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황토 사랑방' 마당 그네에 앉아서...<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있나>
남편의 솜씨,
부엌 안 쪽 씽크대 앞에 서 있는 분이 '황토 사랑방' 안주인, 소박하면서도 지성미가 풍기는
여인이었다. 암에 걸려서 오래 살지 못한다 했는데, 이곳에 들어 와 살면서 암도 다 낫고
지금은 아주 건강해 져서 한 번에 70명분 식사도 만든다고 한다.
불치병이라는 암을 극복했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고, 병 든 아내를 위해 직장 그만두고
산골에 들와 산 남편도 보기드문 분이라 생각 되었다.
저절로님댁으로 가다가 길 옆 숲에서 산딸기를 따는 남편, 옆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저절로님이 사시는 초막이 있다. < 초가집은 아닌데 너무 작아서 그렇게 불렀다.>
하회마을 입구에서 만난 백련,
혼자 아침 산책을 하면서 먼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남편이 찍었네..
연꽃이 지고나면 이렇게 연밥이 생긴단다. <나락이 아빠 설명,>
네잎 크로버 찾느라 여념이 없는 남편, <지금 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다고...그곳 날씨가 무척 덥고 기숙사에는 아직 전화가 안되어서 봉사단
사무실에 와서 전화를 한단다. 그리고 기숙사 에어컨은 아주 고물이라 찬바람이 잘 안나온단다.
고생이 무척 많을텐데 걱정이다. 건강하게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길 오늘부터 매일 묵주기도를
바칠련다. 자기야, 그동안 잘 해 줄때보다 속 썩여 줄 때가 더 많아서 미안해, 마음으로 반성하고
기도할께, 사랑해요. >
밥 먹으면서 바라 본 주문진항,
사진 찍으시는 저절로님을 나는 뒤에서 찍었다.ㅋㅋ
남편 솜씨
남편이 눈 빠지게 노력하며 찾은 네잎 클로버, 찢어진것도 벌레 먹은것도 있지만 다 소중하다
메꽃, 남편이 뜯어서 말리라고 해서...나중에 편지로 보내야겠다.
지난 주, 그 옛날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다는 먼 나라 우즈베키스탄으로 2 년간
봉사 활동 떠나는 남편이랑 장기 이별 위로? 여행을 며칠 다녀오기로했다.
첫날은 고우회<고스톱 모임ㅎㅎ> 회원들하고 양수리 사슴농장 에서 1박을 했다.
사슴 피도 먹고 육회도 먹고,,, 그래서 지구 온난화로 유독 더울거라는 올 여름을 거뜬히
이기자는 목적으로, ㅋㅋ 농담이고, 아마도 기후도 나쁘고 환경도 열악한 후진국으로
봉사하러가는 우리 남편에게 몸보신을 시켜주고싶은 우리 회원님들의 정성어린 호의가
숨어 있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그 호의를 무시하고 피도 육회도 둘 다 먹지 못했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생피나 날고기를 먹기에는 우리는 비위가 너무 약했기때문이다.
더운 나라로 고생하러가는 남편, 또 늘 몸이 허약한 나는 필히 먹어야 한다고 눈 딱감고
먹으라고 난리들을 쳐 댔지만, 우리 부부는 결국 로스구이를 해서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사슴고기, 어린놈이라고 하더니 그래선지 생각 외로 살이 연하고 냄새도 별로 없고
그런대로 먹을만해서 상추에 싸서 많이 먹었다.
다음 날, 회원들과 헤어져서 제천 선산에 가서 성묘를 하고,계획했던 강릉으로 가려고
영동고속도로로 들어가다가 '주천' 이라 쓰여진 이정표를 보았다.
보는 순간 작년에 가 뵈었던 저절로님이랑 그렇지님이 생각이 나면서 주천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보고 강릉으로 가지말고 주천으로 가자고 했더니 남편도 선뜻 그러자고 한다.
그렇게 해서 저절로님을 만나 반갑게 해후를 하고 근처 황토 사랑방'이라는 민박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동화 구연 작가라는 안주인이 직접 마련한 푹 무르게 찐 호박잎에다 된장 찌개,또 마늘을
넣지 않은 몇 가지 산나물 무침의 식단은 남편입에 완전히 맞춤식사였다..
"정말 맛있습니다. 이 호박잎은 제가 젤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연신 탄복을 하는 남편 옆에서 나는 끄떡 끄떡 고개로 맞장구를 치면서 밥 한공기하고도
반 공기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저절로님의 초막에 가서 저절로님의 사진 작품을 구경 했다.
숲속 풍경, 달, 구름, 석양, 꽃등 거의 자연을 소재로 한 사진들은 우리 부부의 눈을
온통 매료시켜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그림을 좋아하는 남편은 갈대가 무성한
사진 하나를 메일로 받기로 약속을 하고 거의 10시가 넘어서 다시 '황토 사랑방'으로 왔다.
소나무판자 천정에 황토벽으로 된 자그마한 방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황토기운때문인지
오염 되지 않은 깊은 산속의 공기때문인지,전 날 피곤이 다 풀린듯 몸도 마음도 개운했다.
아침식사 역시 된장 찌개에 가지나물, 비름나물등 남편이 좋아하는 시골밥상으로 식사를 하고 ,
우리를 만나러 영천에서 올라오는 형제보다 더 가까운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나락이네를
만나러 안동으로 가다가 풍기에 들려서 내가 젊어서 공황으로 고생할 때 오셔서 돌봐주시던,
이제는 팔순을 훌쩍 넘기신 남편의 친척 아주머님을 만나 뵈었다.
점심도 못멕여 보내서 어쩌냐고 안타까워 하시며 "이제 다시 볼 날이 있을란가,
자네가 와줘서 참말 고맙네,"하시며 내손을 잡고 대문까지 나오셔서 배웅을 하시는 아주머님과
애잔한 이별을 하고 우리는 다시 고속도로보다 더 좋은 국도를 타고 안동으로 향했다.
처음 가 보는 안동, 나락이네가 정해 놓은 한정식집에서 조촐하면서도 깔끔한 점심식사를 했다.
특별하게 감칠맛은 없지만 소박한 맛에 물김치랑 식혜를 섞어놓은듯한 안동식혜가 그 고장의
별미라는데 내 입맛에는 그져 그랬다.
점심을 먹고, 영국여왕까지 다녀갔다는 그 유명한 하회마을에 갔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더워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얼굴은 홍당무가 되니, 마을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 거리 6k를
도저히 걸어 갈 엄두가 나질 않아 조선 선조시대 문신 유성룡의 형인 유운룡의 종택이라 하는
양진당만 둘러보고 도로 나왔다.
나중에 날씨가 선선한 가을에 다시 오기로하고,
저녁을 먹고 근처 후즐근한 모텔에 들어 가 쓰러져잤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거의 10시다.
일요일이니 오후가 되면 도로가 막힐게 걱정스러워 부랴 부랴 샤워를 하고 길 떠날 준비를 했다.
서울로 출발했다.
보람이 있는 이별 여행이었다.
첫댓글 이여행이라시니 도 못하고 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셧군요 아직도 소년 소녀같은 마음에 저도 절로 그시간으로 돌아가는것 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안하시길 바랍니다^^
햐- 제가 살고있는 인근 하회마을을 지나서 동해로 가셨군요,참 안타깝습니다.줄리아님,^ 이양이면 잠깐 들려주셨으면 영주한우도 맛을 보여드렸을 텐데요. 어쨋던 즐거운 여행 되셨다니 고맙습니다. 가내 행복하세요.^*!! 기행문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