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버는 가장의 변명
다급한 소리와 함께 툭툭 몸을 치는 느낌에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45분,
아내의 호출이다.
소변주머니를 빼고 나면 각오하는 한밤의 주기적 부름!
그래도 다행이다.
예전에 벌어졌던 2시30분의 악몽은 재현되지 않고 무사히 일을 보았다.
국립암센터에 입원했을 때 하루 밤에 두 번이나 일어났던,
넘어진 소변통과 새어서 침대를 적셨던 소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차만 타면 잠이 들거나
머리만 기대면 바로 코를 골 정도로 잠에 빠져 5분이나 10분의 쪽 시간도
잠을 자내는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나는 신경이 예민한지 귀가 너무 밝은지 그렇지 못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처음엔 병원 공동생활이 힘들었다.
밤사이 들락거리는 간호사와 아픈 소리,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늘 설치곤 했다.
그 불만의 이유가 지금은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되는지 모른다.
아내가 대,소변 장애가 일어나고 특히 잦은 소변처리 문제로 힘든 지금
만약 내가 잠이 깊이 들어버리고, 흔들어도 못 깰 정도였다면
아마 당사자인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많이 힘들었을 거다.
생각해보면 한 편 끔찍하기도 하다.
소변이 방광에 가득차서 나오지도 못하면 온몸에 과반사가 일어난다.
500씨씨를 넘어 800, 1000정도를 넘어가면 거의 졸도 직전이 된다.
온 몸은 땀으로 젖고 숨은 가쁘고 눈앞이 흐려지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실재로 충주시립병원에 있을 때 소변주머니를 차고 있는 중인데
호스가 찌꺼기로 막혀 밤새 1800씨씨까지 찬 적이 있었다.
배는 임산부처럼 부어오르고 까무러쳤는데 늦게 발견하여
수술수준으로 소변을 빼냈다.
방광에서 신장으로 역류하여 신장감염으로 상상을 넘는 일이 생길 뻔 했다.
지금은 그나마 목소리도 좀 굵어졌고 다행히 한쪽 팔이 말을 들어
부르면서 툭툭치니 다행이지만 한동안은 거의 기어드는 신음으로 나를 깨웠다.
그 소리를 듣고도 밤 1시고 2시, 3시에도 벌떡 일어나 넬라톤 도뇨를 했으니...
예민한 잠버릇에 감사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니 간병인들이 많은 돈을 요구할 만하다.
대 소변만 스스로 보아도 일이 얼마나 줄고 마음이 편하겠는가.
12시간씩 두 번 교대 근무를 혼자 다 보며 빨래 목욕 반찬까지 다 해결하고
보조침상에서 새우잠을 자는데 6-7만원을 받을 만 하다.
게다가 몸을 스스로 못가누고 대소변까지 처치로 해야하면 많은 힘이 들고
잠시도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 추가로 2-3만원을 더 원한다.
보호자나 가족도 줄 수밖에 없다.
가볍게 보조만 하며 지내는 사람과 같은 돈을 주면서 심한 보살핌을
요구하기가 미안하니...
게다가 거의 한주씩 교대로 열 오르고 재발하면 응급실로 싣고 오가고 하면
아예 힘들어 슬그머니 이유를 대고 다른 환자를 찾아 옮기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십 원 한 푼도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이지만
온몸을 던져 250만원 안팎의 지출을 막고 있는 중이다.
순전히 간병인 비용만 따져서 말이다.
지금 당장은 나는 아내보다 수입이 적다. 아니 없는 편이다.
아내는 시청에서 나오는 중증희귀난치병 간병비 지원 조금하고
장애인연금이라고 9만 원 정도가 매달 들어온다.
한때는 그것이 우리 가족의 수입 전부였다.
다행하게도 가장 염려스러웠던 나눔이 생활비 교육비를
후원성격으로 조금씩 보내주시는 분들이 생겨 나의 무거운 고민을 덜어주었다.
그래서 나보다 나눔이 이름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더 많다.
가끔은 농담을 한다.
‘니가 아빠보다 돈이 더 많으니 니가 밥 좀 사라!’ 라고...
그나마 내 명목으로 수입이라곤
글 값이라고 순전히 보태주시는 얼마씩의 돈이 전부다.
참 면목 없는 가장노릇을 하고 있는 중이다.
벌어 놓은 돈도 안 남았는데 들어오는 돈도 없으니...
그래도 가장 큰 기둥은 여전히 나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아직 나는 믿고 마음을 놓는 가장으로 대접받는다.
아마 수입 기준이 아니고 순전히 하나님을 믿는 배짱 때문인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괜찮다!’ ‘하나님이 있잖아!’하고 미루는 그 믿음!
이게 나의 변명이다.
아니면 아무 것으로도 기댈 등도 없고,
내 놓을 것도 없는 민망함을 감출 수가 없으니 어쩌랴...
지금 시간이 새벽 3시 47분,
잠이 깨어 뒤치닥거리다 이렇게 변명 아닌 변명으로
달아난 잠이 올 때를 기다린다.
맨 정신으로 기다리기엔 좀 맘이 무거워서...
(그런데 이런 사정에 빠진 이들이 병원 곳곳에 있다는 게
정말 내게 위안이 되는 걸까? 마음 아파해야 하는 걸까?
...참 그렇다.)
첫댓글 주님도와주소서
겨자씨사랑님!
그 간절하신 기도가 꼭 이루어져 많은 아픈 이들과 가족들이 좀 편해지기를 저도 보탭니다!
꼼짝할 수 없는 질곡의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군요!
그러나 그 정신은 더욱 영롱해 지는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두발로 버티고 서 있는 가장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그분의 은혜가 임하시길 기도합니다.
시간은 무섭고, 적응되는 인간의 속성은 더욱 무섭네요.
신의 축복일지도 모르지만요. 늘 은혜속에 하루씩 살아갑니다.
참으로 힘든 삶을 살고 계시군요?
하지만 그 마음은 무척 부자시고 귀족이시니,
결코 무시하지 못 할 가문인 것 같습니다
꼭 건강과 풍요를 회복하시길 빕니다
하늘에 계신 분이 아부지라면? 부자 맞지요?
어떤 신분이나 부자로 살았던 이 생명의 끝에서는 똑같아지는 나그네라고 하더군요.
모세의 고백이었지요? 광야에서 낳은 첫아들이 '게르솜' 나그네라고 했으니...
대개 아이들 이름은 부모의 사상과 바람이 나타난다는 주장이 맞다면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임니다 ^^
제 형편이야 아름다울수 없습니다.
그렇게 보일수 있다면 그건 순전히 제 뒤에서 붙들고 계시는 하늘아버지 덕입니다.
안그럼 얼마나 제 얼굴이 일그러져 있겠어요!
그렇게 보아주시니 그저 감사합니다.
쾌유를 빌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병원에서 먹고 자는 생활이 3년을 넘어 4년으로 접어들면서
가끔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립니다.
이렇게 일깨워 주시는 분들 덕에 다시 회복을 기도합니다.
그런마음 저도 많이 가졌었지요..
고통속의 삶은 내 의지가 아니고 오직 절대자이신 그분만의 것임을...
저는 모든것을 그분께 드렸어요.
제 의지로 살아내려고 버티다가 더이상 버틸수가 없ㅇㅓ서요..
그 분이 모든것을 안아주셨지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아있구요.,
아직 제가 맞갖게 살고잇질 못해서.... 앉았다 일어나기도 수시로 힘들지만,
제가 가야할 길을 찾는중이지요,.
희망님은 그 길을 잘 알고계신듯 하니... 다 잘 될겁니다..
그 분의 이름으로....
잘 이겨내셨군요.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알고 있다가도 모르게 만드는게 고난의 특성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