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이 앞선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국도와 경춘선엔 추억이 동행한다. 젊음과 낭만의 길을 따라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에 도착하면 즐거움과 여유가 넘쳐흐른다. 비로소 봄이다. 따스한 봄볕에 대지와 산야는 연녹색의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맑은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의 계절, 기다리던 ‘봄·봄’이다. 경춘선을 타고 추억과 낭만의 도시 춘천으로 향했다. 경춘복선전철이 새로 개통되어 춘천 가는 길은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해졌다. 경춘고속도로까지 뚫렸으니 서울에서 춘천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김유정 동상 김유정 문학관
금병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은 실레마을
이번 달 문학기행은 춘천에서도 시골의 한적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소설가 김유정(1908. 1. 11∼1937. 3.29)의 고향이자 창작의 무대이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 그리고 농촌문학의 정수를 느끼기 좋은 실레마을이다. 마을전체가 김유정 작품의 무대인 실레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강촌역을 지나 남춘천역으로 가기 전 ‘김유정역’에서 내리면 된다. 원래는 신남역이었으나 2004년 12월부터 역 이름도 김유정역으로 바꼈다. 김유정역은 두 군데다. 하나는 새로 생긴 전철역이고 또 다른 역은 옛 김유정역이다. 옛 김유정역에는 경춘선 전철 개통 이전에 마지막으로 운행했던 기존 디젤 엔진 기관차 1량과 열차 2량이 정차해있어 그 때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있다.
김유정은 1936년 5월에 쓴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서 자신의 고향마을을 이렇게 묘사했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들어 들어가면 내닿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마을과 금병산 곳곳에 있는 소설속의 무대를 이어주는 ’실레이야기 길‘이 조성되어 있다. 걷다보면 김유정의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실제의 모습을 대략적인 설명과 더불어 둘러볼 수 있다.
생가와 기념관에서는 작가의 작품과 삶의 궤적 전시
실레 이야기 길을 걷기에 앞서 김유정 생가가 있는 김유정기념전시관을 먼저 둘러보는 것이 좋다. 김유정 역에서 내려 걸어서 10분이면 김유정 생가와 김유정 문학촌에 도착할 수 있다. 김유정 기념전시관에는 김유정의 출생에서부터 29세의 나이로 운명할 때까지의 생애가 각종 기록과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김유정의 작품과 그의 문학세계를 설명한 책과 동시대 작가들의 사진과 약력, 저서들, 그리고 김유정의 마지막 편지 ‘필승전’ 등 삶의 궤적을 둘러보거나 그의 작품을 수록한 책도 구입할 수 있다. 김유정 생가를 나와 작품 속의 인물을 만날 수 있는 실레이야기 길을 걸어보자. 실레 이야기 길에는 열여섯 마당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맨 먼저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이라는 푯말이 나온다. 이 길은 들병이(들병장수, 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남편과 함께 언제나 홍천에서 이 산길을 통해 마을에 들어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야기가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등 많은 작품 속에서 그려졌다. 또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에는 봄에 산수유가 필 때 나무에 잎이 나기도 전에 노랗게 피는 생강나무 꽃이 김유정 소설의 동백꽃에 묘사되고 있다. 알싸하고 향깃한 냄새가 난다고 소설에 묘사돼 있다. 노랫말 소양강 처녀와 강원도 아리랑에 자주 나오는 동박이 바로 김유정의 동백꽃이다.
금병산 정상에서 바라 본 춘천시
걷다보면 점순이, 덕돌이 등 작품속 인물과 만날 수 있어
마을 가운데 잣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실존인물이었던 ‘봄·봄’의 봉필영감이 살았던 마름집이 있다. 점순이와 성례는 안 시켜주고 일만 부려먹는 데 불만을 느낀 ‘나’가 장인영감과 드잡이를 하며 싸우는 모습이 막 눈앞에 그려지는 곳이다. 그 옆으로 김유정이 세운 간이학교 금병의숙이 있다. 건물 옆에는 당시 김유정이 기념으로 심은 느티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 있다. 김유정이 코다리찌개로 술을 마시던 주막터와 멀리 한들의 팔미천에는 산골 나그네(들병이)가 남편을 숨겨두었던 물레방앗간터가 있다. 이들 작품과 함께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노다지’ ‘금따는 콩밭’ ‘산골’ 등 12편이 이곳 실레마을을 무대로 한 작품들이다. 점순이, 덕돌이, 덕만이, 뭉태, 춘호, 근식이 등 작품 등장인물을 지금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레 이야기 길이다. 전체 길이는 5.2km인데 코스별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실레 이야기 길과 연계된 금병산 등산로도 걷기에 아주 좋다. 특히 ‘봄, 봄길’, ‘동백꽃길’ ‘산골나그네길’ ‘만무방길’ ‘금따는 콩밭길’ 등 김유정의 소설제목으로 이름이 붙여진 이 등산로는 ‘김유정 등산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발 652m의 금병산은 춘천시내 및 신동면 일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수종이 다양하고 흙이 많은 육산이라 걷기에 매우 편해 사계절 어느 때고 등산하는 즐거움이 크다. 금병산 정산으로 가는 길에 ‘금따는 콩밭길’이 있는데 산을 오르다보면 반짝이는 돌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이곳엔 금광터가 있었고 살레마을에서 4km 떨어진 삼포마을에는 사금 채취하던 곳이 있다. 작가는 ‘만무방’에서 금병산의 가을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람드리 노송은 삑삑이 늘어박혔다. 무거운 송낙을 머리에 쓰고 건들건들, 새새이 끼인 도톨, 벚, 돌배, 갈핌들은 울긋불긋. 잔디를 적시며 맑은 샘이 졸졸 거린다. 산토끼 두 놈은 한가로이 마주앉아 그 물을 할짝거리고 이따금 정신이 나는 듯 가랑잎은 부수수하고 떨린다. 산산한 산들바람, 귀여운 들국화는 그 품에 새뜩새뜩 넘논다’ 당시에 작가 묘사한 대로 금병산은 잣나무와 소나무, 계곡 곳곳에 이끼와 야생화가 가득하다. 전체 등산로는 4km 정도로 1시간 반량 소요되는 데 실레 이야기 길과 연계해서 걸으면 김유정 생가 및 30년대 야학 등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던 금병의숙 등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등산로 인근에는 작가가 막걸리와 함께 즐겨먹었다는 찜과 구이, 찌개 등 다양한 코다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더러 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는 실레마을의 봄
실레마을과 실레 이야기길, 그리고 김유정 등산로를 이어서 걷다보면 강원도의 봄을 느낄 수 있다. 산골의 봄은 더욱 싱그럽게 다가온다. 작가도 작품(봄봄) 속에서 고향의 봄을 이렇게 표현했다. ‘밭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위에서 벌들은 붕붕 소리를 친다. 바위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작가가 살았던 1930년대의 고향마을의 산과 들의 모습과 80여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과도 큰 차이가 없는 듯 했다. 실레마을의 봄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들꽃과 신록의 잎이 조화된 산과 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들판엔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도 분주했다. 다만 점순이, 봉필영감, 학골리에서 홀어머니 모시고 살다 장가가기 위해 데릴사위로 들어온 최씨 등 모두 실제로 있었던 작품속의 그 인물들은 이야기만 남긴 채 보이지 않을 뿐이다. 총각과 맹꽁이라는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실레마을 일대에는 맹꽁이가 많다. 지금도 금병산 자락의 새고개와 물골, 삼포마을 등 팔미천에서 흐르는 깨끗한 계곡주변과 한들 일대에는 맹꽁이의 우렁찬 합창소리를 들을 수 있다.
김유정은 암울한 시대에 살면서 어둡고 불행한, 그러면서도 짧은 삶을 살아온 작가이다. 실레마을에서 2남 6녀 중 일곱째로 태어난 김유정은 일곱 살에 어머니를,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휘문고보와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했으나 출석일수가 적어 제적되자 실레마을로 내려와 야학을 하고 농우회를 조직하는 등 농촌계몽운동에 힘을 쏟았다.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정식으로 등단했다.
실레 이야기 길
작가는 29세로 일찍 세상을 떴지만 작품은 오래 기억
이후 폐결핵 등 병마와 싸우면서 서정성과 토속성, 향토성 짙은 언어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농촌사람들의 질곡의 삶을 사실적 창작으로 풀어낸 ‘봄봄’ ‘동백꽃’ ‘산골나그네’ 등 30여 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사)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는 김유정을 기리는 학술발표회, 백일장, 소설 낭송대회, 김유정문학상 시상식 등 문학제와 추모제를 매년 열고 있다. 현재, 생가 주변을 김유정문학촌 이야기마을로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는 김유정이 세상을 떠난 지 75주기 되는 해이다. 29세의 젊은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떴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그의 문학정신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춘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이 앞선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국도와 경춘선엔 추억이 동행한다. 젊음과 낭만의 길을 따라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에 도착하면 즐거움과 여유가 넘쳐흐른다. 비로소 봄이다. 따스한 봄볕에 대지와 산야는 연녹색의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맑은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의 계절, 기다리던 ‘봄·봄’이다. 경춘선을 타고 추억과 낭만의 도시 춘천으로 향했다. 경춘복선전철이 새로 개통되어 춘천 가는 길은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해졌다. 경춘고속도로까지 뚫렸으니 서울에서 춘천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김유정 동상 김유정 문학관
금병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은 실레마을
이번 달 문학기행은 춘천에서도 시골의 한적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소설가 김유정(1908. 1. 11∼1937. 3.29)의 고향이자 창작의 무대이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 그리고 농촌문학의 정수를 느끼기 좋은 실레마을이다. 마을전체가 김유정 작품의 무대인 실레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강촌역을 지나 남춘천역으로 가기 전 ‘김유정역’에서 내리면 된다. 원래는 신남역이었으나 2004년 12월부터 역 이름도 김유정역으로 바꼈다. 김유정역은 두 군데다. 하나는 새로 생긴 전철역이고 또 다른 역은 옛 김유정역이다. 옛 김유정역에는 경춘선 전철 개통 이전에 마지막으로 운행했던 기존 디젤 엔진 기관차 1량과 열차 2량이 정차해있어 그 때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있다.
김유정은 1936년 5월에 쓴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서 자신의 고향마을을 이렇게 묘사했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들어 들어가면 내닿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마을과 금병산 곳곳에 있는 소설속의 무대를 이어주는 ’실레이야기 길‘이 조성되어 있다. 걷다보면 김유정의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실제의 모습을 대략적인 설명과 더불어 둘러볼 수 있다.
생가와 기념관에서는 작가의 작품과 삶의 궤적 전시
실레 이야기 길을 걷기에 앞서 김유정 생가가 있는 김유정기념전시관을 먼저 둘러보는 것이 좋다. 김유정 역에서 내려 걸어서 10분이면 김유정 생가와 김유정 문학촌에 도착할 수 있다. 김유정 기념전시관에는 김유정의 출생에서부터 29세의 나이로 운명할 때까지의 생애가 각종 기록과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김유정의 작품과 그의 문학세계를 설명한 책과 동시대 작가들의 사진과 약력, 저서들, 그리고 김유정의 마지막 편지 ‘필승전’ 등 삶의 궤적을 둘러보거나 그의 작품을 수록한 책도 구입할 수 있다. 김유정 생가를 나와 작품 속의 인물을 만날 수 있는 실레이야기 길을 걸어보자. 실레 이야기 길에는 열여섯 마당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맨 먼저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이라는 푯말이 나온다. 이 길은 들병이(들병장수, 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남편과 함께 언제나 홍천에서 이 산길을 통해 마을에 들어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야기가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등 많은 작품 속에서 그려졌다. 또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에는 봄에 산수유가 필 때 나무에 잎이 나기도 전에 노랗게 피는 생강나무 꽃이 김유정 소설의 동백꽃에 묘사되고 있다. 알싸하고 향깃한 냄새가 난다고 소설에 묘사돼 있다. 노랫말 소양강 처녀와 강원도 아리랑에 자주 나오는 동박이 바로 김유정의 동백꽃이다.
금병산 정상에서 바라 본 춘천시
걷다보면 점순이, 덕돌이 등 작품속 인물과 만날 수 있어
마을 가운데 잣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실존인물이었던 ‘봄·봄’의 봉필영감이 살았던 마름집이 있다. 점순이와 성례는 안 시켜주고 일만 부려먹는 데 불만을 느낀 ‘나’가 장인영감과 드잡이를 하며 싸우는 모습이 막 눈앞에 그려지는 곳이다. 그 옆으로 김유정이 세운 간이학교 금병의숙이 있다. 건물 옆에는 당시 김유정이 기념으로 심은 느티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 있다. 김유정이 코다리찌개로 술을 마시던 주막터와 멀리 한들의 팔미천에는 산골 나그네(들병이)가 남편을 숨겨두었던 물레방앗간터가 있다. 이들 작품과 함께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노다지’ ‘금따는 콩밭’ ‘산골’ 등 12편이 이곳 실레마을을 무대로 한 작품들이다. 점순이, 덕돌이, 덕만이, 뭉태, 춘호, 근식이 등 작품 등장인물을 지금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레 이야기 길이다. 전체 길이는 5.2km인데 코스별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실레 이야기 길과 연계된 금병산 등산로도 걷기에 아주 좋다. 특히 ‘봄, 봄길’, ‘동백꽃길’ ‘산골나그네길’ ‘만무방길’ ‘금따는 콩밭길’ 등 김유정의 소설제목으로 이름이 붙여진 이 등산로는 ‘김유정 등산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발 652m의 금병산은 춘천시내 및 신동면 일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수종이 다양하고 흙이 많은 육산이라 걷기에 매우 편해 사계절 어느 때고 등산하는 즐거움이 크다. 금병산 정산으로 가는 길에 ‘금따는 콩밭길’이 있는데 산을 오르다보면 반짝이는 돌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이곳엔 금광터가 있었고 살레마을에서 4km 떨어진 삼포마을에는 사금 채취하던 곳이 있다. 작가는 ‘만무방’에서 금병산의 가을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람드리 노송은 삑삑이 늘어박혔다. 무거운 송낙을 머리에 쓰고 건들건들, 새새이 끼인 도톨, 벚, 돌배, 갈핌들은 울긋불긋. 잔디를 적시며 맑은 샘이 졸졸 거린다. 산토끼 두 놈은 한가로이 마주앉아 그 물을 할짝거리고 이따금 정신이 나는 듯 가랑잎은 부수수하고 떨린다. 산산한 산들바람, 귀여운 들국화는 그 품에 새뜩새뜩 넘논다’ 당시에 작가 묘사한 대로 금병산은 잣나무와 소나무, 계곡 곳곳에 이끼와 야생화가 가득하다. 전체 등산로는 4km 정도로 1시간 반량 소요되는 데 실레 이야기 길과 연계해서 걸으면 김유정 생가 및 30년대 야학 등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던 금병의숙 등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등산로 인근에는 작가가 막걸리와 함께 즐겨먹었다는 찜과 구이, 찌개 등 다양한 코다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더러 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는 실레마을의 봄
실레마을과 실레 이야기길, 그리고 김유정 등산로를 이어서 걷다보면 강원도의 봄을 느낄 수 있다. 산골의 봄은 더욱 싱그럽게 다가온다. 작가도 작품(봄봄) 속에서 고향의 봄을 이렇게 표현했다. ‘밭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위에서 벌들은 붕붕 소리를 친다. 바위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작가가 살았던 1930년대의 고향마을의 산과 들의 모습과 80여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과도 큰 차이가 없는 듯 했다. 실레마을의 봄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들꽃과 신록의 잎이 조화된 산과 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들판엔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도 분주했다. 다만 점순이, 봉필영감, 학골리에서 홀어머니 모시고 살다 장가가기 위해 데릴사위로 들어온 최씨 등 모두 실제로 있었던 작품속의 그 인물들은 이야기만 남긴 채 보이지 않을 뿐이다. 총각과 맹꽁이라는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실레마을 일대에는 맹꽁이가 많다. 지금도 금병산 자락의 새고개와 물골, 삼포마을 등 팔미천에서 흐르는 깨끗한 계곡주변과 한들 일대에는 맹꽁이의 우렁찬 합창소리를 들을 수 있다.
김유정은 암울한 시대에 살면서 어둡고 불행한, 그러면서도 짧은 삶을 살아온 작가이다. 실레마을에서 2남 6녀 중 일곱째로 태어난 김유정은 일곱 살에 어머니를,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휘문고보와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했으나 출석일수가 적어 제적되자 실레마을로 내려와 야학을 하고 농우회를 조직하는 등 농촌계몽운동에 힘을 쏟았다.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정식으로 등단했다.
실레 이야기 길
작가는 29세로 일찍 세상을 떴지만 작품은 오래 기억
이후 폐결핵 등 병마와 싸우면서 서정성과 토속성, 향토성 짙은 언어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농촌사람들의 질곡의 삶을 사실적 창작으로 풀어낸 ‘봄봄’ ‘동백꽃’ ‘산골나그네’ 등 30여 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사)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는 김유정을 기리는 학술발표회, 백일장, 소설 낭송대회, 김유정문학상 시상식 등 문학제와 추모제를 매년 열고 있다. 현재, 생가 주변을 김유정문학촌 이야기마을로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는 김유정이 세상을 떠난 지 75주기 되는 해이다. 29세의 젊은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떴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그의 문학정신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첫댓글 김유정 문학의 살아있는 무대 춘천 실레마을 구경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