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옥
--마드리드 책의 밤
문 정 희
초저녁 마드리드는 소나기에 갇혔다
세계 책의 밤! 세계도 책도 밤도 넓기만 하다
퇴적층을 뚫고 뿌리 하나가 솟듯이
은발의 평론가가 대뜸 물었다
당신네 나라의 감옥은 어떻습니까?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투쟁으로 사형수였던 분이
대통령이 된 후로 감방마다 TV도 있고
난방도 비교적 잘 되고 있다고 해요
당신네 나라의 감옥은 어떻습니까?
나날이 범죄가 증가하여 수용이 넘쳐나요
프랑코 시대도 아닌데 정치범? 혹은
마약과 성범죄등인가요?
어느 시대나 미운 놈은 많죠, 게다가
고통도 자유도 인터넷도 널려 있으니까요
인간은 육신이 감옥 아닌가요
(앗,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작가는 수갑보다 입마개를 더 싫어하죠
오늘은 책의 밤, 책처럼 완성된 사물도 없는데
자꾸 인간에게서 밀려나고 있네요
피와 살이 숨 쉬는 문학은 오래 살까요?
글쎄요. 시인은 언어의 감옥에서
늘 탈옥을 꿈꾸는 수형자
침묵으로도 자유를 표현할 수 있어요
감옥은 사방에 널려 있으니까요
시인의 노래는 결국 감옥의 노래입니다
쉬잇! 너무 과장 미화하지 마세요
시가 달아나요
---애지 겨울호에서
문정희(文貞姬); 1969년 등단 후 시집; <나는 문이다> <카르마의 바다> <작가의 사랑><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외 산문집등 다수
시선집 <지금 장미를 따라>외 다수
영역시집<Wind Flower>등 여러 언어로 번역됨.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등 다수 스웨덴 시카다상(2010)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