 만든 운하입니다. 그러나, 유방의 책사 장량과 진평이 지금 초나라 항우는 괴멸 직전인데 그대로 밀어붙어야 후환이 없다고 건의하자, 유방이 받아들여 휴전을 파기하고 총공격을 합니다. 초나라는 ‘사면초가’라는 사자성어를 남기며 비참하게 패전하고, 항우는 홍구 해하성 오강에서 사랑하는 여인를 먼저 죽이고 자결로 30세의 생을 마감하고 마는 유명한 초한전 히스토리입니다.
훗날 천년뒤 한유가 이 홍구를 지나다가 두 영웅이 운명을 걸고 한 판 승부를 겨룬 역사를 회상하며 시를 지은 것이 ‘과홍구’입니다. 문학성보다 역사성이 더 큰 이 ‘과홍구’ 시는 장편 역사 대하드라마가 들어있으며, 또한 저 유명한 사자성어가 들어있습니다. 마지막 구에 ‘건곤, 즉 천지를 걸고 일척, 단 한번의 승부를 겨루다’라는 건곤일척의 사자성어입니다.
어제 유종원의 ‘강설’ 시에서 한유는 ‘간담상조’라는 사자성어를 남겼는데, 오늘은 ‘건곤일척’이라는 사자성어를 남겼습니다. 그만큼 한유는 문장과 시를 잘 지은 시인, 문장가, 정치가, 사상가입니다. 고문진보 후집에 보면, 이백의 글은 1편, 소동파의 글은 15편이 실렸는데, 한유의 글은 30편이 실려있는 것을 보면 왜 한유가 당송팔대가로 불리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한유는 당나라에서 꺼져가던 유학을 중흥시키고, 불교와 도교를 배척하는 정책을 펼쳐 훗날 주자의 성리학의 기초를 닦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퇴계선생께서도 이러한 한유를 높이 평가하였으며, 도산서원 출입문인 ‘유정문’ 시에 한유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당나라의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 한유의 ‘과홍구’시와 ‘건곤일척’ 사자성어에 대해 읊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8월 20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