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과 목동 등 일부 지역의 전세시장에 불이 붙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만성적인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세시장이 가뜩이나 불안한 가운데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준 고교선택제가 축소되면서 좋은 학군으로 이사가려는 전세 수요가 겨울방학을 앞두고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개구에선 아파트 전세금이 정말 '금값'이 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엘스 잠실파크리오 등 5000여채가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85㎡형(공급면적)의 경우 나오자마자 바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잠실레이크팰리스 114㎡형은 4억2000만원으로 8월보다 3000만원 올랐다.
엘스 리센츠 파크리오 등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는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총 2만채가 넘는 아파트 가운데 전세로 나온 물건이 단지별로 손에 꼽을 정도다. 잠실동에서 영업하는 노승준 공인중개사는 "고교선택제 축소 영향으로 하남과 일산에서도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이 신문에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쌍용1차 104㎡(31평)형의 경우,지난 8월 3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 뛰어 지금은 4억원에 전세가 나와 있다. 올초 1억8000만원 하던 일원동 우성아파트 106㎡(32평)형 전셋값도 3억3000만원으로 거의 두 배 뛰었다. 바로 옆 한신아파트는 전세 물건이 단 한 건도 없는 상태다. 송파구 잠실 일대 전셋값은 올 들어 2억원 넘게 오른 곳이 부지기수다. 올초 3억원에 거래됐던 신천동 파크리오 149㎡(공급면적 기준)형 전세는 지금은 5억4000만원은 줘야 얻을 수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서초구에선 반포동 반포자이 116㎡형(공급면적 기준)이 2억1500만원 오른 5억~6억원,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 165㎡형은 2억원 상승한 6억~7억원에서 전셋값이 형성되고 있다. 잠원동에서 영업하는 이덕원 공인중개사는 "잠원동에선 아파트 매매건수가 한 달에 200건 정도 되는데 지난달엔 25건밖에 거래가 안됐다"며 "매매시장 침체의 터널을 언제 빠져나올지 몰라 사람들이 다들 전세로 몰리고 있다"고 한국경제에 말했다. 이어 "물량이 워낙 없다보니 전세가 나오자마자 바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7단지 122㎡형은 최근 4개월 만에 8000만원 올라 4억원을 줘야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등으로 강남 3구와 목동 지역의 아파트 매매값이 떨어지고 나머지 서울 · 수도권 전셋값이 보합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입주 물량은 2007년 9171채,2008년 2만8686채였으나 올해는 3681채에 그쳐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 내년 입주 물량이 2006~2008년 평균치(1만7373채)의 25% 수준인 4492채에 불과해 강남권 전세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인중개사 등 현장 정보에 민감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교선택제 원안 수정이 강남권과 양천구,노원구 등지 전셋값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한국경제는 보도했다.
고교선택제는 중학교 3학년생들이 1~2단계에 걸쳐 지원학교를 고를 수 있는 제도.1단계에서 서울 전 지역의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선택,추첨으로 20%의 학생을 배정한다. 다음 2단계에선 거주지 학군내 학교를 선택해 역시 추첨으로 40%의 학생을 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거주지 학군내'이긴 하지만 '추첨'이 아닌 '통학편의를 고려한 조건부 추첨'이란 식으로 수정키로 했다. 문제는 이렇게 바뀌면 강남권이나 양천구 목동 등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가야 하고 이들 지역 전세수요는 더욱 몰릴 수밖에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