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레오어미를 청북신도시의 한방병원에 데려다 주고서는 바로
귀가하여 양평동 홍사장을 기다려, 미리 준비해 둔 계약서에
날인하면서 7년 동안 적조한 가운데 쌓인 회포를 나누었다.
아이엄마가 일요일에 퇴원하기까지 집이 비게 되므로
레오를 외갓집으로 데려와 지내기로 하였는데, 발등이
가려워 자꾸 긁으므로 빈센트에서 지은 약을 봄소아과에
보여주고 소아자반증에 유용하다는 약을 지어왔다.
집에 와서는 아이가 제법 걸었지만 다음날엔 다시 반점이
심해지고 보행이 어려워 염려가 되었다.
새해 첫날엔 교중미사에 참례하면서 고백성사를 보았다.
분노와 격정과 함께 나를 절망과 좌절의 문턱에 이르게하는
모든 일을 하느님과 성모님께 맡기며 살아가는 태도야 말로
새해를 맞아 습관으로 정립해야만 할 필수적인 덕목임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항상 주님과 함께 머물수 있도록 수시로 각오를 다잡는
가운데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는 걸 다짐하게 되는 기회였다.
주님의 자녀된 자로서 주님과 함께 머물면서 매사를 주님께 아뢰고
여쭙는 것보다 소중한 덕목이 어찌 나의 삶 속에 있을 수 있겠는가?
<예수님께서는 그런 제자들에게 한마디만 건네십니다. “와서 보아라.”
중요한 것은 함께 머무는 일입니다. 저마다 다른 뜻과 바람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것을 서로 다른 것으로 놓아둘 수 있는 일,
쉽지 않지만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가는 길에 필수적인 과업입니다.>
신정이라 레오아비가 쉬는 관계로 레오부자가 함께 아이엄마의
병문안을 간 틈을 타서 수원유통센터로 가 아이에게 먹일 것을
구입해가지고 귀가하였는데, 막상 도착하여 식자재를 살펴보니
적절한 식자재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2일엔 할매가 오전중 요가를 하러 간 탓으로 아이랑 지내다가
다른 일을 보지 못한 채 오후를 맞았고, 아르딤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라는 통지가 왔으므로 가는 길에 둥지나래도서관에 들러
빌렸던 책을 모두 반납하였다.
불과 닷새 동안이지만 아이에게 익숙한 베개와 베이비로션을 찾아
가져와선 아이에게 주었는데, 연말엔 뛰고 계단까지 내려가던 아이가
아픈 다리로 기어다니는 까닭에 편히 누워서 유튜브를 볼 수 있도록,
엄마가 쓰던 방에 비치한 컴퓨터를 침대에서 무선마우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하면서 와이파이 수신이 원활하도록 배치해주었다.
체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토록 활달하고 명랑하던 아이가
아기마냥 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어제 새해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커트하고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공감의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호흡기 진료를 함께 받고 싶었으나 내과 송원장이
비번인 터라서 왼쪽 어깨만 한 시간 가량 치료하고 돌아왔다.
조국장관의 인사청문회로 촉발된 검란 때문에 마음을 졸이다가 다행스럽게도
연말에 공수처법이 통과되면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연말연시의 번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몸과 맘이 해이해진 채로 지냈으나, 올해부터는 새로와지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국가의 토대를 다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사랑하는 나의 손주들은
조금이나마 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키우면서 부끄럽지 않은
할아버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