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관과 신사'(1982)로 흑인 배우 최초로 오스카(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루이스 고셋 주니어가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AP통신과 CNN 등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고인의 두 아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 "오늘 아침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슬프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알리지 않았다.
영화 '사관과 신사'에서 리처드 기어를 비롯한 사관학교 생도들을 혹독하게 훈련하는 교관 에밀 폴리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이듬해 흑인 남자배우로는 세 번째 오스카를 수상했다. 193cm의 큰 키에 삐쩍 말라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기억되는 그 교관, 맞다.
1936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고셋은 고교 시절 농구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으로 쉬던 중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 것을 계기로 연기의 길을 걸었다. 16세이던 1953년 브로드웨이에 데뷔했고, 농구와 연기 특기 장학생으로 뉴욕대에 진학했다. 1959년에는 유명한 연극 '태양속의 건포도'에 출연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1961년 이를 영화화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1977년에는 미국 노예제도의 잔혹성을 진지하게 다룬 TV 시리즈 '루츠'(Roots)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사관과 신사'로 흑인으로는 처음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는 역사를 썼고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로 명실공히 인정받았다. 그는 같은 해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도 받았다. 1992년에는 HBO의 '조세핀 베이커 스토리'에서 민권운동가 시드니 윌리엄스를 연기해 골든글로브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2010년 출간한 회고록 '배우와 신사'를 통해 흑인으로서 받은 차별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당시 흑인에게 허용된 장소가 드물었던 탓에 바퀴벌레가 들끓는 모텔에 묵어야 했던 일이나, 그 뒤 배우로서 성공을 거둬 베벌리힐스 호텔을 예약하고 고급 렌터카를 몰아 호텔로 돌아오던 길에 이유 없이 경찰에게 의심받고 제지당했던 일 등이다. 그는 회고록에서 "이런 학대를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했지만, 끔찍한 대우였고 모욕적인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산책하러 나갔다가 밤 9시 이후 베벌리힐스 주택가 산책을 금지한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붙잡혀 3시간 동안 나무에 묶인 채 수갑을 차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인종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에라시즘 재단'(Eracism Foundation)을 설립해 흑인 민권운동에 앞장섰다.
2010년에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공개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두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들로 영화 프로듀서·감독으로 활동 중인 사티(50)와 7세 때 입양한 아들 샤론(47)이 있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60여년 연기 인생 내내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지난해에도 앨리스 워커의 1982년 작품 '컬러 퍼플'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으로 무대에 섰다. 오는 5월 개봉되는 애니메이션과 실사 결합 작품 '이프 상상의 친구들'이 유작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