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물론 끊으시면 더 좋구요..저 이상하게..요즘 조금씩 좋아지네요..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버티다 보니..제가 몸에 맞지 않는 것들을 썼엇나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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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뷰] 담배 만드는 사람 조시형
2002.10.5.토요일
딴지 사회부
올해 상반기는 금연열풍의 한 해였다. 뭐 매년 반복되는 것이긴 하지만 연초부터 몇 달간 거센 금연 열풍이 휘몰아쳤었다. 담배 소비량도 한때나마 꽤나 줄어들었다. 그 열풍의 한 원인은 얼마전에 타계한 고 이주일씨가 모자 쓰고 나오는 공익광고였고...
(이 대목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아뿔싸 벌써 10월이라니. 석달만 더 지나면 한 해가 또 가고, 또 9시 뉴스에서 금연을 얘기하는 계절이 되는 건가...)
금연으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이 증진된다면야 뭐 당연히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울상을 지었을 것 같은 사람도 있다. 고 이주일 선생의 장례식 소식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 전, 그를 찾았다. 담배인삼공사에서 신제품 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한쪽에서는 죽어라고 담배가 나쁘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죽어라고 새 담배를 개발해 내는 세상...
담배인삼공사 중앙연구원 신제품개발 팀장, 조시형 책임연구원이 본 이너뷰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미 몇차례 매스컴을 탄 적이 있다. 국내 유일의 시끽 전문가라고 말이다. 지난 10여년간 나온 국산 담배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쳐 나온 것들이다.
차를 시험삼아 몰아 보는 것은 시승이고, 음료수를 시험삼아 맛보는 것을 시음이라고 한다. 시끽... 어째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담배를 태워보고 그 맛을 평가하는 직업이다.
이너뷰는 10월 2일 수요일 오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KT&G 중앙연구원 그의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우선 개인적인 질문부터 몇개.
- 이런 전문가가 우리나라에 몇명이나 있는지?
담배를 개발할때 성분분석은 기계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냄새나 맛은 기계가 못하고 사람 입이나 코로 해야 한다. 그걸 하는 사람들이 우리 연구원에 20명 정도가 있는데, 소정의 테스트를 거쳐서 선발하는데 한달에 5만원 정도 수당을 주고 있다.
- 그걸 무슨 전문가라고 부르는가?
시끽(試喫)이라고 한다. 시험삼아 담배를 태운다는 건데, 일단 냄새를 잘 맡아야 되고, 맛을 잘 구분을 해야 되고...
- 그렇다면 이 일을 하기 전에 원래 애연가였는지?
나는 원래 담배를 태우지 않았다. 78년도에 입사했는데, 개발하는 과정에서 내가 맛을 모르고는 남의 말만 듣고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배들에게 담배를 배웠는데, 가공하지 않은 잎담배로 시작했다. 원래 담배는 가공을 하고 향료를 넣게 되면 본래의 맛이 없어진다. 그 원래의 맛을 알고 있으면, 개발하는 과정에서, 아 이건 무슨 성분이 너무 많구나 너무 적구나 감을 잡을 수 있으니까 유리하다. 그래서 3개월 정도 잎담배로 담배를 배웠다.
- 그러면 전에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이 더 좋았던 셈인가.
그렇다. 더 좋았다. 원래 제품 담배를 피웠던 사람들은 감각이 좀 무디다.
- 고 이주일씨 돌아가신 게 담배 때문에 아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본인 입으로도 '선암' 이라고 했었다. 그 암은 암은 암이지만 대기오염 때문에 생긴 것이다. 대기 중에도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등이 다 발암물질이다. 그런데 금연단체에서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담배 때문에 걸렸다고 말을 바꿔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주일씨를 좋아했고 암 걸렸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는 동정심도 있었는데, 나중에 말을 바꾸고 나서는 솔직히 실망했다. 지난번 그분 영결식이 TV에 나올때엔 돌려버렸다.
- 얼마전에 레종이 새로 나왔는데.. 본인이 직접 느끼기에 제품 결과에 만족하는가?
히트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담배엔 타르라는 성분이 있는데, 보통 담배 뿐아니라 연기에서 생기는 진을 타르라고 한다. 담배연기에서 생긴 타르는 담배진인데, 옛날에 필터가 개발되지 않았을 때엔 한 개비에 40mg 정도씩 나왔는데, 지금은 각종 기술 덕분에 많이 낮아졌다. 우리나라 담배가 세계에서 가장 타르 함량이 적은 축에 들어간다. 5.8mg 정도 되는데, 일본이 7, 미국이 11, 중국이 15~16 정도 된다.
타르를 낮추는 방법 중에 하나는, 필터에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데, 밖에 있는 공기가 많이 들어가면 타르 함량이 내려간다. 그런데 이 희석률이 올라가면 담배가 잘 안 빨린다. 그래서 무작정 공기를 많이 넣을 수가 없다. 맛을 유지하면서 타르 함량을 낮추는 방법이 어려운 기술이다.
우리나라 담배가 대개 5에서 7 정도인데 레종은 3mg이다. 그런데 이게 초저타르라는 걸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잘 느끼지 못한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 담배 제조 기술이 선진적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물론 1mg 짜리도 외국에는 있지만, 내가 만든 1mg짜리보다 외국 것이 결코 더 좋지 않다.
- 뇌에 니코틴이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기술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기술이 미국 필립 모리스사가 가장 뛰어나서, 담배에 화학약품을 첨가해서 혈관으로 니코틴을 주사하는 것보다 시간이 반밖에 안 걸린다고 하던데..
니코틴은 몸에 축적되는 게 아니고 세시간 정도면 체외로 나가 버린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타르이고,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거는 니코틴 때문인데, 과거 외국에서는 화학약품을 첨가해서 니코틴 흡수를 잘 시키게 했었다. 지금은 각종 규제 때문에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 그런 화학약품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인가?
아니다. 그건 허용이 되어 있지만, 가령 예를 들어서 니코틴 1mg 이상은 안 된다 하는 규제가 있다.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 양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그런 걸 쓸 필요가 없게 된 거다.
- 담배 한 종류에 첨가물이 몇 종류나 들어가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599종이다. 우리나라에선 전체 약 200종 정도가 쓰이고 있다. 한 종류의 담배에는, 가령 레종의 경우에는 20종 정도가 쓰였다. 코코아, 글리세린, 설탕 등등 별거 다 들어간다.
글리세린은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보습제이고.. 담배가 마르면 독해진다. 그리고 코코아나 설탕 같은 것은, 그냥 태우면 독할 뿐더러 연기가 많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맛을 순화시키고 연기를 많이 내기 위해서 넣는다. 연기가 많이 나야 입에 꽉 차는 느낌도 있고 해서 좋다. 시각적인 충족감도 있고.
담배를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한다.
- 그렇다면 시제품을 태워 보고, 아 이건 무슨 성분이 조금 모자라다, 이거는 좀 많은 것 같다, 이런 걸 감지해 내는 게 본업인가?
그렇다.
- 다른 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무슨 담배 피웠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저 사람은 무슨 담배 피우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 그는 담배를 개발해 내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희귀한 종류의 직업에 종사한다. 담배, 특히 국산담배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최근의 금연운동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당연히 담배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읽으시면 되겠다.
그의 책상에서 나온 저 많은 라이터들
- 하루에 세갑을 태운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개비 수로는 아마 그거보다 많겠지만, 태우는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시끽할 때는 끝까지 다 태우는 것이 아니라 한모금이나 두모금 피워보고 마니까.
- 금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아직은 없다. 몇년전에 KBS 한 프로그램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다. 그 해 연초에 9시 뉴스 때마다 3개월동안 계속해서 담배를 깠다. 그래놓고는 미안하던지 담배의 긍정적인 면도 보여준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 프로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했다.
그런데, 갔더니 순환기내과 과장이 몹시 비웃는 표정을 짓는게 아닌가.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는데, 기관지 내시경이 그 정도로 고통스러운 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차라리 연구소를 그만두면 그만뒀지 그 검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시간 정도 걸렸는데 정말 초죽음이 됐다.
검사 결과 너무 깨끗했다. 담당 과장이 악수를 청하면서 솔직히 얘기를 하는데, 아까 감정 콘트롤을 못해서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면서... 얼마나 TV에 나가고 싶으면 그 고통스러운 걸 하겠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었다. 자기도 담배를 피우는데 차마 검사를 못해봤었는데, 자기보다 많이 피우는 사람이 이렇게 깨끗한 걸 보니 반갑다면서 악수를 청해왔었다.
- 그럼 담배가 필요악이라든가, 좋은 것이라든가, 기타 등등 담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 편인가?
항상 사람들이 그걸 물어본다. 니 와이프가 담배를 피운다거나 애들이 피면 어쩔 거냐고. 나는 말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지, 여자니까 안 되고 애는 안 된다는 거는 아니다..
단, 미성년자가 피우는 것은 안 된다. 우리나라 금연운동에도 문제가 많다.
- 금연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왜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얘기해줘야 한다. 담배가 무조건 나쁘다고 하니까 효과가 없는 거다. 그게 얼마나 청소년들에게 와 닿겠는가.
나는 청소년 상대로 담배에 대한 특강을 하는데, 이런 얘기를 한다. 담배에 해로운 성분 중 하나가 일산화탄소인데... 모든 성분이 완전연소가 되면 물하고 탄산가스밖에 안 남는데, 불완전연소가 되기 때문에 진도 생기고 질소화합물도 생기고 일산화탄소도 생기는 거다. 그 중 일산화탄소는 산소와 양분을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에 작용을 하는데, 산소와 헤모글로빈이 결합하는 힘보다 일산화탄소와 결합하는 힘이 300배가 강하다. 연탄가스에 질식하는 이유도 방안에 산소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산소가 있기는 있지만 헤모글로빈이 일산화탄소하고만 결합하기 때문에 몸에 산소 운반을 못 해서 죽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성장하는 중에 담배를 피우게 되면 산소운반을 못해서 뇌의 성장에도 문제가 생기고 기억력도 감퇴되는 거다, 다 큰 다음에 판단해서 피울려면 그때 피워라.. 라고 얘기를 해 준다.
- 성인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고 보는가?
그렇다. 내뇌혁명이라고 전에 감명깊게 읽은 책에서도 하는 말이, 담배를 피워서 생기는 해로움보다는 이게 건강에 나쁠텐데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훨씬 몸에 더 해롭다, 운동 섹스 뭐든지 지나쳐서 나쁠게 없다, 이왕 피우려면 적당히 피우고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자...
-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담배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점인 것 같다.
그러니까 뭐 기관지가 안 좋다든가 하는 사람은 알아서 안 태우면 되고, 이왕 피우려면 걱정하지 말고 즐기면 된다 이거다.
쓰레기인지 뭔지는 몰라도
담배로 꽉 찬 대형 비닐봉투가 쌓여 있는 건물 내부
- 그렇다면 매스컴에서 주도해서 일어나는 금연열풍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본하고 담배를 공동 개발하면서 같이 일을 해 봤는데, 일본은 금연이라는 말을 안 쓰고 분연(分煙)이라고 한다. 나눠서 태우자는 말이다. 피울때와 안 피울때, 피우는 사람과 안 피우는 사람을 구분하자는 거다.
10년전에 일본도 지금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금연열풍이 강하게 불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왕 그럴 바에는 쓸데없이 돈을 쓰지 말고, 안 피우는 사람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장소를 분리하고, 피울때와 피우지 않을 때를 구분하도록 하자는 쪽에 지금은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처럼 건물 전체가 금연구역인 경우가 별로 없다. 재떨이가 있는 곳에서는 피워도 되고 없는 곳에서는 피우면 안 된다, 하는 원칙이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 우리처럼 아예 못 피우게 하면 다 숨어서 피우고 그러지...
- 분연운동은 그렇다면 일종의 예절운동인 셈인가?
그렇다. 거기도 담배연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일본 담배갑에 쓰여 있는 경고 문구를 보면, "흡연은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흡연에 주의하십시오. 흡연 매너를 지킵시다" 라고 돼 있다. 우리처럼 폐암 운운하는 얘기는 없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금연열풍이 어느순간 갑자기 확 일어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복지부에서 할일이 없으니까. 뭐 이슈가 있어야 되니까... 그리고 대통령이 안 피우니까.
- 개인적인 생각인가, 아니면 이쪽에 종사하는 분들은 비슷하게 생각하는가?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한다. 과거에 전두환 노태우 때는 대통령이 태우니까 그땐 금연 말도 못 꺼냈다.
- 그럼 이번 대선에서는 담배피는 후보를 지지하는지?
담배 피는 후보가 있다면 지역과 당을 다 떠나서 무조건 지지하겠다.
- 노무현 후보가 담배 피우지 않는가?
그렇다.. (웃음)
참고로 최근에 노무현 후보가 담배를 끊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진짜로 끊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 금연운동 단체에서 압력이나 그런 것은 없었는가?
그런 것은 없었고, 담배 때문에 소송이 걸린 사람들이 접촉을 해 오는 경우는 있었다. 내가 자료를 주면 자기들에게 유리할 수도 있으니까...
- 간접흡연 문제도 있는데
나는 간접흡연에 대해서는 시각을 달리한다. 물론 담배연기 중에 발암물질이 있다. 그런데 절대적인 양으로 보면 미미하다. 발암물질은 주로 단백질이 탈때 나온다. 숯불갈비집이나 고기집에 가면 고기 탄 연기가 자욱한데, 거기엔 담배의 몇만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그리고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도 석면인데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그게 얼마나 나오겠나. 자동차 매연도 그렇고.. 그런 연기하고 담배연기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담배연기만 매맞을 이유가 없다. 담배연기는 독특한 냄새가 있으니까 몸에 훨씬 나쁘겠구나 하는 심리적인 이유는 있을 수 있겠지만...
- 얘기 들어보니까 그런 것도 같다. 고기 냄새 때문에 폐암으로 죽었다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연기를 안 나게 하는 기술도 개발이 되어 있다. 아직 소비자들한테 가지 않아서 그렇지...
일반 담배와 연기가 나지 않는 담배의 사진 비교. 연기는 담배가 타면서 생기는 겉표면의 균열 부분에서 나오는데 (좌) 무연담배는 균열부위 없이 탄다(우)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내던지는 운전자들, 육교 계단 같은 좁은 공간을 걸어가며 앞에서 후 담배연기 내뿜는 사람들, 그런 담배 매너를 먼저 강조하는 게 더 좋은 방향일 것도 같다.
그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비흡연자들이 원치 않는 담배연기를 맡아서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그 상황을 없애는 것이 담배피우는 사람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대안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뭐.. 담배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의견이 갈라질 터이니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도록 한다.
만난 김에 평소에 담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궁금증들.. 가령 군용 담배엔 정력감퇴제가 들어있다든가.. 군 담배는 찌끄러기 모아서 만들기 때문에 더 독하다든가.. 기타 양담배에 대한 의문점들 등을 물어보았다.
- 우리 나라 담배 제조 기술이 일본보다 앞섰다고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담배 제조기술이 선진적인데 왜 외국 담배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보는가?
담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비자 조사를 많이 한다. 소그룹별로 조사를 해 보면 답은 명확하다. 튀고 싶어서... 더 멋있고 보이고 남보다 튀어 보이니까. 그리고 국산 담배는 디자인이 촌스러워서...
외산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 오히려 맛에는 좀 둔감한 편이다. 눈을 가리고 실험을 하면 5:5나 오히려 국산담배 선호도가 높은데, 오픈 테스트를 하면 그게 뒤집어져버린다.
- 그렇다면 외산 담배 피우지 말자는 입장인지?
글쎄, 꼭 그렇지는 않다. 입맛에 맞으면 피우는 거지.. 다만 이런 거는 있다. 미국에서 파는 말보로와 한국에서 파는 말보로는 맛이 다르다. 우리 입맛에 맞추려고 맛을 바꾸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따라올 수가 있나... 외산 담배가 마케팅 능력이 훨씬 뛰어나기는 하다.
그런데 내가 피우지 않는 외산 담배가 딱 하나 있다. 중국산 담배. 그거는 무슨 물질이 들어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거북선도 단종된 이유가, 거북선에 들어가는 향이 쓰면 안 되는 물질로 바뀌면서, 그걸 안 쓰면 맛 자체가 달라져버리니까 단종시킨 거였는데... 중국 담배는 그런 규제 자체가 아예 없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마케팅 쪽에 주력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일본하고 같이 일하면서 기술적으로는 배운게 별로 없고 그쪽으로 많이 배웠다.
- 그러면 민영화가 빨리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정부 지분이 11% 있는데, 이게 곧 처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국정감사도 받아야 되고 여러가지...
- 지금은, 만약 레종이 나왔다 치면, 디스에 더이상 주력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이런 구조가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복수의 회사가 나타나야 마케팅 쪽이 발전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꼭 복수의 회사가 필요한 건 아니다. 일본은 109종의 담배가 유통되는데 회사는 우리처럼 하나다. 다만 일본은 브랜드 매니저라고 있어서, 자기가 맡은 브랜드를 가지고 서로 팀끼리 경쟁을 한다.
우리의 단점 중 하나는, 제품의 생명이 너무 짧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현재 27종인가 그런데, 앞으로는 단종을 시키지 않고 가짓수도 늘릴 것이다.
'관능검사실'이라는 방의 이름이 야릇해서 한번 들어가 보았다.
영어로는 sensory test, 즉 시끽하는 방이었다. 독서실처럼 칸막이 된 자리가 있고, 각각의 자리는 우측 사진처럼 간단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 새 담배가 나오면 과거에 있던 담배 질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인가?
양심을 걸고 얘기하는데 그런 일은 없다. 그런데 향이나 재료의 기술이 점점 발달되니까, 더 좋은 것에 적응되면 옛날 것은 입맛에 잘 안 맞는 것이다.
- 군담배에 정력감퇴제 얘기도 있었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닌가?
그렇게 만들 수가 없다. 왜냐면 한번 작업하는 물량이 가장 작은 게 6천킬로그램이다. 포장할때도 한개만 따로 넣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중 한 개비는 정력감퇴제가 들어있다는 말이 왜 나왔냐면, 옛날에는 지금처럼 손으로 하지 않고 아줌마들이 손으로 작업했다. 그런데 이 아줌마들이 완전 기계 뺨쳤다. 한번 잡으면 20개가 잡히는데, 그냥 20개가 아니라 7개 6개 7개로 딱 잡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끔 20개에서 모자라거나 남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하나를 더 넣을때 거꾸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공장을 실제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 청와대 들어가는 담배는 따로 만든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6천키로를 같이 작업한다. 그래서 따로 만드는 건 아닌데, 청와대 들어가는 담배는 경호팀이 들어와서 입회를 한다.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는 거 아닌가 해서... 그리고 포장도 따로 했었다.
- 공항 면세점에서 파는 담배도 똑같은가?
그렇다. 따로 만들 수가 없다.
- 과거에 연기를 보고 양담배 단속을 했었는데, 실제로 연기 색깔을 보고 구분해 내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 첨가제에 따라서 연기 색깔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 옛날 담배 보면 담배에 세자리 숫자가 쓰여 있었는데 그게 제조한 곳 번호인가?
맨 앞에 백단위 숫자는 제조한 기관, 즉 공장 이름이고, 뒤의 두개는 기계 번호이다. 불량이 발생했을 경우에 어디서 잘못 되었는지 알아야 하니까.. 지금은 그렇게 겉에 쓰여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다. 우리는 어디인지 다 안다.
- 어디에 있나?
담배하고 필터하고 겹쳐지는 곳 안쪽에 있다. 까 보면 숫자가 나온다. 거기에 없는 경우는 담배갑 아래쪽에 프레스로 찍혀 있다. 또 소프트 포장의 경우, 은박지를 까 보면 거기에 찍혀 있다.
- 지금까지 개발한 담배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담배는?
지금은 레종을 피운다. 제일 순해서 다른 건 너무 독하게 느껴진다.
과거에 개발한 담배 중에서는, 가장 수명이 짧았던 담배가 있다. 순한 태양. 마일드 썬. 그 담배가 굉장히 좋았는데 빨간색으로 포장을 잘 못해서 단명했다.
- 빨갱이 뭐 그런 거 때문에?
그 때 분위기가 소비자들이 빨간 거 자체를 싫어했다. 사회적인 반공 분위기 때문에...
두번째는 글로리. 그 담배도 굉장히 좋았던 담배인데, 마일드 세븐 영업사원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지만... 그 담배 피우면 대머리 된다는 소문을 퍼뜨려서 그것도 6개월만에 없어졌다.
독자 여러분들도 들은 적 있으신지? 본 기자도 그때 그 소리 듣고 질겁해서 그 담배를 멀리했었다. 가뜩이나 없는 머리숱, 담배 피워서 빠지면 큰일나지...
- 최악의 담배를 하나 꼽으라면?
한라산. 내가 그 담배를 개발할 때는 지금하고 달랐는데, 출시 직전에 보고가 올라갔는데 그때 결재권자가 감기가 들었다. 코도 맹맹하고 맛도 잘 못 느끼는데, 한번 피워보고는, '이 담배 좀 약하지 않아요?' 하고 한 마디 했는데 모여 있던 사람들이 비위 맞추느라 맛을 바꿔버렸다. 처음에 설계할 때는 초코렛 향을 35그람으로 했는데 그게 60그람으로 바뀌어 버렸다.
- 최고 결재권자라면?
그때는... 전매청장. 이게 우리나라 결재 시스템의 문제다.
- 다음에 기획하는 담배는?
1mg 짜리.
- 보통 새 담배 개발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드나?
보통 일년 정도.
- 올림픽을 기념해서 88 담배를 만들었는데, 월드컵때 2002 담배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안 나왔는가?
있었다. 지금 제주도에만 한정판매하고 있는 '시즌'이라는 담배가 원래는 2002나 02 라는 이름으로 한일 공동으로 기획한 거였는데, 금연 월드컵을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 이름을 못 쓰게 됐다. 일본 쪽에서는 팔팔 뛰었었고...
S자를 빨갛게 해 놓은 이유는 soccer를 의미하기 위해서였다.
본 이너뷰를 위해 대전으로 달려갔던 두 기자, 편집장과 뚜벅이는 둘 다 흡연자이다. 편집장은 아직 담배를 끊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인간이고, 뚜벅이는 올 초 금연열풍에 휩쓸려 석달 넘게 담배를 끊었으나 다시 행복을 찾겠다며 지금은 열심히 담배를 피우는 인간이다.
이 두 인간과 담배 개발하는 책임자가 만났으니 담배에 대한 나쁜 얘기가 나올리는 당연히 없었다. 그러나 본지, 담배 피우라고 흡연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니 괜한 시비는 걸지 마시라.
헤비 스모커였다가 2년 넘게 금연에 성공하고 있는 본지 총수의 말.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다. 영원히 참는 것이다....
매일매일 원인모를 땀을 뻘뻘 흘려가며 금연에 한때나마 성공했었던 뚜벅이의 증언. 담배를 끊어보니 술을 마셔도 아침에 개운하고 운동할 때도 더 오래 뛸 수 있게 되더라...
대전에서 올라오는 길. 무척이나 차가 막혔다. 멈춰 버린 고속도로 위에서 두명의 인간들은 이너뷰 하면서 얻어온 담배를 피워댔다. 단풍이 절정인 설악산에 가자는 둥, 맥주에도 물이 중요하듯 담배도 맑은 공기에서 피우면 얼마나 좋은지 아냐는 둥...
의지가 박약한 건지 담배를 너무 좋아하는 건지, 혹은 둘 다인지.. 어쨌거나 이 두 명의 인간들은, 그래 이왕 피울 거 즐기면서 피우자라는 말로 위안을 삼으며 서울로 돌아왔다.
담배는 필요악일까. 혹은 절대악일까. 아니면 나름대로 좋은 것일까. 세상에는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많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