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Ⅲ-55-1]통일은 진정 꿈이련가?
한민족의 통일이 정말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미 물 건너간 꿈이라면,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는 게 나의 오랜 지론이다. 황광우(필명 정인) 작가의 『빨치산 리포트』, 그 피의 기록을 신새벽에 읽으면서 몇 번이고 진저리를 친 것은, 1982년 신입기자 시절 읽었던 광주항쟁의 기록 『시대의 죽음을 넘어 어둠을 넘어』를 읽었을 때의 매머드 충격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물론 그동안 한국전쟁의 원인이나 참상에 대한 여러 기록은 접했지만, 지리산 일원에서 근 10년 동안 벌어진 전쟁이 아닌 학살의 현장을 이만큼 리얼하게 고발한 책은 처음이었다. 이태의 <남부군>도,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담은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도 있었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생생한 <리포트>(보고서)가 아닌가. 1996년 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검은색 양장 커버로 덮인 타블로이드판 『빨치산 자료집』이 7권으로 발간된 것도 처음 알았다. 그 속에서 작가가 발견한 전남인민유격대 총사령관 김선우의 <정세보고서>와 3통의 영인편지.
남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은 이런 귀한 자료들 그리고 토벌대들이 1951년 2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보고한 사살하고 생포한 빨치산의 숫자를 보자. 사살 3만9544명, 생포 6471명.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체결될 무렵에도 살아 있었다는 1천여명의 유격대원. 북한은 이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이 대목에서 치솟는 분노를 어쩌지 못했다. 김일성의 죄상은 언제 천벌을 받을 것인가? 민족 앞에 부관참시라도 부족할 터. 김일성은 50년대 후반 박헌영을 미제 간첩으로 누명 씌워 죽였다. 권력의 속성은 진정 그런 것인가? 나는 알지 못하는 역사의 진실과 수수께끼에 절망한다. 오로지 통일을 위하여 민족의 제단에 일신을 던진 백범, 장준하, 문익환, 김낙중 선생 등 수많은 애국자들의 “한”은 언제 어떻게 풀릴 것인가.
1927년생 전북 임실에서만 올해 100번의 봄을 맞은 우리 아버지는 말했다. “말도 마라. 우리가 산 세상은. 인공때 북에서 내려온 인민군들의 죽인 사람들 숫자보다 군인들이‘자유’라는 미명으로 밀고 올라가며 죽인 민간인들이 몇 배 더 많았을 것”이라는 말이 판판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좌익활동을 했다는 이들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관변단체 <국민보도연맹>의 연맹원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정부(군경, 헌병대 등)는 또 무엇인가? 10만명이 넘는다던가? 거창, 전남 등에서 무고한 양민학살의 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역사는 응답해야 한다. 몇 백년이, 몇 천년이 흐른다해도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을 고백하고 참회하고 속죄해야 한다. 위안부를, 징용을, 징병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을 욕할 자격이 있으려면 말이다. 그들이 모두 ‘역사의 순교자’였다는 것을. 그리고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치의 요체일진대, 현재의 위정자들은 똑바로 보고, 제대로 알아서 다시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배울 교훈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친명, 친청은 애초부터 언어도단이다. 민족의 씻김굿 한마당이 펼쳐지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리박스쿨’이 웬말인가? 일본 천왕을 숭배하는 어느 아주머니와 위안부를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얼치기 지식인들은 무엇인가?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치는 친구와 국사 일타강사였다는 전머시기는 또 무엇인가? 태극기부대에 이어 ‘윤어게인’ 세력은 또 무엇인가? 다들 왜 이러는가? 모두 다 제정신이 아닌 것을.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고, 한국전쟁에서 교훈을 ‘1도’ 얻거나 배우지 못한 인간들이, 비전이라고는 ‘1도’ 없는 인간들이 설레발을 까고 있다. 아아- 저런 무도한 인간들을 싹 쓸어가는 ‘역사의 쓰나미’는 진정 없는가?
그렇다. 이 역사에 “뜻”이 없을 리 없다. 함석헌 선생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일제강점기 때부터 설파했다. 2018년 9월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다. “ 5000년을 함께 살고 고작 70년을 헤어져 살았을 뿐”이라고.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자”고 했거늘, 북조선의 천둥벌거숭이 ‘어린 존엄’은 이제 헌법을 고치며 ‘적대적 두 국가’를 말하고 있다. ‘부자 3대 못간다’는 말처럼 어찌 ‘독재 3대’를 지탱할 수 있으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역사의 순교자들이여, 조금만 더 숨을 길게 쉬자. 그대들의 안식일이 곧 올지니. 아니, 우리 민족의 안식일이 도래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