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대형주도 손실, 단타의 달콤한 유혹", 증권사도 "거래량만 터져라"
안철수씨의 대선후보 사퇴 등 각종 재료 소진에도 대선 테마주들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박스권 증시에 방황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한탕심리'와 맞물려 대선테마주들이 생사를 넘나들자 좀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직후인 7일 대선테마주들이 다시 들썩였다. 안랩은 장 중 가격제한폭 근처까지 치솟았고 솔고바이오와 오픈베이스도 한 때 10% 넘는 강세를 보였다.
문재인 테마주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은 오전 10% 넘게 오르더니 오후 들어 장 중 하한가로 추락했다.
이들 대선테마주는 수급만으로 등락을 거듭하다 재료가 소진되면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안랩의 극적인 '부활'처럼 대선테마주는 고점에서 물린 개인투자자들의 한탕심리로 파행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안랩은 앞서 안 전 후보의 후보사퇴 발표 직후인 지난달 26일 하한가로 추락했으나 다음 이틀간 20% 급등했다.
각종 포털의 증권토론방에선 안 전 후보가 사퇴하던 날 '개미들의 무덤이다'고 한탄하는 글이 도배됐지만 이내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와 연대해 대선을 치르고 집권한다면 둘의 테마주는 당선 프리미엄이 있어 최소 2배 이상의 주가가 유지된다'는 내용의 글도 나돌았다. 뒤늦게 추종 매수했다 고점에 물렸다는 한 네티즌은 "수차례 폭락을 경험했지만 '한 번만 오르면 털고 나간다'는 한탕심리에 쉽사리 발을 빼지 못하겠다. 이런 게 나 뿐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선테마주들이 득세는 방향을 잡지 못한 증시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전차' 군단이 강세를 이어왔으나 다른 종목에 투자한 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T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황이 좋지 못하고 내년 실적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테마주가 롤러코스터를 타니 투자자들이 눈길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마주를 대하는 증권사 셈법도 복잡하다. 코스피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3조~4조원 수준에서 정체된 탓에 수수료 수입을 생각하면 거래가 몰리는 테마주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7~10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회전율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대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치테마주였다.
가장 회전율이 높았던 종목은 코스피시장에선 미래산업(3645%)이었고, 코스닥의 경우 오픈베이스(3437%)였다. 써니전자,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 등도 회전율이 높았다.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으면 그 만큼 손 바뀜이 활발해 거래가 자주 일어난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의 강남 지점 관계자는 "증권사는 수수료 수입이 절대적인데 약정 금액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테마주 매매를 외면하기 어렵다"며 "거래량이 터지면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은 개인들이 달려들고 그러다보니 테마주들이 좀비처럼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지지부진한 장세가 지속된다면 테마주들이 내년에도 적정주가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테마로 엮이며 꼬인 수급을 풀기도 쉽지 않아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