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날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오늘로서 3일째다. 7시에 우체국에 가면 설이 가까워져 늘어난 소포들을 각 동별로 구별한다. 주로 많은 것은 상도동과 사당동. 첫날과 둘째날에는 요령이 없어 허리힘과 무릎힘으로 소포를 옮기다가 알바 끝나고 허리와 무릎이 삐걱거렸는데, 3일째가 되자 이제 요령이 붙어서 별 힘 안들이고도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큰 소포들을 분류하고 나면 이젠 자잘한 우편물들을 분리한다. 자잘하다고 말은 하지만 그 우편물들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기계를 통해 분류를 하면서도 반나절이 넘게 걸린다. 첫날은 일을 하는 법을 배우느라 우편물을 분류하다가 화물정리칸으로 옮겨갔었는데, 이젠 일이 손에 좀 붙자 아르바이트 끝날때까지 우편물을 분류한다. 2일째에는 허리힘으로 서서 우편물을 정리하다가 밤에 엉거주춤하게 근육을 푸느라 고생했었다.
3일차인 오늘은 지난 2일의 피로가 쌓였는지 오후 1시쯤 되어서 두통이 가시지를 않았다. 가만 보니 내가 배에 힘을 준채 호흡을 어설프게 하고 있다는걸 알았다. 호흡을 바로 잡고 정리를 시작하니 계속 열이 오르던 머리가 좀 가라앉는게 느껴졌다.
3일째의 일을 마치고 바로 도장으로 향했다. 두통이 가라앉기는 했었지만, 여전히 심한건 마찬가지여서 참 움직이기 힘들었다. 마침 원장님이 계셔서 현무를 하기 전에 기치료로 두통을 가라앉혀주셨다.
직후 현무를 시작했다. 소주천의 기운을 끌어서 현무를 했는데, 왠지 오늘은 느낌이 달랐다. 알바를 하면서 몸에 쌓여가는 부담이 커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발악을 하다보니 일을 하면서도 호흡에 집중을 하는게 습관이 되었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아직 두통이 잔류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약간 아픈게 오히려 집중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곡에 접어들 무렵, 양 손 주위에 뭔가 기운이 어리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현무를 할 때는 그냥 호흡하면서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손에 어린 기운이 내개 움직일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 와중에도 의식은 어느정도 호흡에 머물고 있었다. 오히려 손에 어린 기운이 꼬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어느새 호흡이 흐려져있었다. 그래서 더욱 호흡에 집중을 해야 했다.
제작년 송년회때 송선님이 현무를 하는 것을 봤었다. 이때 선생님께서는 ‘기운을 풀 줄 안다’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오늘 비로소 이 감각을 실감한 듯 했다. 호흡에 집중을 해서 현무를 하면 손에 어린 기운이 부드럽게 길을 찾아 흐르고, 호흡이 흐려질라 치면 손 주위의 기운이 헝클어지면서 배배 꼬이는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이 감각에 집중을 하다보니 두통이 오르는 와중에도 호흡에 내맡겨 동작이 점차 부드럽고 빨라지고 있었다.
신비로운 감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한건 ‘즐거웠다’라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수련을 하면서 운기를 하거나 행공을 할 때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던 즐거움을 이렇게 확실하게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집에서 탱자탱자 인터넷으로 놀 때에는 현무를 해도 굉장히 불편했었는데, 일을 시작하고나서야 현무가 즐겁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람으로서 진척이 있어야 수련도 진척이 생기는 건가보다.
첫댓글 수고 하셨어여~
음이 있어야 양이있고... 고통이 있어야 즐거움이 있고.. 그 과정에 수련도 되고.. 그런가봅니다.^^
벌써 아르바이트 이제 오늘 부로 종지 부를 찍으시겠네요 ~^ 호신강기 괄목할만하게 땀 많이 날 정도 언제 가치 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