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한 선비가 조실부모하고 집이 무척
가난했다.그런데 20세 때 강원평창지역 처녀에게
장가를 드니, 아내가 아름답고 재능이 많아서
혼인한 지 1년쯤 지나자 가정을 잘 이끌어 집안
살림이 넉넉해졌다.
세월이 흘러 혼인한 지 여러해가 되니 아내는 친정
부모님을 뵈러 하고 싶어했다.
때마침 세모가 가까울 무렵, 선비는 가마를 세내어
아내를 태우고 자신은 걸어서 뒤를 따랐다.
그렇게 집을 떠난 지 5,6일쯤 되었을 때였다.
날이 저물자, 한 주점에 들어 밤을 지내는데
갑자기 밖에서 소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잠이 깨어 일어나 불을 켜니, 건장하게
생긴 남자가 많은 부하를 거느린 채 선비가 자는
방으로 들이닥친 것이었다.
이제 선비가 놀라 두려워 하면서 그 사람을 보니,
나이는 서른쯤 되어 보이는데, 매우 건장하고
늠름했으며 몸에는 남색 천릭(天翼)을 입어 마치
장군같았다.
이 사람은 선비를 향해 절을 하고 인사를 올리기에
선비도 절을 하고는 물었다.
“관원께서는 일찍이 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야심한
밤중에 무슨 일로 이 사람을 방문한 것이지요?”
“예, 나는 산속에 은거해 사는 사람으로 천 명이
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관찰사도 부럽지 않은 부귀를 누리고 살지만
나이 서른에 아직 아내를 얻지 못했습니다.
시골 여인들은 모두 내 배필로 합당하지 않아서
여기저기 물색하는 중 선비가 가솔들을 거느리고
시골로 행차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부인 또한 매우
현숙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중도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례한 요구 같지만 선비는 서울에서
다시 장가드는 일도 어렵지 않을 터인즉 부인을
내가 데려가고자 하여 이렇게 온 것입니다.
5천 냥의 돈을 드리겠으니, 부인을 내주는 것이
어떨는지요?”
이에 선비는 새파랗게 질려 몸은 떨면서 대답했다.
“세상에 이런 억지로 남의 아내를 빼앗는 일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게다가 돈을 받고 아내를 팔다니요.
국법이 있거늘 어떻게 이런 짓을 한답니까.”
“그것 참 선비는 생각이 많이 모자랍니다. 내 비록
무례한 행동이지만 이렇게 결심하고 왔는데,
그런 말로 물려갈 줄 아는지요. 선비는 이 거름으로
얼마든지 다시 현숙한 규수에게 장가들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선비가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내 수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왔으니,
억지로 빼앗아 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돈 5천냥도 잃고 낭패를 당해 생명에도 지장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요?”
도적 두목의 말에 선비는 말문이 막혀 눈물만 흘리니,
이 때 벽 너머 옆방에 있던 부인이 사람을 시켜
선비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선비가 울먹이면서
아내가 있는 방으로 건너가자, 도적 두목은 부부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가만히 벽에 귀를 기울였다.
“서방님 이 일은 큰 변고입니다. 어찌 말로 설득하여
해결될 일이옵니까? 저들은 힘으로 당할 수 없는
도적때들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신 집안에 들어와
춥고 배고픔을 견뎌야 했고, 또 아직 자녀도 없으니,
저 사람에게 몸을 허락하여 부귀를 느리고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방님은 저 사람들이 주는 돈
5천량으로 다시 장가를 들어 많은 전답을 사서
부자로 살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로가 잘
되는 일이오니, 이 몸을 두고 공연한 희생은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듯싶습니다.”
부인은 옆방에 들리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면서
도적 두목의 마음을 안심시키려 하는데, 선비는
오열을 하며
“뭐라고? 당신은 도적에게 가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내 이 자리에서 죽어도 당신과 생이별을 할 수가
없소.”
선비는 아내의 손을 잡고 흐느끼며 통곡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내는 다시 뿌리치고 냉정하게 꾸짖었다.
“뭐라고요? 사내대장부가 왜 이렇게 못났어요. 나 역시
즐거운 건 아니지만, 아니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속히 보내준다고 허락하세요.”
이에 선비는 비분을 금할 수 없었으나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 아내를 주겠노라고 허락했다. 이 말을
들은 도적 두목은 좋아하면서 선비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내 잠시 대화를 엿들어 보니, 부인은 정말 현숙합니다.
일시적인 감정으로 큰 재앙을 자초하지 않는 것이
좋지요. 부인의 현명한 판단을 따른 것은 잘한 처사
입니다.”
선비는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듯하여 풀썩 주저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곧 선비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내 지금 수습하여 장군을 따라 나설 것이니.
서둘러 가마를 준비하고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라.”
이렇게 하여 선비의 아내는 몸단장을 하고 하인들을
분주하게 움직여 출발 준비를 하고 있으니,도적 두목은
매우 기뻐하면서 5천 량을 들여 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속히 떠날 준비를 하라고 호령하니,
선비는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얼마 후 선비의 아내는 얼굴을 덮여 가리고 나와서
가마에 올라탔다. 두목은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선비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무리를 호령하며 가마를
따라 쏜살같이 떠나갔다.
이 때 선비는 통곡을 하면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다가
까무라치게 놀랐다. 방안에는 아내가 단정하게 앉아
생글생글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비는 죽었던
사람을 다시 만난 듯 아내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여보, 이게 어찌된 일이요? 정말 당신이 맞소?”
“예, 서방님은 여기 앉아 제 말을 들으소서,
저 무도한 두목이 무리를 거느리고 깊은 밤중에
나타났는데, 억지로 빼앗아 가려는 것을 서방님과
저의 힘으로 어찌 당할 수가 있겠어요?
그래도 5천량을 준다는 건 도적으로서 서방님을
대접하여 선심을 쓴 것이랍니다. 그 상황에서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아 같을 것이고
서방님의 몸 또한 온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서방님을 불러놓고 일부러 저들이 듣도록
큰소리로 말해 안심을 시킨 것이지요. 그리고는
예쁘장하고 나이도 저와 비슷한 몸종을 타일러서
잘 치장을 시켜 대신 태워 보낸 것입니다.
두목은 여종을 저로 알고 기뻐할 것이고, 여종 또한
남의 종노릇만 하다가 부귀를 누리며 호강할 수
있으니 좋고 서방님 역시 저를 잃지 않았으니,
다행일 뿐만 아니라, 돈을 받아 집안이 넉넉해지게
되었으니, 더욱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 여보 당신의 지혜에 나는 일만분의 일도 못
따르겠소, 마치 꿈을 깬 듯하오,,,여보!”
“서방님, 위급한 상황에서 겨우 작은 계책 하나
써본 것뿐이니 너무 칭찬하지 마십시오, 이만한 꾀도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이후 선비는 돈을 싣고 시골로 내려가 전답을 사서
마침내 부자 소리를 듣게 되었고 부부가 함께
백수해로(白壽偕老)했다.
‘지혜는 어떤 재산보다 중요하다.’
-옮긴 글-
첫댓글 추일풍선배님 미리
출석부 올리셨군요?
아주 좋아요~~ㅎ
저도 미리 출석하고 갑니다
감기로 고생중인데
좀처럼 낫지를 않네요
하루이틀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요 ㅎ
꿀잠 주무셔요~^^
굿모닝 이에요
미리 출석 하는 재미도 쏠쏠 ㅎ
감기 빨리 떨쳐버리고 토요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감기가 오래가믄 병원에서 링거맞으세요^^ 그래야 빨리좋아져요^^
@마스코트 링거도 맞았는데
안되네
약 먹고 있으니까
날짜가 해결해 줄듯
쌩유요~^^
좋은 아침 이에요
추일슬풍 님
미리 올려주신 출석부 감사드립니다
오랫만에 읽어보는재미있는 이야기에
미소 지어요
지혜가 퐁퐁~~샘솟는 리즈향이 되고 싶답니다
오늘은 여행방 에서 동해안 으로 1박2일로
주문진으로~~^^
눈이 내려서 아침일찍 택시도 없고 거리가 한산 하네요~^^
바닷가라 많이 추울텐데
단디 챙겼쥬?
난 느림방 죽도 가기로 했는데
아파서 취소했슈~
몇일 병원다녀도 안되는구만~
감기한테 절대 걸려들지 마시구랴~^^
@혜지영 아고오
많이 아프구마이
우야노ㅜㅜㅜ
동해안으로 주문진으로 안전하게 행복하게 잼나게 잘 댕겨오세요^^
항상 씩씩한 방장님 파이팅 ~
@내전 우왕~~~쩝~~
달달 하니 맛있구먼 ^^*
@마스코트 고마워용
범방의 마스코트님
오늘도 수고 하시고용♡
팡팡팡
예배당가서
오랜만에빚자루들고
눈을 쓸어보았습니다
눈길에 낙상조심하셔요
지혜라는놈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챃아보렵니다
휘리릭 ㅡㅡㅡ펑
웃음으로 즐기는 화목한 가정 되세요
오늘은 50년동안 비서실장처럼 날 챙겨주던 친구가 하늘공원무지개다리건너가면서까지
잘놀다 천천히오라며 먼저가서 좋은자리 잡아논다는 친구의 납골당다녀오려고요 ᆢ
벌써 다음달으믄 2주년이라 친구와 보러가려고요 ᆢ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살며시 햇살이 창넘어로 보이네요,
아마도 남쪽은 따사롭겠지요?
오늘도 좋은일만 있어시길
큰 행사치루느라 수고했어요 모두
추일풍님 이른시간에 출석부 수고하셨소?
많이춥소 춘천은 더추우리라
건강잘 챙기시고 구구팔팔하시요
강추위에 눈까지..조심조심하는 무탈한 하루가 되어야 겠습니다..(_)
추일픙 선배님
출석부 감사드립니다
지혜가 많은 사람은
세상사는게 참으로
즐거울거 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똑똑한사람보다는
지혜가 많은사람을
좋아하거든요
홍성 원정길입니다
눈도내리고
바람도 많이부네요
선배님들 친구들
모두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하늘이 맺어준
천상베필 입니다
눈이와서 길이
미끄럽네요
그래도 해야할일은
해야지요
봉사갑니다~^
수요일 참 좋은 아침입니다..
잦은 기온 변화에
감기 독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 잘하시고
지난 밤에 많은 눈이 내렸네요..
빙판길 조심하시고
안전 운행, 보행 조심하시고
날씬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하루되시길...
추일풍님 미리
올리는것도 좋아요
아내의 지혜로움에 행복한 가정을 이룬 야기 감동입니디
수고하셨어요
좋은날 되세요
돈만 있으면 무소불위의 시대
상전이라고 몸종을 함부로 부리고
몸종이 걱정되는 글입니다.
현명한 부인의 지혜를 알리고자하신 글에
죄송합니다〰🙏
몸종두 두목안사람으로 대우받고 살겨^^
@마스코트
몸종이 배움바가 달라서〰〰〰
@게스트 어차피 두목두 도낀개낀이구
몸종은 보고 들은게있어서 눈치는 빠를겨^^
@마스코트
그래서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까
걱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감동적인 짧은소설
잘 읽고 갑니다.
감기몸살이 나았는데도
어지럼증이 남아 방콕하며
뒹굴고 있는데 갑갑하네요.
더욱 추워 진다는데 모두들
건강에 신경써야 되겠습니다.
귀한 자료 감사히 보았습니다!
출석이 지각이네요 밖에나가보지 안ㅅ아서 몰겠는데 무지 추운가봐요. 추울때 일수록 주머니에 손 넣지 말기. 입니다
지혜로운 여인의글 잘읽고 갑니다
저 사갈 여인은 없는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