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찾아준 노인수발보험
[강원일보 2006-09-27 00:03]
나는 아내와 함께 조그마한 분식점을 운영하며 부모님과 두 아이들과 넉넉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자식으로서 드러나게 효도라고 말 할 만큼 부모님께 해드린 것은 없지만 부모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큰 걱정 없이 살아왔는데 몇 개월전 어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시면서 그 충격 때문인지 아버님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가족들도 잘 알아보지 못하시고 평소 하시지 않으시던 여러 가지 이상한 행동들도 하시고 대소변 관리도 하지 못하시는 상황이 발생했다.
무엇보다도 자꾸 밖으로 나가시려해서 누군가는 꼼짝없이 함께 지켜드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우리 가족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형제들이 있으나 모두 맞벌이에다 아버님을 모시려고 다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는 형편에 나 또한 분식집을 아내나 나 혼자 꾸려나가기엔 배달일을 함께 해야 하므로 힘든 상황이었다.
식당에 나와도 수시로 아파트에 혼자 계시는 아버님을 뵈러 가봐야 했고, 하루 종일 불안하고 걱정스러워서 도무지 장사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한밤중에 집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어지럽혀진 집안일을 정리하고 아버님을 씻겨드리고 그 시간에 종일 혼자 외롭고 힘드셨을 아버님을 생각하면 피곤한 몸을 쉬이 뉘일 수도 없었다.
그즈음 강릉시와 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수발보험시범사업을 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생각났다. 동사무소와 건강보험공단에 신청절차를 문의하고 도움을 받을 길이 없는지 상담했다.
노인수발보험! 이 제도로 인해 우리가족들이 수개월간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
아버님과 같이 중풍이나 치매 혹은 노인성질환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전문수발요원이 방문하여 식사, 목욕, 가사지원,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전문요양시설입소 서비스, 주야간보호 서비스 등 여러 가지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했다.
아내와 나는 상의 끝에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너무 힘이 들어 전문요양시설에 모시는 방법도 생각했으나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뵐 수 있어 밤에 좀 힘이 들지만 그 방법이 더 맘이 편할 것 같았다.
아침에 아버님은 우리와 같이 출근을 하면서 헤어질 때 천진난만하게 미소로 작별을 말하시고 저녁에 함께 만나 즐겁게 저녁식사를 한다. 다행스럽게 아버님은 주간보호를 이용하시면서 화장실 사용도 가능하게 되셨고 그곳에서 친구들과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며 아이들처럼 즐거워 하신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내게 하셨던 것처럼...
물론 차량을 이용한 이동 서비스도 제공된다.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지고 노인수발보험제도 이용에 접근했으면 아버님도 우리 가족들도 조금 덜 힘들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지난 몇 개월간 대책없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금은 더 많은 욕심을 내고 싶진 않다.
아버님의 증세가 물론 정상적으로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온 가족이 일손을 놓고 아버님께만 매달려 힘들어 하지 않고 각자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계신 동안 지금처럼만 행복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제완 강릉시 교동
첫댓글 이 노인수발보험은 어디에 가입하는 것이며 그 보험료는 어떻게 되나요?
다행 이십니다....이런 좋은제도가 있는 줄 몰랐네요...노인수발보험은 어디에 알아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