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혜화동 벙개, 20일 아침 5시 반에 출발, 여수 오동도, 순천 낙안읍성을 둘러보고 송광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따뜻한 남도 바람이 여행의 순조로움을 알리는 듯 했다.
21일 조계산자락의 따스한 아침햇살을 뒤로 하고 다시 순천을 지나 광양으로 가는 중에 농부님의 전화를 받았다. 하동까지 둘러보고 농부님댁을 찾아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반가운 전화였다. 광양 5일장을 구경하고 있으라고..아드님 볼 일로 광양으로 나오시는 김에 우리들 데리러 오신다는 것이었다. 그 덕에 광양 시골장을 구경하는 행운까지 맛보게 되었다. 시장 초입부터 가득 쌓여진 딸기며 참외 등 갖가지 과일에, 갖은 생필품에, 서울고속터미널에서 본 속바지, 조끼 등도 즐비하고 특히 뒷길쪽으로 가니 여러 가지 조개에 해삼, 굴, 장어 등이 그득하였다. 농어촌 산물이 고루 풍부하니 이 동네 사람들 먹거리가 좋겠구나 하는 부러움이 들었다. 서울에서야 오만가지 다 있지만 이렇게 제 땅에서 나는 것 곧 바로 사 먹는 맛에 비기랴! 대야 같은 플라스틱그릇에 가득 담긴 먹음직스런 딸기와 갓 잡은 듯한 굴을 좀 사고 드뎌 농부님과 각시님과 도킹! 그래도 전날 벙개 때 만났기에 대번에 알아봐 주시니 흐뭇~ 간만에 만난 친척만큼 반가웠다.
그동안 사진과 글을 통해 수없이 본 집이니, 농부님집은 자주 온 것처럼 모두가 눈에 익었고 홍순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 해주었다. 각시님은 식사 준비를 하시고 농부님과 우리는 마당 한쪽 밭에서 쑥부쟁이를 캤다.ㅎㅎ 늘 해보고 싶었던 일, 봄 되면 나물 캐는 일... 늘 도시 속에서 특히 3,4월이면 특히 더 바빠 엄두 못 냈던 일...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어느 해 2월말 안중 숙부님댁에 가서 냉이 캐던 일 빼고는... 아 작년 4월에 선릉갔다가 쑥 캐던 일...오죽하면 이 다음에 나물계를 만들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고 작은 잎새들... 쑥부쟁이를 말로만 들었지 요렇게 귀여운 나물일줄이야...
동네 형님이 오시고 우린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며 매화나무가 있는 마당식탁에 점심상을 차렸다. 어느새 각시님이 뚝딱! 묵은김치 고등어지짐에 쑥부쟁이무침, 달래겉절이무침, 석쇠에 구운 조기, 굴과 해삼, 이 집의 맛난 갖가지 맛난 김치로 밥 한 그릇을 봄하늘과 같이 먹었다. 아참, 매실주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맛난 것이었네... 한 두잔은... (참, 농부님댁에 머물면서 얘기하랴 구경하랴 먹느랴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나질 안았다. 도서관 사진 찍은 것 밖에 없다. 얼마나 좋아서 ㅎㅎ대느라 그랬는가...)
점심을 먹은 후 농부네 도서관 구경을 하고 하동으로 나갈 채비를 하였다. 참, 농부각시님 마음이 얼마나 고우신가? 나갔다 우리가 오면 곧바로 저녁 준다고 또 할머님 저녁시간 행여나 늦어질까 같이 안 가신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농부님께서 계속 같이 가자~ 하시고(혹시 후한이 두려워?...) 우리도 같이 가입시다 하니 못 이기는 척 운전대 잡으시니... 웬걸 남정네들 저리가라 쌩쌩 운전도 너무 잘 하시네여. 매실농원 들려서 평사리 갔다가 시인 박남준네로 들리신단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다. 역시 하늘은 착한 이에게 복을 준다.
항아리 가득한 청매실 농원에 들렸더니 농부님네가 잘 아는 농원아가씨가 특별서비스로 매실차와 매실정과 등을 내 놓는다. 근처를 한 바퀴 구경하고 하동 평사리로 가는 길은 고불고불 에스자만 계속 나온다. 길게 늘어진 섬진강변을 달리니 마음도 편안하고 푸근하였다. 요사이는 구경꾼들이 적을 때라 그러나 판소리도 없고 좀 쓸쓸하였다. 최참판댁에서 두 분이 같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급하게 셔터를 눌렀다.
(다음에 계속...)
첫댓글 아~!오동도.그 용굴앞에서 울 옆지기가 나랑 결혼하기로 맘을 정했다는거 아닙니까!즐겁고 따뜻한 나들이였군요.부럽습니다. 잘 봤구요.
송간님, 반갑습니다. 저번 벙개 때 못 뵈어 아쉬웠지요. 요번에 갔을 때 나이드신 부부가 손 잡고 앉아 계십디다. 참 아름다워 보였지요. 나중에 송간님네 모습이겠네요~~
아직은 덜 핀 여수 오동도 동백꽃, 용굴 앞에서 흰민들레, 여수 앞 바다, 순천 낙안읍성(성 위를 걷는 맛은..), 송광사 저녁 때 나의친구, 농부네도서관에서 각시님과 나, 하동 평사리 최참판네집에서 농부님과 각시님...
2편 볼라고 그냥 빨리읽고 갑니다. 그런데 위에 초가집 마을이 그냥 장식용이요? 아니면 진짜로 사람들이 살아요?
그 동내는 사람이 삼서 농사도 짓고 밥이나 막걸리도 폴고 글그만요!
네~~ 빨래 널은 집들이 많이 보였고, 민박한다고 써 붙은 집들도 많았어유~~
다음 편으로 넘어 갑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