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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행 家 원문보기 글쓴이: 웃는돌
'동양의 나폴리' 라는 통영시를 지난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통영시는 과거 통영군과 충무시가 합쳐진 도시로 조선시대 3도 수군 통제영이 있었던 곳이어서 통영(統營)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통영은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좋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윤이상과 유치환 그리고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도 통영이 고향입니다. 그러니 통영을 문화 예술의 고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나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190㎞ 떨어진 이탈리아 반도의 서해안(티레니아 해)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입니다. 내가 본 나폴리는 그냥 거대한 항구도시입니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하게 거친 파도의 물살마저 후덕하게 감싸 안는 통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곳이고, 맑고 눈부신 비취색 바다가 마치 아기의 속살 처럼 순결한 통영과 찌든 공해로 더럽혀진 나폴리는 나에게 또한 비교가 아니었습니다. 그 뿐만이아니라 정겹고 따뜻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통영과 마피아의 총성과 예리한 칼날에 찢겨지는 나폴리는 과거 지난 옛 명성에 불과한 도시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통영 가기가 다소 부담될 수 있는 먼 거리지만 지금은 마음만 있다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대전 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부터는 아주 편리하게 갈 수 있게 되었지요. 좋은 사람들과 서로 마주하고 정겨운 얘기 잠깐 하면서 웃고 떠들고 휴게소에서 커피랑 주점부리 사서 먹다보니 금방이더군요. 안성에서 3시간20분 정도 걸렸습니다. 중앙대학교 사진을 함께 배우는 사람들과 함께 떠난 MT, 나는 차곡차곡 탑 쌓기한 피로가 하늘을 찌를 듯 힘들었지만 막상 아름다운 통영에 도착하고보니 내게 피곤은 순간 사라지더군요. 역시 여행은 즐겁고 내게는 무한의 활력을 리필해주는 충전소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맛뵈기 사진은 통영 중앙시장 뒤로 병풍처럼 둘러싼 '동피랑 마을'입니다. 나는 통영을 몇 차례 여행한 곳이지만, 동피랑 마을은 처음입니다. 사실 동피랑이라는 마을 이름조차도 모를 정도로 준비없이 간 곳이라 생경했습니다. 중앙시장 앞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장 아주머니에게 물어물어 이정표를 따라 조금은 가파른 언덕길을 5분 정도 걸어 올라갔습니다. 동피랑 마을은 한 마디로 달동네 마을이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정겹기만 하다고 생각한 통영 여행을 즐기기에 바빠 조금은 흥분한 나의 마음을 잠시 숙연하게 젖셨습니다. 바쁜 일상의 삶 속에서 허둥지둥 하루가 어찌어찌 하다 보면 그만 나는 지친 육체 속에서 에고의 어리석음으로 후회만 낳는데...오늘 잠시 나는 날 모처럼 돌아다봅니다. 동피랑 마을 여행은 고달픈 민초들의 삶에 흔적들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잘 나고 가진 이들만의 이야기가 중심 되어 살아가는데, 가끔은 못나고 어려운 이웃 사람들의 삶의 진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찰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동피랑 마을은 윤이상 국제음악제 축제로 빼곡한 길거리를 지나서 분주한 시장 골목을 벗어나야 되고 약간의 언덕도 올라가야 하니 가쁜 숨을 몰아 쉬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답니다. 잠시 후 일행을 맞는 것은 "동피랑에는 꿈이 살이 있습니다"라고 쓰여진 글과 벽화가 반갑다는 눈 인사를 건낼 뿐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했습니다. 문명의 기계음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찌 생각을 하면 너무나 적막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찌 생각하면 너무나 평화롭기도 하고... 너무 큰 소리를 내고 호들갑을 떨면 으앙~~ 하고 자는 아가의 눈망울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 그래서 살금살금 언덕길을 따라 오르고 골목길을 잠시 그들과 함께 어께 동무하고 걸었습니다. 고달픈 삶에 지친 영혼이 깨어나 불편을 겪지 않게 하려는 작은 마음의 배려가 더해져서...조용하게 다듬이질 치는 심장소리도 멈추고 셔터를 누릅니다. 동피랑 마을 입구에 그려진 벽화, 동피랑 마을 언덕에서 보는 섬(산)은 미륵도관광특구입니다. 강구항을 울타리처럼 빼곡하게 둘러싼 통영시가지가 이 곳에 오르면 한 눈에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동피랑마을에서 통영시를 조망하기에는 너무나 그만이지만 멀리 보이는 주차장에서 족히 20분은 잰 걸음을 걸어야 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날 선 칼처럼 예리한 바다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었을 것이고, 무더운 여름날이면 얼마나 많은 땅방울을 이마에 이고 걸어야 했을까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아파집니다. 눈이라도 내리고 길이 얼어 붙으면 삶의 고된 몸이 얼마나 더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을까요? 그렇지만 맑은 밤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말을 걸어오면 그런 시름 달래주었겠지요? 주인이 집 떠나 폐허가 된 지붕에는 각종 쓰레기 더미가 가득 올려져 있고, 그 위에는 고양이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 일광욕을 하고 있는지 우리 일행의 관심에도 무덤덤하게 한가로이 앉아 있습니다. 동피랑 마을에서는 추억을 퍼 올릴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건물이 무슨 용도에 쓰여지는지 짐작 되나요? 추억의 잔을 들자 할머니가 방 문을 열고 나오시더니 이곳으로 들어가십니다. 화장실이었습니다. ^^, 빈 집을 만나 불쑥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열린 창문에는 통영시민문화회관이 마치 이충무공 장군처럼 통영시를 바라보고 있네요. 그 아래는 남망산조각공원이 있지요. 남망산 조각공원은 15인의 세계적인 작가의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조금은 민방한 조각상도 있으니 참고하시고 사랑하는연인이 같이 가면 좋을 것 같기도 하구요. 또한 그 곳에는 청마 유치환(1908∼1967)의 시비가 있습니다. 이조시인 이영도 여사님과의 사랑을 노래한 '그리움'이란 두 편의 시와 '행복'이란 글을 올립니다. 오랫만에 아름다운 시를 감상해보세요. <그리움> 그 뿐이 아닙니다. 청마 유치환님의 '행복'이라는 시는 얼마나 외고 외면서 애정을 과시하고 써먹었던지요? 그런 추억 하나씩 갖고 있겠지요? 작은 화장실 창문에 보이는 풍경, 우리나라 화장실 중 가장 전망이 좋은 화장실로 선정합니다.^^ 오물이 그대로.... 누군가 마지막 속쓰린 배를 움켜 쥐고 배설한 뒤 그대로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냥 그대로 이 터전을 강제 집행당하는 마음이 오죽이나 쓰리고 아팠을까요? 저는 욕지기나고 냄새나고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아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더 이상 연기를 피우지않는 굴뚝에는 안녕이란 글이 적혀져 있네요. 아, 가슴이 아파옵니다. 민희네 집 안방 벽면에 붙어 있는 겨울방학 동안의 시간 계획표 어릴적에 저도 참 많이 붙였지만 며칠 그러다가 쓸모없이 폐기처분이 되어야 하는 불상한 시간표.... 이제는 더 이상의 시간표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래서 그런가 매일이 엉키는 일로 진창입니다. 2008년 12월 30일에 제작된 시간표, 차갑게 숨 머진 시간표만 붙여진 빈 집... 민희야 넌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야. 잘 지내니?? 동피랑 마을에 희망을 밝혀주던 전기줄과 숨통이 되어 준 보일러 배관.... 마치 동맥이 잘려나간것처럼 처절해 보입니다. 이기의 칼날에 잔인하게 목 잘려 생명력을 잃고 버려진 시체처럼 보입니다. 동피랑 마을 언저리를 내려오는데, 옆구리 터진 하얀 고무신이 눈에 띄었습니다. 국제상사, 고무신... 왕자표 같은데... 발 가운데 부분의 글자는 X백녀... 내가 동피랑마을을 다녀온 다음 날인 29일, 양정모 전국제그룹회장이 타게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 양전회장은 한 때 '왕자표 신발'을 생산하여 7대 그룹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한 고무신에 대한 추억은 모든 중년의 사람이면 한 가지씩은 갖고 있을 것입니다. 1970년대에는 말표(태화) 왕자표(국제) 기차표(동양)고무신이 유명했는데, 아마도 이 하햔 고무신을 보니 국제상사 왕자표 고무신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무슨백녀라고 되어 있는데...아시는분은 댓글 달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고무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2년 대륙고무공업주식회사가 '대장군표'라는 고무신 입니다. 처음 생산한 고무신은 순종에게 진상을 하여 순종이 최초로 고무신을 신은 한국인이라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이 고무신의 주인은 누굴까요? 지금쯤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시겠지요? 마을에서 내려오는 길에 담 넘어로 보이는 활어시장 노점상인들.... 통영시민의 삶에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 중앙시장 활어 골목에서 처음 맛은 쌉싸롬하고 뒷맛은 약간 달짝찌근한 멍게의 향긋한 맛, 봄 기운이 느껴지는 쑥향에 혀끝에서 녹아내릴것 같은 도다리 살결로 범벅이된 도다리쑥국의 시원하고 말할 수 없는 그 기묘한 맛, 오징어의 단백하고 쫄깃한 맛까지.... 한 잔 소주에 이 놈들을 안주 삼아 굼주리고 허기진 혀를 잠시 기절시키고 돌아왔습니다. 아참, 입안의 정리는 달콤 새콤한 딸기로 휑구고....^^왔습니다. 통영 여행 맛뵈기 사진,간단 보고 합니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 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 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울 더 의지 심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에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즈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했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첫댓글 동피랑 마을도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사라지는 곳인가 봐요. 동피랑마을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
'피랑'은 절벽이라는 통영 사투리라네요..달동네 동피랑 마을이 철거 명령이 떨어지자 전국에 잇는 화가들이 벽에 그림을 그려 아름다운 마을로 변하자 철거 명령이 취소 되었다네요..예술가들이 달동네를 살린셈이죠..ㅎㅎ
레오님 감사~~~
예전에 통영을 거쳐 욕지도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다음에 통영가게 되면 동피랑마을 반드시 둘러보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청마 유치환님의 기념관에서 시를 음미하던 통영의 기억이 새록새록~~봄향기 가득한 곳으로 좋은 그림 많이 만나고 오셨네요*^^*
어릴적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그곳에서 댕겼는데, 참 좋은곳이야, 더운 여름 밤이면 친구들과 해저터널을 오가며 놀았는데, 그때가 그립네~ ^^*
처음 맛은 쌉싸롬하고 뒷맛은 약간짝찌근한 멍게의 향긋한 맛 맨 아래 요 사진만 눈에 들어오니 웬일이래유 혜민이 데리고 답사 오세요. 이쁜모습 보고싶네요
잘 댕겨 오셨구랴 추억에 남을 만한 곳을 찾아내었구먼요. 돌님...웃는 얼굴 보고 싶네 그랴
내 어릴적 동네를 다녀 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