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선교지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아야 했다. 재정이 모두 바닥이 나버렸다. 심지어는 주택 임대료 마저도 확보하지 못했다. 할수없이 한인교회를 목회하는 동기에게 부탁해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도와줄만한 힘이 있는 분들 20명에게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나님은 단 10%인 두명에게만 도와줄 마음을 주셨다.
그 때 나는 깨달았다. "아 하나님은 내가 사람에게 구걸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구나". 그 뒤로는 절대로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다시 임대료를 지불해야할 시기가 도래했지만 너무 막막했다. 그래서 동원한 방법이 마이너스 통장대출이었다. 비자갱신을 위해 11월 중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지역 카페를 통해 시청에서 기간제일자리 모집광고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앞뒤 가릴 것 없이 지원해 일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12월초 면접을 보고 일정에 따라 현지로 귀임을 했더니 얼마 후 선발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1주일만에 아내를 남겨둔채 혼자만 귀국해 주민센터에 배치돼 행정보조 업무를 하면서 발등의 불을 끄면서 한해를 보낼수 있었다. 혼자 남아있던 아내는 생전처음 겪는 나홀로의 생활을 더이상 견딜수 없다고 호소해 결국은 예정보다 빨리 귀국하고 말았다.
어느덧 재정위기 돌파를 위해 급히 귀국한지가 오늘로 꼭 6년이다.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6년이 지나가버렸다. 20년초 부터 중국을 휩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지복귀는 접어둘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일 저런일로 부업을 하면서 지난해까지 경제활동으로 필요한 재정을 해결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18년도 늦가을 오랫동안 서로의 생사도 모른채 지내던 생모를 기적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몇년 후 모친은 별세를 하면서 나의 목회 30년에 해당할 만큼의 퇴직금을 물려주셨다. 22년도부터 코로나가 물러나고 다시금 항공편이 재개됐지만 그동안 선교지의 상황은 날로 악화되어 외국인의 종교활동은 더욱 족쇄가 강화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어찌할바를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다시 년말이 닥쳤고 보험드는셈 치고 내년도 일자리에 지원을 했으나 낙방하고 말았다.
하나님은 지난주 꿈속에서 선발이 된 것으로 응답을 주셨었다. 그런데 몇일전 갑자기 탈락했다는 깨달음을 주셨다. 그러면서 초조한 마음에 발표를 기다렸더니 정말 예감 그대로 어제 오후 발표에 나의 명단은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 모두도 탈락하였다. 아마도 처음으로 지원한 분들에게 기회를 준 모양이다.
몇일전 하나님은 나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셨다. 기도의 사명이다. 그동안 기도에 대해 수없이 많이 교육도 받았고 노력도 했다. 하지만 이번의 기도에 대한 깨달음은 전혀 달랐다. 기도를 해야할 근본적인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다. 어쩌면 내년도 일자리에 선발되지 않음도 그러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일 것이다. 그리고 보니 처음에 선발됐다는 응답을 받고 몇일이 지난 후 하나님은 기도에 대한 놀라운 까달음을 주셨고, 불합격이라는 암시도 주셨음을 알게 되었다.
선교사로 현지에서 사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를 품고 하나님의 역사를 위해 기도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무엇을 하든 기도로 사역하는 일은 더욱 귀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