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토요일 (홍)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제1독서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 21,4ㄴ-9<또는 필리 2,6-11>
4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5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6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7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8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9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3-17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13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들어 올려져야 ”
고대 그리스의 신화의 인물인 아스클레피우스(희랍 Asklēpios Ἀσκληπιός ,
라틴 Asclepius)는 아폴로와 코로니스 사이의 아들인데, 의료와 치유의 신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휘장에도 뱀이 감고 있는 지팡이가 있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는
뱀이 감겨져 있는데, 현대 의료의 상징으로 새 날개 밑에 쌍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세계의사 협회나 심지어는 한국의사협회의 상징도 아스크레피오스의 지팡이에 쌍뱀이
감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울러 유전자정보의 집합인 게놈(Genom)은 뱀 두마리가 서로
몸을 꼬아서 올라간 쌍두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희랍시대 훨씬 전인
수메르 제국의 인장에도 이 쌍 뱀이 등장합니다.
공교롭게도 구약에서도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를 감고 있는 뱀처럼 민수기에서도
장대에 매달린 구리 뱀이 등장하고 이것이 죽음으로 백성을 살립니다.
민수기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광야에 물이 없다는 이유로 하느님의 일에 불평을 하다가
하느님께서 보내신 불 뱀에 물려 죽을 지경이 됩니다.
사람들은 모세에게 몰려와서 하소연합니다. 그래서 모세가 백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장대를 높이 세우시고 구리로 불 뱀을 만들어 걸어 놓게 합니다.
그렇게 하여 불 뱀에게 물린 사람들은 높게 세운 장대에 밤을 걸어 놓고 바라보게 합니다.
그리고 뱀에 물린 사람들은 그 뱀을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치유가 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제일 혐오하는 우상인 구리 뱀을 만들라고 하신 하느님의 명령은
이해하기가 어렵고 후대 왕정시대에 와서는 이것 때문에 고심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하지만
히즈키야 왕(기원전 745-717년)은 그의 종교 개혁으로 뱀을 부서뜨립니다.
“그는 산당들을 없애고 기념 기둥들을 부수었으며, 아세라 목상들을 잘라 버렸다.
그리고 모세가 만든 구리 뱀을 조각내었다. 느후스탄이라고 불리던 그 구리 뱀에게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때까지도 향을 피웠기 때문이다.“(2열왕 18,4)
예수님께서는 장차 당신 자신이 매달리실 십자가를 광야에서의 구리뱀으로 들어
설명하십니다. 사람들은 주님께서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에 그 때에는 아무도 이해할 수
가 없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 3,13-14)
이스라엘 사람들은 물이 없다고 하느님께 불평하다가 뱀에게 물려서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높이 올려진 뱀의 모형을 보고 다시 살아납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아버지께 순명하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높이 매달리시고 죄로
죽는 이들이 주님을 바라보면 다시 살아나는 것입니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15절)
고대 그리스의 신화의 인물인 아스클레피우스(Asclepius)의 지팡이에 매달린 뱀들이
의료와 치유의 상징이듯 주님께서는 민수기의 구리뱀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죽음에서 치유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 십자가에 바치신 그 희생제물로 우리가 구원됩니다.
우리가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아무리 이해될 불평이라도 죽음과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불평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그것은 나를 망가트리고 또 그것을 듣는 이웃도 망할 뿐
아니라 분열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전염병도 엄히 다스렸지만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는 불평도 불 뱀을 보내실 정도로 엄하게 다스리셨습니다.
불평보다는 칭찬과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립니다.
출처: 구름 흘러가는 원문보기 글쓴이: 말씀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