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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1. 개요
고라니 또는 보노루[牙獐, 아장]는 우제목 사슴과 고라니속에 속하는 포유류이다. 사슴과 동물 가운데 가장 몸이 작은 속의 하나이며, 허리가 아치형으로 약간 굽어 있고 목이 짧으며 엉덩이가 높다. 위턱에 길게 자라 끝이 구부러지는 송곳니로 나무뿌리를 캐거나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동아시아(중국 동부·한반도)의 고유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 멸종 위기 동물 취약 등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국고라니(H. i. inermis)와 한국고라니(H. i. argyropus)로 분류되는 두 아종(subspecies)이 보고되어 있는데, 중국에 약 3천 마리#, 한반도에 약 45만에서 75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대한민국이 최대 서식지이다. 한국에서는 전국의 야산과 하천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2. 명칭
오늘날 가장 널리 불리는 이름인 '고라니'는 본래 일부 지역에서만 쓰이던 방언이었으며, 대개는 '보노루' 또는 '복작노루'라 불렸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직후까지만 해도 '보노루' 쪽의 용례가 우세했으나, 현대에 들어 후자가 사장되고 '고라니'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고라니의 어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라니의 외형적인 특징인 긴 이빨에서 유래한 한자어 표현 '아장(牙獐, 어금니 노루)'에 대응하는 순우리말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르면 '고라니'의 '-니'는 치아를 뜻하는 '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보노루(복작노루)'는 '몸집이 작은 노루'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당시 한반도에 서식하던 '노루처럼 생긴 동물'은 '대노루(노루)', '보노루(고라니)', '궁노루(사향노루)' 등으로 구분되었다. 현대 계통학에서 노루속(Capreolus)은 노루아과(Capreolinae)에서 분리되며, 사향노루속은 사향노루과(Moschidae)로서 사슴과와 별개로 구분되는 것과는 상이하다.[1]
일제강점기 및 해방기의 전문 수렵인이었던 이상오(李相旿, 1905~1969)의 저서 《한국야생동물기 수렵비화(1971)》에는 다음과 같이 고라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노루[牙獐]는 우리나라의 특산종이며 지방에 따라서는 『고라니』라고도 한다. 몸집이 보통의 노루보다 약간 작으므로, 이것과 구별하여 보통의 노루를 『대노루』라고 하는 것이다.
이상오, 《한국야생동물기 수렵비화》 중
이 밖에 고라니를 가리키는 이명으로는 '포(狍)', '장자(獐子)', '마록(馬鹿)'[2], '미록(麋鹿)'[3], '물사슴', '한국물사슴' 등이 있다.
3. 특징
체장은 75-100cm, 체중은 8-14kg 정도로 한국의 사슴들 중 가장 작다. 꽃사슴과 같은 흰 반점형 무늬는 어미의 젖을 먹는 생후 3개월까지만 볼 수 있다. 수컷은 뿔이 없는 대신 큰 송곳니가 입 밖으로 돌출되었다.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이 이빨을 저 혼자 움직일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과시행동을 하거나 서열 다툼이나 암컷을 둔 결투를 하기도 한다. 암컷 고라니도 짧아서 겉으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입 안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다. 송곳니 때문에 영미권에서는 뱀파이어 사슴(Vampire deer), 일본에서는 엄니 노루(キバノロ)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대중들은 노루와 고라니를 헷갈려 한다. 노루는 엉덩이 색깔이 흰색이지만 고라니는 그렇지 않다. 또 노루는 수컷은 뿔이 있지만 고라니는 암컷 수컷 둘 다 뿔이 없고 수컷은 송곳니가 입 밖으로 돌출되었다. 또한 노루는 귀가 뾰족하지만 고라니는 귀가 크고 둥글고, 코 주변에 흰 털이 띠를 형성한다. 그리고 노루는 꼬리가 없거나 흔적만 있지만, 고라니는 꼬리가 있다.
밭의 작물을 마구 파헤쳐 먹는데 먹성도 매우 좋아 농가에 입히는 피해가 커서 유해조수로 지정되었다. 오죽하면 '기껏 고생해서 남 좋은 일 했다'는 뜻으로 "산중 벌이하여(농사지어) 고라니 좋은 일 했다."라는 속담이 있을까? 적상추, 고추순 따위를 좋아하고 특히 콩잎에 환장하지만 들깨는 싫어한다. 농촌 지역 관공서에서는 농정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고라니 방지망 설치를 보조해주기도 한다.
괴상한 울음소리으로 유명한 동물이다. 12 고라니가 울음소리를 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다른 고라니를 쫓아내려는 경고, 짝짓기를 하기 위해 수컷 고라니가 암컷 고라니를 부르는 구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양육. 그런데 이 울음소리가 마치 절규하거나, 술 취한 남자가 고성방가하거나, 혹은 귀신이 귀곡성을 하는 듯이 들린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한밤중에 경계근무 서다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경험이 한두 번 씩은 있고 간혹 고라니 잡으려다가 부상당하는 사람도 있어서 군대썰로도 많이 등장하는 소재이다.
사슴답게 순간적인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순발력에 비해 지구력은 상당히 약한 편이라, 지친 상태에서는 인간을 상대로 달리기에 지기 때문에 무조건 거리를 유지한 채 힘을 빼놔야 한다.[4] 일단 체력이 다 떨어지면 바로 그 자리에서 저항 한번 하지 않고 죽은 듯이 풀썩 쓰러져 체력이 회복되길 기다렸다가 다시 달아나기 때문에 생포하기 쉽다. SBS 뉴스에서도 그물에 그냥 잡힌다.#
4. 생태
주로 물가에 서식하기 때문에 습지나 갈대숲 같은 곳에 보금자리나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시골에서는 집 주변 갈대 숲에 고라니가 눌러 앉았다 간 자국이 흔히 보일 정도이다. 보통 사람이 무릎을 굽히고 앉은 정도 크기로 풀들이 눌리는데, 주변에 고라니 솜털이 붙은 경우도 있다.
물가에 서식하는 종답게 수영을 아주 잘한다. 영어 명칭인 Water deer(물사슴)나 속명인 Hydropotes[5]도 물과 관련된 뜻이다. 가끔 고라니가 아주 넓은 호수나 강을 개헤엄치면서 건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전지식이 없다면 굉장히 당황스러운 장면이다. 임신기간은 170~210일이다. 겨울에 짝짓기를 하고, 이듬해 봄에 2~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일반적으로 한 번 출산할 때 한두 마리만 낳는 사슴과 동물 치고는 새끼를 많이 낳는 편이다. 새끼를 많이 낳다 보니까, 다른 사슴과 동물에 비해 개체군이 빨리 회복되고 늘어난다.
5. 천적
천적으로는 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표범, 우수리불곰[6], 몽골늑대, 유라시아늑대, 우수리승냥이[7], 스라소니, 검독수리 등이 있다.[8], 그리고 아생화된 유기견들이 무리 사냥을 하여 고라니를 잡아먹기도 한다.
아시아오소리, 너구리, 붉은여우, 다른 맹금류들은 체구가 작은 탓에 성체는 노리지 못하고 어린 개체만 노린다. 노란목도리담비의 경우 평소에는 어린 개체들을 노리지만, TV 동물농장 2024년 8월 18일 방영분에서 해당 영상의 1분 48초부터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마리가 냇가에서 다 자란 고라니를 사냥하는 제보영상이 공개되긴 했다.[9]
일제강점기 시절 해수구제사업과 6.25 전쟁 등의 여파로 상위 포식자들이 한반도에서 절멸했기 때문에 고라니는 포식자가 드물어진 산천에서 너구리나 멧돼지와 함께 매우 번성 중이다. 물론 그렇다고 천적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어서 우수리아시아흑곰, 노란목도리담비, 수리부엉이, 검독수리 등이 고라니를 사냥한다. 하지만 이들은 고라니를 드물게만 사냥하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새끼만 잡아먹기 때문에 고라니 개체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10]
6. 멸종 위기
고라니는 한반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나, IUCN 적색 목록에서 멸종위기등급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생존위협과 번식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절멸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한 생물종임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유해조수로 사냥 허가가 날 정도로 드글드글하게 많은데, 이는 전 세계의 고라니 중 90%가 한국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고라니 분포 한국 고라니 분포 iNaturalist에서 목격된 전세계 고라니 분포[11] 원래 화석 기록으로 보면 동아시아 전체에 서식하였으며, 일본 열도, 타이완, 베트남에서도 서식한 듯 보이지만 멸종된 원인은 불명이다.[12] 북한에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오래전부터 서식 중인 동물이나, 동북부 함경도 권역 일대, 특히 위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다시피 함경북도에 가까운 곳에는 원래 없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러시아의 표범&호랑이 보호구역인 표범의 땅 국립공원(Земля леопарда)에 고라니가 새로 서식하기 시작해 북한에서 두만강을 건너와 서식 영역을 넓혔다고 추측되는 중이다. 50년대에는 함경남도 남부의 산에도 고라니가 처음부터 없던 것을 황해도 구월산 고라니를 가져다놓으니 번식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
IUCN 적색 목록에서 고라니를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한 것과는 별개로, 한국에서는 고라니가 지나치게 개체수가 많고 농가에서 고라니에 의한 피해 사례가 많은 탓에 유해조수로 분류했다. 시기와 구역을 지정해 사냥을 허가하며, 환경부의 통계에 의하면 매년 족히 16만 마리 이상은 포획된다.[13] 사냥이 허용되는 지역은 시기에 따라 바뀌며, 허용되지 않은 지역에서 잡거나 올가미(올무) 등 불법 수렵도구를 쓰면 밀렵으로 간주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 고라니가 밭에 나타났다면 전문 엽사를 부르는 게 낫다. 움직임이 빨라서 잡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령 잡더라도 가죽에 벼룩이나 이, 작은소참진드기 따위가 있을 수 있어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에는 워낙에 득실거려서 사람과 접촉하며 피해가 많지만, 중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본래 사람의 영향이 있는 곳에서는 서식하기 힘들다고 한다. 경계심이 많은 동물일수록 사람과의 접촉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한국에는 곳곳에 산지와 잘 보호된 갈대밭이 널려서 고라니가 사람을 봐도 적당히 도망가거나 숨을 곳이 많아 사람의 영향이 경감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예전부터 개체수가 많았던 것은 아닌데, 1971년에는 1km2당 0.4마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 916호로 지정되었다. 북한의 정식 명칭은 "구월산 복작노루"이다. 양강도 지역(함경도 권역)에서 고라니 복원을 추진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모양.#
중국에서도 보호 구역을 여러 곳 만들었지만 위험할 정도로 개체수가 감소했기에, 세계자연보전연맹은 한국에서도 사냥 허가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 서식하는 고라니 추정 개체수는 대략 70만 마리로, 사냥으로 죽는 개체가 1년에 약 16만 마리 이상, 로드킬로 죽는 개체는 1년에 약 3만 마리 내외, 그 외에 부상, 조난, 밀렵 등으로 집계가 안 된 사망 개체를 추산하면 매년 20만 마리 정도가 죽는 듯하다. 국제적 멸종 위기 동물이 이렇게 많이 죽어나가니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걱정하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러시아 연해주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관찰된 적이 있다. 2020~21년 들어 기존에 고라니가 나타나지 않던 연변, 연해주 일대에 고라니가 관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이런 상황이면 그동안 고라니를 보기 힘든 북한 함경도 북부에서도 관찰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고라니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호랑이나 표범, 늑대와 같은 상위포식자가 절멸했고[14], 경쟁자가 될 만한 대륙사슴, 노루[15], 사향노루가 절멸수준으로 줄어버려 인위적으로 아무리 많이 잡아도 금방 불어난다. 한반도의 환경은 공식적으로 천적이 적고,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보다 더 위험한 서식지 파괴도 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미미하기에 고라니에게는 이상적인 조건들만 모인 낙원이나 다름없다. 도심지 또한 약간의 자연은 있기 때문에 강남을 비롯한 도심지에서도 출현한다. 고라니 관련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의 고라니 분포 비율은 2010년 이후로 1km2당 8마리에서 늘지도 줄지도 않고 절묘하게 균형이 유지된다. 천적이 없다시피 한 환경에서 인위적 개체수 조절로 70만 마리 가량 있는 셈이다. 만약 개체수 조절이 없다면 카이바브 고원 사건처럼 지나친 번식으로 큰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것이다.
고라니는 태어난지 8개월 쯤 되면 번식에 돌입하며 수명도 10년이 넘기 때문에 긴 편이다. 게다가 번식할 때 새끼를 많으면 6마리나 낳을 수 있다. 그렇기에 천적을 인위적으로 절멸시킨 한국은 고라니의 무제한적 번식으로 이미 카이바브 고원의 상태의 직전에 도달한 상황이다. 만약 몇년간 개체수 조절을 하지 않는다면, 1년에 1.5배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더라도, 8년 가량이면 1000만 마리가 넘게 된다.[16] 그렇기에 국가에서 1년에 개체수의 3분의 1 가량인 20만 마리 가량을 사냥하여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6.1. 대한민국 야생보호종
2020년 11월 27일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야생 고라니의 사적인 포획 및 채취가 멧돼지, 청둥오리, 꿩 등과 함께 금지되었다. 다만 농업에 끼치는 피해가 막대해서[17] 유해조수 지정은 유지된다.#
어디까지나 아무데서 멋대로 잡는 것만 불법화된 것이지, 지역, 방법, 기간을 지정한 사냥 허가는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며, 특정 구역에서 사냥이 허가된 기간 동안 1명당 3마리까지 잡을 수 있는 것이 기본이다.[18]# 농업적 피해를 본 뒤 공공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면 역시 사냥 및 포획이 진행되고 있다.
7. 이용
가죽은 너무 약해서 쓰지 않는다. 얇고 조직이 치밀하지 못해 잘 부스러지며 털은 멧돼지 털처럼 뻣뻣하고 잘 빠진다. 과거에는 신발 안감 등 피혁 목적으로 썼던 모양인데 고려사에 원나라 조공물로 고라니 가죽을 바친 기록이 있다.충렬왕 21년(1295) 을미년 기록
우제목 동물이 대개 그렇듯 고기 맛은 나름 괜찮지만 사슴과인데다 야생동물이라 고기와 혈액의 누린내가 세다. 특히 수렵, 포획으로 잡은 개체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실핏줄이 다 터지고 총을 맞거나 부딪치면서 여기저기 상하기 때문에 후처리를 해도 냄새를 다 지우기 어렵다. 너무 늦기 전에 도축 경험자가 파복(破腹)[19]해 내장을 제거하고 할랄 미트를 처리하듯이 피를 최대한 빼면 수렵한 고기라도 먹을 만한 수준은 된다고 한다. 전문적인 엽사들은 포획 후 가져가도 되는 경우 머리와 내장을 바로 제거한다. 하지만 보통은 농가에서 해수구제를 위해 (불법적으로)[20] 덫을 놓거나 하여 만신창이가 된 사체를 갖다 버리기도 마땅찮아 냉동실에 얼려두고 자가소비하는 정도에 그치므로 어디 가서 맛있는 고라니 고기를 대접받을 기대는 않는 것이 좋다.
지방이 적어 온몸이 사태살같으며 성체라도 15kg가 안되는 작은 동물이라 고기를 큼직하게 발라내기도 어렵다. 구우면 퍽퍽해지기 때문에 구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사슴고기를 다루듯 양념에 재어 불고기나 장조림을 한다거나, 냉동을 해 두었다가 조금씩 떼어 찌개에 넣는 등 낮은 품질의 고기를 쓸 만한 요리에 넣어 푹 익히면 그럭저럭 먹을 수 있다. 지방이 적으니 말고기처럼 잡은 지 30일 이내의 괜찮은 고기를 4~5일 발효숙성하고 어떻게든 냄새를 잡아 육회로 먹으면 괜찮을 법하지만 야생동물은 반드시 근육과 살 틈틈이 기생충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 예컨대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한 출연자가 언제 죽은건지 정확히 알 수도 없는 고라니의 시체를 그 자리에서 해체 후 육회와 생간 취식을 했는데, 역겨운 것은 둘째로 치고 출연자에게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다.영상[21]
종합하면 가죽도 못 쓸 물건이고 고기도 냄새 제거가 힘들어서 도무지 산업적으로 이용 가치가 없는 야생 동물이다.[22] 고라니가 고기든 가죽이든 쓸 만하다면 벌써 사람들이 잡아다 키워서 팔았을 것이다. 고기 맛이 더 좋고 더 크게 자라며 가죽도 쓸 만하고 값비싼 녹용이 나는 사슴 농장도 장사가 잘 안 되어 폐업하는 형편이다. 녹용도 채산성 문제로 러시아산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젖을 떼지 않은 새끼 고라니의 반추위 속 반쯤 소화된 젖을 아동의 소화불량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워낙 흔하다 보니 역설적으로는 동물원에서 보기 힘든 동물이다. 국내에서 고라니를 전시한 동물원은 국립생태원이 유일하다.[23]
7.1. 길들임 사례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어미 잃은 새끼 고라니를 키우는 사례가 여럿 소개되는 편이지만, 사실 고라니는 새끼를 안전하다 판단하는 곳에 숨겨 놓고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로 어미를 잃고 기다림에 지쳐 은신처에서 나왔다가 인간에게 발견되어 보살펴지는 개체도 없진 않겠지만, 보통은 구조가 아니라 유괴다. 그러니 만약 혼자있는 고라니 새끼를 본다면 제발 가만히 내버려 두자.
젖먹이 때부터 돌봐주고 키우면 강아지처럼 애교도 부리고 의외로 사람을 잘 따르곤 하지만, 가축화는 쉽지 않다. 고라니는 어디서든 먹을 게 널린 초식동물이라 어느 정도 성장하면 주인이든 부모든 의존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주인 또는 부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떠나려고 한다.
게다가 약한 초식동물은 안전에 더욱 예민해서 인간의 애정 어린 손길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과민 반응하며 도망치려 든다. 보통 초식동물들은 주변에 자신과 같은 동물이 아닌 생명체가 있으면 잡아먹힐 수 있다 생각하여 불안해하기 때문에 항상 탁 트인, 퇴로가 뚫린 공간을 선호한다. 그런데 한국인이 사육하는 집은 이런 환경을 제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24] 고라니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담을 높게 쌓고 집을 지어주면 고라니는 공포를 느끼므로 구속 장비를 때려부수고 우리를 넘으며 불안하다고 울부짖는다. 그리고 특유의 단말마 비명 같은 울음소리가 인간에게는 아주 학을 떼게 하는 수준이라,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방생이라는 명목으로 내쫓는 경우가 대부분. 혹은 고라니가 구속된 상태에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체온이 너무 올라 열사병으로 죽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주종 관계, 부모 자식 간의 애정도 유아기 때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시피 하니 선의로 길러줘도 대부분 인간에게나 고라니에게나 그리 좋지 않다. 강원도 산골 등지에서 키우다가 못 견뎌서 풀어주면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도망쳐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풀려난 고라니들도 사람 손을 탔기 때문에 무리에게 따돌림 당하고, 좁은 집에서 성장하느라 달리는 근육 등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곧 포식자들에게 최후를 맞는 경우가 많다.[25]
8. 로드킬
만화 '사슴은 자살 xx들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원래는 고라니가 아니라 사슴을 그린 만화지만, 국내 고라니의 사례와 정확히 일치한다.
길고양이[26]와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이다. 2022년 기준으로 3년간 4만 3천 마리가 로드킬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멧돼지, 너구리, 노루 같은 녀석들이 기껏해야 수십 마리쯤 치일 때 2천 마리가 치이는 수준. 심지어는 로드킬당한 고라니 시체를 파먹던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차에 치어 죽는[27] 2차 사고까지 발생한다. 이렇다 보니 교통표지판의 야생동물주의 표지 모델이 고라니이고, '고라니는 자동차 앞에 튀어나오는 게 본능이 아니냐.'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아주 작은 동물은 아니라서 달리는 차와 충돌하면 고라니는 죽지만 차도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 소동물 로드킬에 비해 더 위험하기도 하다.
고라니 로드킬을 피하려면 경적을 울려서 깜짝 놀래켜 피하게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소리는 이런 초식동물들이 인간보다 더 잘 들으며, 다른 소리를 듣고 우선 피하는 버릇이 있어서 빨리 피하고 본다.
자동차 전조등은 너무 밝아서 고라니의 안구가 빛을 그대로 반사하므로 상향등을 까딱까딱 올려 경고해줘도 고라니가 아예 인식을 할 수 없으니 소용이 없다.[28] 빛이 약해서 인지했다면, 고라니 입장에선 압도적인 체구의 포식자와 눈을 마주쳤다고 생각해버린다.
설령 고라니가 차를 인지한다 해도, 고라니같은 중형 초식동물은 상대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피하기 어렵다 싶으면 되려 기다리다 한번 제대로 들이받는 것을 선택한다. 상대가 나보다 명백히 빠른데 등을 돌리고 달아나는 것은 무방비하게 등을 내주는 삽질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육식동물들도 오늘 사냥하다 다치면 내일 굶어죽기 때문에 완전히 노출된 환경에서 상대가 준비자세를 취하면 생각보다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고라니의 발굽은 단단해서 무른 흙에서나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스팔트처럼 단단한 표면에서는 쉽게 미끄러진다. 때문에 급하게 도로를 건너려다 발을 헛디뎌 주저앉으면서 허우적대는 고라니를 쳐버리는 사례도 수없이 많다.
그러니까 차도처럼 탁 트인 곳에서 고라니보다 훨씬 큰 차량은 뭘 해도 고라니의 마음을 돌릴 수 없고, 막판에 피하기 위해 방향을 트는 것조차 포식자가 자기 목줄기를 노리고 고개를 틀었다고 간주하므로 이쪽도 같은 방향으로 결국 달려들어버린다.
야생동물 전반에 해당하는 내역이지만, 고라니가 차에 치인 경우나 차에 치인 고라니를 발견한 경우 추가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직접 수습하려 하지 말고 해당 지자체에 연락해 처리 및 안내를 받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고라니의 생사 여부나 신고한 도로 분류에 따라 도로관리청이 나뉘며, 지자체에 따라 대응부서가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 고라니는 중대형 동물인데다 진드기 등 기생충도 있어 개인이 치우기 쉽지 않다. 게다가 치울 때뿐만 아니라 방치될 경우 후속사고의 위험이 아주 높다.
문제는 이런 민원 신고를 받아도 담당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난감하다는 것이다. 해당 관리주체에 해당하지 않는 관공서가 치우러 나갈 경우 월권[29]이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다 같은 공무원이겠지만 실제로는 단순 떠넘기기가 아닌 정말로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이라는 말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있다면 정부민원콜센터 110으로 안내한다거나 처음 접수받은 공무원이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면 최대한 빨리 해당 관할로 이첩하는 등 대응 매뉴얼을 개정해야 하는데 미뤄지는 실정이다. 즉 후속사고위험이 큰,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관할을 따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애꿎은 민원인-공무원이 현실에서 갈등하는 실정이다. 충주시 유튜브가 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충주시 고라니 민원 유튜브
이젠 주차된 차에도 들이박는 방문서비스까지 진행 중이다.#
이에 빗대어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를 유발하는 무개념 교통약자들을 'X라니'라 부르기도 한다. 보행자를 보라니, 무개념 자전거 라이더들을 자라니, 무개념 오토바이 라이더들을 오라니, 무개념 전동 스쿠터(킥보드) 라이더들을 킥라니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 그들의 실태에 대해서는 자전거/대한민국 문서 참고.
여기에서 유래해 배틀그라운드 등 자동차로 사람을 쳐 죽일 수 있는 게임에서 사람을 차로 쳐 죽이는 행위를 '고라니'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