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씨는 돈이 얼마나 있으면 만족하시겠습니까?”
“신부님, 어려운 질문을 그렇게 가볍게 하십니까? 얼마면 만족하다니요? 돈이야 얼마가 있든 만족이 되겠습니까? 있으면 있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다다익선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면 신부님은 얼마나 있으면 좋겠습니까?”
“(베드로의 질문을 회피하는 비겁한 백 신부)그건 그렇고, 얼마만큼 돈이 있어야 부자 소리를 들을까요? 옛날에는 부자하면 백만장자였지만, 요즘은 억만장자쯤 되어야 합니다. 우리 전통 개념으로는 천석꾼, 만석꾼을 부자, 갑부라고 합니다. 부자는 좋은 것이죠?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하죠? 그런데 성경 말씀에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르 10,25)고 하십니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하다면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과 같습니다. 단지 부자라는 이유 때문에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요? 뭐, 돈을 벌기 위해서 죄를 지었다거나, 돈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르거나, 갑질에 매진하였다면 모를까. 단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는 것은 좀 거시기 합니다. 그렇죠?”
“네, 신부님, 좀 그러네요. 그럼 부자는 하느님 나라 가는 것은 영 글러먹은 겁니까? 난 부자 안 할랍니다.”
“하하, 그렇죠. 우리가 이 말씀을 들어도 당황스러운데 현장에서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어땠겠습니까? 무척 당혹스러웠겠죠? 그래서 이렇게 말씀이 이어집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더욱 놀라서,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이르셨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르 10,26-27)고 말씀하십니다. 결국 구원은 하느님께 달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영역과 능력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구원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권력으로 윽박질러서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 사랑으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구원받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선업에 힘쓰겠습니다.”
“베드로씨, 점점 신앙이 깊어집니다. 어쨌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낙타 바늘귀를 뚫지 못하는 부자가 단순히 돈 많은 사람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느님 구원사업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거나, 방해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2017 한국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답니다. 그 보고서를 보면, 부자는 막 꺼내 쓸 수 있는 현금 10억 원 이상을 저금하고, 순 자산이 110억 원 이상인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은행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겠습니다. 자, 우리가 부자 되기는 힘들 것 같고. 적어도 중산층만 되어도 먹고 살만하지 않겠습니까? 중산층을 알아볼까요?”
■ 펀펀 사회교리 퀴즈 ■
펀펀 사회교리는 지난 한 달 동안 공부한 내용과 관련, 퀴즈를 드립니다. 힌트는 5월에 게재된 내용에 숨어 있습니다.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찾아보세요.
1. 돈 대신 내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고 적립하였다가, 내가 필요할 때 다른 사람의 재능을 기부 받아서 생활하는 ‘OOOO’라는 것이 있습니다. (힌트 5월 6일자)
2. OO이란 말은 시리아 말로 ‘부(富)’, ‘돈’이라는 뜻입니다. (힌트 5월 20일자)
정답을 보내주신 분 가운데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정답을 6월 15일까지 우편엽서나 이메일로 보내주십시오. 주소와 연락처를 꼭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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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
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마산교구 사회사목 담당, 마산시장애인복지관장, 창원시진해종합사회복지관장, 정의평화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발행일2018-06-03 [제3097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