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낮과 밤
김이응(김영욱)
빨강 잉크로 물든 석양증후군,
파랑 잉크로 물든 코로나 블루,
당신이 어느 쪽을 고르든 마스크는 써야 한다
이곳의 프레임은 바뀌었지만 판타지는 사라져도 중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렵다
당신은 핵심을 놓치고 중심에서 멀어져 버렸다
당신은 알까
사느냐 죽느냐 그것은 양자택일이 아니란 걸,
아직 모를까
사지 선택에 적응해도 호의와 호감의 경계는 늘 예민하고 밀당이 밀담으로 바뀔 때까지 손에 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연애의 고수들이 알려주는 다양한 체온에는 남극이든 북극이든 온도 차이가 없다
녹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살살 녹는 웃음부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로라는 차갑다
그리고 오로라의 발견은 페니실린의 발명만큼 쿨하다
그렇더라도 함부로 당신의 침묵을 처방하면
드라이아이스만큼 흔적 없이 증발한다
그러나 얼어붙은 당신을 위해 압생트, 한잔,
따뜻하다
금세 웜홀만큼 나른하다면,
당신은 고양이를 닮았다
하물며 뜨겁다고 과장하면 지붕 위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미온적이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의 해답이 보이지 않는 난해한 문항일 뿐,
오답을 처리하기 위해 당장 사라지는 것이
휴거가 바캉스는 아니듯
휴가 역시 아니니까
어둠 속에 든 상자가 보인다
상자 밖으로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정확했다
아니 애매했다
절반의 확률로 살아 있을 테니
절반의 확률로 죽어 있을 테니
절대로 중립적이란 말이다
가령 상대적 증명은 블랙홀은 발견되었어도 화이트홀은 발견된 적이 없다는 물리학자들의 말을 인용하면
결국엔
변명이 가능해질까?
지금까지는 앞뒤가 없는 이야기
지금부터는 앞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
여기서 반감은 양자수처럼 줄거나 늘 수 있다
여기가 아니라면 중력은 당신의 몸무게처럼 줄거나 늘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은 정말 모르겠다
하물며 당신이 마스크에 감춘 표정은 정말 알 수 없다
비명을 질러도 우주에서는 들리지 않는다는데
울다가 웃다
웃다가 울다
당신의 저항은 무한반복이다
그는 고양이로소이다
시민박명의 시간
새벽은 지나가는 기분이다
창을 열고 환기하는
노인의 여명은 원근법이 통하지 않는다
태양이 뜨기 전
카페인 없는 커피는 분위기만 맛있다
초점 없는 돋보기가 읽어주는
눈부신 소문들은 조간신문의 차지
방구석에 고인 침묵 속에서
틀니가 딱딱거리기 시작한다
뱉어낸 타액 속으로
타인의 말이 걸쭉하게 섞여든다
무료한 오후
일 인분은 배달을 꺼리고
잔을 쥔 손이 흔들릴 때
서운함은 서쪽으로 쏟아진다
찔끔찔끔 흘리는 소주
삶에 거품이 없으면 심심했을 것이다
기력 잃은 그림자가 그려낸
지린 냄새들은 석양증후군의 실수
문을 열고 환기하는
노인의 황혼은 점묘법이 통하지 않는다
천문박명의 시간
일몰은 고양이의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