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경어체는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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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의 육체는 조금씩 늙어가고 그건 KG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외계인으로 불리었고 (또 그런 이미지였지만) 이 외계인에게도 몸뚱아리는 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KG가 보여준 모습은 미네소타 시절부터 열광해온 사람들과 보스톤 팬들에게 실망스럽고 심지어 충격적이기까지도 했다.
그는 공격에서 소극적이었고 이지샷들을 놓쳣으며 블락샷을 당하고 형편 없는 리바운드 수치를 기록했다.
동부의 강호들과의 시리즈를 연속하면서 그의 투지와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노장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로 인한 부진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시즌 내내 달고 있던 무릎보호대를 걷어치운 그는 다음 시즌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1, 2, 3 라운드 동안 이미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불살라 왔는데, 그것마저 사그라들기 시작한 것일까?
알 수 없다.
어쩄거나, KG는 2년전 결승전에서 우리가 보았던 그가 아니었고, 그가 상대했던 파우 가솔 역시 2년전의 파우 가솔이 아니었다.
1차전의 경기를 두고 너나할 것없이 가넷과 가솔의 매치업은 가넷의 참패였다는 탄식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가솔은 인터뷰에서 가넷이 '예전의 폭발력을 잃었고, 빠른 퍼스트 스텝이 없어서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프 슈터에 가깝게 변모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을 전적으로 한 선수의 능력과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넷 개인이 더욱 분발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즉, 가넷과 가솔의 매치업을 5:5의 혹은 10:10의 보다 큰 프레임 속에서 보아야할 필요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막연한 인상에 토대해서 선수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모든 것을 논단하는 것은 무익하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솔에 대한 1:1 수비에 문제를 드러낸 장면을 기억해내기 쉽지 않다.
후반전 흐름을 넘겨준 상황에서 가솔의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인 두번 정도의 1:1 장면을 제외하면 말이다.
물론 이것은 가솔이 보여준 활약상에 대한 인상과는 매우 상반되는 것이다.
문제는 1:1이 아닌 상황에서 벌어졌다.
상황 1 : 퍼킨스가 윙에 위치한 코비에게 더블 팀을 가고 코비가 가솔에게 패스를 한다. 그 사이 인사이드를 파고든 바이넘이 골밑에서 오픈된 상황이 되어버리자 가넷은 바이넘을 마크하면서 대신 가솔에게 점프 슛을 허용하는 쪽을 선택했다(할수밖에 없었다). 가솔은 뒤늦게 달려온 퍼킨스를 피해 점프슛을 성공시킨다.
상황 2 : 바이넘과 섀넌 브라운이 투맨게임을 펼친다. 바이넘이 빠르게 픽앤롤을 통해 퍽을 따돌리고 골밑으로 쇄도하자 가넷이 헬프를 간다. 패스는 바이넘이 아닌 가솔에게 향하고 가솔은 뒤늦게 달려온 퍼킨스에게 파울을 얻어낸다.
1차전이 끝난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셀틱스 선수들은 이날 코비와 함께 가장 돋보였던 가솔에 대해 언급하는 대신 다른 선수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가솔은 영리한 플레이어이고, 이러한 찬스를 놓치지 않고 활용했다. 아니 레이커스 팀 전체가 이러한 기회를 잘 만들어냈고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보스톤은 가넷 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이에 대해 '충분히'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보아야 한다.
농구라는 운동 경기는 그 어느 종목보다 개인의 기량과 퍼포먼스가 중요시되고 또 잘 드러나는 종목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것은 팀이 패하고 팀이 승리하는 것이지, 그 팀의 에이스가 승패를 기록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8년 이후 셀틱스를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수비팀일 수록 농구라는 게임이 5명 전체가 함께 팀을 이루어서 하는 경기라는 점을 보다 직접적으로 절감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플로어 위의 다섯 명이 유기적으로 로테이션을 해야하고,
그러한 로테이션에는 내가 비워둔 상대선수, 내가 놓쳐버린 마크맨을 다른 동료가 막아내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5명 전체의 움직임이 이미 하나의 전제로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 계약을 파기했다는 뉴스가 들려왔지만 아디다스의 Brotherhood 컨셉 광고에서
케빈 가넷은 자신의 등번호와 관련하여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에게 다섯이라는 숫자는 농구와 관련된 전부이다.
다섯은 팀이다. 다섯은 형제애다. (...)
다섯은 내가 플레이하는 이유이고, 다섯은 내가 플레이 하는 방식이다.
다섯은 막을 수 없다."
*원문
I had always gone by #21. It's the number I chose When I was drafted by Minnesota,
and it's the number that got me where I am today.
But when I went to Boston, I knew it was time for a change.
For me, the number 5 is what this game's all about.
5 is team. It's a Brotherhood.
It's playing for we, not me and looking out for your boys every second of everyday.
5 is the reason I play the game. 5 is the way I play the game.
5 is unstoppable. And now, 5 is closest to my heart.
Impossible is Nothing.
(보스톤 포럼 from 3 to 21님께서 올려주신 글 http://cafe.daum.net/ilovenba/3B3J/1363 참조)
피어스는 인터뷰에서 가넷과 관련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코치진들이 KG에게 쉬운 기회를 잘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기회-균등의 팀이다. 우리는 전체를 지탱하기 위해 어느 한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케빈이 흐름을 타도록 만드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KG가 그렇게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다음 경기에 더 노력할 작정이다."
(보스톤 포럼 Blake Griffin님께서 올려주신 글http://cafe.daum.net/ilovenba/3B3J/2636 참조)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섯은 내가 플레이하는 방식이다"라는 가넷의 말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케빈 가넷은 누구나 처럼 나이를 먹고 늙어가고 있다. 가솔은 "우리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그렇게 되죠"라고 말한다.
아무도 그것을 막거나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그는 1차전 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는 모든 면에서 스스로 더욱 무장하고 보다 분발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가 반대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반드시 가넷이라는 선수 개인'만'의 숙제로서 존재한다거나
가넷이라는 선수에게서 출발해야한다고 단정짓는 생각들이다.
피어스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가넷의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를 자신으로부터 마련해보겠다고.
다섯은 팀이고, 그것이 자신들이 플레이하는 방식이라고.
이것이 내가 이 팀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첫댓글 가넷 보니깐 아직 가솔 1:1로는 잘 막을수 있지만 레이커스가 픽걸고 골밑쇄도를 너무 잘해서 ㄷㄷ
그렇죠 퍼킨스도 1:1로 바이넘을 못막는다기보다 바이넘에게 1:1 포스트업 대신 픽앤롤을 시키고 있죠. 이런 그림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21..
Get up kids~
저팀은 참... 선수들이 다 좋다는...
보스턴에 키는 가넷입니다.. 가넷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시리즈도 길게 갈수 없을거 같네요... 가장 안타까운건 가넷 플레이 자체가 너무나 위축되고 겁 먹은거 같다는 거죠.. 들이대고.억지샷 쏘고. 공격 파울 해도 좋으니 제발 겁 먹지 말고 했으면 하네요.. 농구는 다섯명이 하지만..그래도 그 팀에 기둥이 있습니다. 그 기둥이 위축된 플레이를 한다면 그 어떤 팀도 이길수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보스턴에 기둥은 폴피나 론도가 아닌 가넷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스턴팀도 그렇게 생각하겠죠.. 1차전은 가넷한테 대패.참패 변명 할수 없는 경기였죠
뭔가 제대로 이해를 못하신 것 같은데, 가넷이 1차전보다 잘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누구보다 본인이 분발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소리입니다. 특히 공격적인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다만 그 외의 수비를 포함한 전체적인 그림에 대해서 단지 가넷과 가솔의 매치업만을 잘라 놓고 문제삼는 것이야 말로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키매치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2:2, 3:3, 5:5의 보다 큰 윤곽에서 접근해야할 보스톤 전체의 숙제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냉정한 판단을 빙자해서 매번 온갖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이야기를, 그것도 막연한 인상에만 근거해서 특정 선수에 대한 불만만을 늘어 놓는 "냉정한판단자" 같은 분 때문에 이런 글을 시간들여 쓰게 되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