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은 우리모두의 재산이다
좌동재래시장은 해운대 신시가지 내 유일의 전통시장이다. 주로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해운대시장과는 달리 해운대 신시가지 주민들이 사시사철 다양한 신선식품과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요즘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올 정도의 맛집들도 생겨나고 있다.
● 주민편의 위해 좌동재래시장 공영주차장 확장
지난 18일에는 좌동재래시장 공영주차장이 건립되었다. 기존 재래시장 주차장으로 사용 중인 부지의 일부가 계획도로 개설로 인해 축소가 예상되자 작년에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 주차환경개선사업에 응모해 사업비 10억 8천만 원을 확보했고, 여기에 부산시와 해운대구 예산을 더해 총 18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73면의 3층(4층 면) 주차장을 새로 확보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이렇게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대부분 영세사업자인 재래시장 상인들을 지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특히 재래시장의 주된 이용자들이 중·노년층이기 때문에 재래시장의 편의시설을 개선하고 확충하는 것은 주민생활환경 개선 차원에서도 참으로 긴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적지 않은 예산, 그러니까 수십억 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서 좌동재래시장을 지원하는 만큼 그 혜택이 이용 주민들과 상인들에게 제대로 돌아가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좌동재래시장 공영주차장이 부산시와 해운대구 예산 총 18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73면의 3층으로 건립되어 지난 18일 준공식을 개최했다.
● 불법주차·편의시설 부족 여전
<해운대라이프>에서 여러 번 지적했듯이 좌동재래시장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늘어선 불법주차 차량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불법주차 차량들로 인해 차량이 뒤엉켜 도로를 마비시키는 일이 하루에도 한두 번이 아니다. 더구나 이 도로들은 화재가 났을 때 소방차가 들어오는 소방도로인데, 일부 상인들이 자신만의 욕심으로 손님들의 불법주차를 버젓이 묵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불법주차 문제는 좌동재래시장 및 인근 상인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것이다. 손님들이 소방도로에 주차하고 들어오면 다시 주차장에 주차하고 오라고 쉽게 말하기 어렵다.
좌동재래시장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늘어선 불법주차 차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화장실 문제도 있다. 좌동재래시장에는 모두 5개의 화장실이 있는데, 이 중 4개소는 남녀 화장실의 입구가 같다. 그러니까 한쪽에서 남성이 소변을 보고 있으면 뒤편으로 여성이 같은 문을 열고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구조이다. 요즘은 조그만 상가 점포도 가능하면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 놓는다. 손님들이 불편해한다는 것도 큰 이유지만, 최근 들어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몰카나 성추행과 같은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또 재래시장 규모나 이용객 수를 볼 때 장애인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남녀공용인 좌동재래시장 화장실 - 두 화장실 거리가 불과 10m 남짓이라 각각 남녀 화장실로 구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화장실 관리 역시 아쉬운 점이 있다. 좌동재래시장 관리사무소 측은 24시간 화장실을 개방하다 보니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고 변기에 넣으면 안 되는 것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어 관리에 애로가 많다고 한다. 24시간 개방의 보상으로 해운대구청에서 한 달에 8만 원을 지원받지만 그 금액으로는 청소비와 수도요금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도 좌동재래시장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은 만큼 지역의 중심유통기관으로서 이용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지금처럼 무신경하게 주민들의 불편을 외면하고 불법 주정차를 방치한다면 어느 순간에 외면받는 시장이 될지도 모른다.
● 세금으로 만든 시설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까 우려
사실 좌동재래시장은 오랜 전통을 지닌 재래시장이 아니다. 1998년 9월에 1층 건물 14개동을 건축 준공하여 설립되었으니 20년 정도 된 비교적 젊은 시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10만여 명의 거대상권에서 대형유통점포에 맞서 이렇게 활기찬 상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시장 상인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적지 않았다. 금번 공영주차장뿐만 아니라 2006년부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시설 개선 사업이 이루어졌다. 천막형 아케이드가 하늘을 덮어 비가 와도 시장 이용에 불편하지 않도록 했으며, 배수로 설치와 소방시설 개선, 화장실 개보수, 도시가스 공사, 바닥 정비 등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시장 중소 영세 상인들을 지원하고 향후 지역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지난 23일 개최된 좌동재래시장 공영주차장 준공기념 경품이벤트 추첨행사
그러나 아쉽게도 좌동재래시장 영업환경 개선이 이루어지면 점포 임대료가 올라가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고 한다. 좌동재래시장 점포 전부가 임대 점포이고 소수 임대인들의 소유이다 보니 도로가 넓어지고 도시가스가 들어와 주변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 이를 임대료 인상에 반영하는 요인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것은 시장 영세 상인들의 영업이 활성화되어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농수산물을 공급하게 되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임대인들이 영업환경이 좀 나아졌다고 해서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전통시장 지원의 근본 취지에도 벗어나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의 좌동재래시장은 상인들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 생길 당시 어린아이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좌동재래시장의 고객이 되었을 것이다. 바라건대 좌동재래시장이 편안하고 안전한 쇼핑을 위해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오랫동안 해운대신시가지의 중심상가로 자리 잡을 것이라 믿는다.
/ 신병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