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번씩 번갈아가며 문장의 앞뒤 주어를 바꿔 말하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야영지는 바닷가였지”라고 적은 뒤에 “바닷가는 우리의 야영지였지”라 적고, “파도 소리가 못다 한 이야기를 데리고 갔네”라는 문장 다음에는 “못다 한 이야기는 파도 소리가 데리고 갔네” 이렇게 다시 앞뒤를 바꿉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말과 글은 순서를 바꾼다고 해서 의미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간혹 도치법(倒置法)처럼 강조의 의미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은연중 사용하는 말의 순서에는 미세한 마음의 결이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날이 춥다, 보고 싶어’라는 문장이 ‘보고 싶어, 날이 춥다’와 같은 듯 다른 것처럼. ‘이제, 너와 나는’라는 말보다 ‘너와 나는, 이제’라는 말이 어쩌면 더 슬픈 것처럼.
〈박 준 / 문학집배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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