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되어버린 기억을 생각했을 뿐이었다
떠올리려고 애써 생각해낸 것이 아니었다
그 기억들이 슬픈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것도 아니었고
그 기억들로 인해서
내가 후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 한 적도 없다
함부로 믿은적도 없다
아무나 사랑한 적도 없고 아무한테나 사랑받길 원한 적도 없다
바라지도 원하지도 그렇게 한 적도 없는데
신기하게도 지금 우린 이렇게 되어버렸다
4.
첫만남과 오래된 만남
첫만남엔 설명할 수 없는 설레임이 항상 따른다
벨소리만 들려도 혹시나 그 사람일까 기대하고
아무리 꾸미고 꾸며도 거울에 보이는
내 자신은 못나 보이기만 하고
같이 식사를 해도 음식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고
그 사람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만 봐도 배가 벌써 부르다
영화를 보든 쇼핑을 가든 놀이공원을 가든
그 사람과 뭘하든지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니
항상 설레이기만 하다
친구들과 함께 갔던 아니 매일 가던 곳이라도
그 사람과 같이 간다면 왠지 새로워 보이고 행복하기만 하다
오래된 만남엔 편안함이 항상 따른다
벨소리가 들리면 아 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부터 하고
혹시나 다른 사람이 전화 했더라도 그 사람이 벌써 몇시간째
연락이 없어도 그리 걱정은 하지 않는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깨끗한 옷 한벌이면 만족할 수 있고
같이 식사를 할땐 그 사람 음식이 더 맛있어 보여서
뺏어먹기도 하고 분위기 좋은 근사한 음식점은
기념일에나 가는 그런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관도 놀이공원도 쇼핑센터도
항상 갔던 곳이라서 이젠 더 이상 그 사람과
함께 할 일이 없는거같다
연인들마다 첫만남과 오래된 만남의 기간은 다르겠지만
오래된 만남엔 가족같은 편안함과 애틋함이 따라온다
그때 그 소중함이 없어진건 아닌데
사랑은 더 깊어진거 같은데 표현하는 방법이 틀리다고
사랑해 라는 말 한마디가 하루에 일곱번에서 세번으로 줄었다고
인연이 아니라고 시간이 아까운거라고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는건
대부분의 연인들이 만드는 실수인거 같다
미친듯이 힘들때 가족이 아플때
달려와서 함께 그 아픔을 느껴줄 사람
내 모든걸 다 아니까 무엇을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계산안해도 배려해주는 사람
매일 듣는 사랑해 라는 말이
설레이게 만들기보단 안심을 하게 만드는
첫만남도 어느 순간에는 오래된 만남이 되있는거다
사람의 인생에서 언젠가는 오래된 만남에 정착해야 한다
물론 변하는 모습을 보면 섭섭하고 힘들고 속상하겠지만
힘들때 속상할때 행복할때 기쁠때
제일 먼저 생각나고 찾는 사람이 서로란걸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걸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5.
헤어졌다고 모든게 끝인게 아니다
그 사람이 진정 인연이라면 다시 만날 수 있는것이고
그 사람이 떠나 보내야할 사람이라면 잊어야하는거다
사랑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전한 사랑도 없는것이다
하지만 모자란 사람이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는동안에 겪는 시련이 있기에 완벽해 질 수있다
그리고 모자란 사랑도 완전한 사랑이될 수있다
헤어짐이 있기에 만남이 있듯이
완전한 사랑을 줄 수있는 사람을 만나기까지에 겪는
헤어짐과 아픔이 있기에 완전한 사랑을 찾을 수 있는것이다
그러니 헤어짐도 완전한 사랑을 찾기까지에 겪는
하나의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을것이다
6.
니가 그립냐 물으면 여전히 많이 그립다고 대답하겠지만
너를 사랑하냐 물으면 이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7.
반짝반짝 사랑을 했던 추억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
목젖까지 사랑이 울렁거리던 기억
그가 혹은 그녀가 아니면 절대로 안될것 같았던 순간
이별이 죽음보다 강하게 느껴졌던 시간이 있었다
어쩜 우리는 아직까지
그를 혹은 그녀를 사랑해서 못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치도록 누군가를 사랑했던
그 감정을 잊지 못하는건지도 모른다
8.
조금의 소리도없이 당신을 기다리고있어요
뻔한 거짓말에 속은 내가 한심하면서도
나한테 헛튼 마음만 안겨주고 간 당신을 원망하면서도
난 당신이 많이 보고싶다는걸
하루에도 수십번 뼈저리게 느껴요
잠시 잊어버렸을 뿐 항상 마음속에 당신이 산다는걸
9.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무슨 추억거리가 있는것도 아닌데
당신을 참 많이도 사랑한다면 믿어주시겠어요
10.
언제부터인가 인연의 끈을 하나 둘 씩 놓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으레 때가 되면 만났던 사람들은
이제는 만나야 할 이유가 있어도 잘 찾지 않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일일이 손 꼽아본댔자
열 손가락이면 충분하다
더불어 내가 가는 장소 또한 한정되어 있고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다
조용하고 나른하고 느긋하고 편안하게 그저 시간만이 흐르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 생활은 늘 여러사람들로 북적거렸던 것 같은데
그래서 요즘같은 날들의 나는 뭔가 허전해 하거나
외로워 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나는 전혀 괜찮다 미안하게도
특별히 보고싶은 사람 조차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쩌면 그 북적거리고 열기로 가득 찬 생활 속의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으로가 아닌 한 시절 한 시간으로
기억하게 되버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