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일 합작 글로벌 IT기업 연내 뜬다……
과녁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07호(2020. 6.15)
황인준 (경제85-89) 라인 최고재무책임자
라인ᆞ야후 재팬 경영통합 주도~
“1억 3000만 사용자가 경쟁력”
지난해 말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산하 검색 포털업체 ‘야후 재팬’이 경영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대 50으로 라인 주식 전부를 매수하고 합작회사를 설립, 합작회사의 지분 60%로 야후 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를 인수해, 라인과 야후 재팬을 나란히 산하에 두는 구조다. 라인과 야후 재팬의 이용자 수를 합치면 일본에서만 약 1억3,000만명, 시가총액은 약 3조엔(약 34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기업 하나를 통째로 사서 다시 나누는 복잡다단한 ‘빅딜’을 황인준(경제85-89) 라인 최고재무책임자가 주도하고 있다. 황인준 동문을 지난 5월 29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만났다.
“50 대 50.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동등하게 의결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전체적인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두 분이 속전속결 용단을 내리면서 순조롭게 경영통합이 진행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난리를 겪는 상황에서도 24시간 화상회의를 통해 차질 없이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라인은 한일 양국에 걸쳐 있어 복잡한 이슈들이 좀 있었지만, 꾸준한 논의 끝에 돌파구를 마련해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지금은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라인은 한국의 네이버를 모기업으로 하는 일본 법인인 동시에 대만·태국·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해 있어 정부의 승인은 아시아 5개국의 승인을 모두 취득해야 한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현지 통신망이 무너졌을 때, 3개월 만인 그 해 6월 출시된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등극했다.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게임, 웹툰, 쇼핑, 간편결제, 음원 스트리밍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카카오톡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2020년 1월 기준으로 카톡의 국내 사용자 수가 4,519만명,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용자 수가 5,177만명인 것에 비해 라인의 사용자 수는 같은 해 3월 기준으로 일본에서만 8,400만명, 전 세계 사용자 수는 1억8,500만명에 달한다. 양국 간 갈등의 영향으로 한국 IT 기업의 일본 진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라인의 이러한 위상은 독보적이다. 때문에 일본에선 라인의 국적 논란이 이슈화되기도 한다.
“라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철저한 현지화입니다. 네이버 출신의 한국인 임직원이 기획 개발을 주도했지만, 개발 책임자를 비롯한 상당수의 스태프가 일본인이고 이사회 구성원도 일본인이 과반을 차지하죠. 도쿄에 본사가 있고 일본의 법률에 따라 관리·운영되며, 세금도 일본에 내고 있습니다. 신중호-이데자와 다케시 공동대표 체제하에 양국 임원이 경영진으로 함께 일하고요.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라인이 진출한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용을 창출하고, 적법한 세금을 납부하며, 기술을 향상시켜 인류에 공헌하는 등 기업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소모적인 국적 논란은 사라질 거라 생각해요.”
황 동문은 라인의 현지화 전략 중 하나로 ‘문화코드’의 반영을 꼽았다. 라인, 카톡, 위챗이 회사는 다르지만 유저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결국 비슷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나라에선 성공한 앱이 다른 나라에선 꼭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문화코드에 있다는 것. “국내에서 라인을 보면 깔끔하긴 한데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고, 일본에서 카톡을 보면 어쩐지 이상한 측면이 있다” 면서 “일본 문화와 일본인 유저의 속성을 체화하여 어플에 반영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적극적인 이모티콘 활용을 들 수 있다. 무표정한 갈색 곰 ‘브라운’, 재기발랄한 흰 토끼 ‘코니’를 필두로 각국의 문화와 풍습을 담는다.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네시아에선 라마단 기간 특별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는 식이다.
“일본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 중엔 들어와서 1, 2년 해보다 안 되면 철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 시장을 파악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라인은 2011년 개발 및 출시됐고 성공을 거뒀지만, 그전에 7년여 동안 게임·검색 등 여러 사업을 시도하면서 일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왔습니다. 그 시간을 버텨냈기 때문에 라인이 나올 수 있었고, 일본 최대 검색 포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죠.”
라인과 야후 재팬은 경영통합을 계기로 그전까지 출혈경쟁을 이어오던 핀테크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금융·증권 사업에 새 전기가 마련된 만큼 라인의 최고재무책임자이자 ‘라인 파이낸셜 아시아’의 대표로서 황 동문의 활약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그는 이미 2016년 라인의 도쿄 및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때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도쿄 증시에선 공모가의 48.5%를 웃도는 4,900엔(약 5만2,000원)에, 뉴욕 증시에선 공모가보다 27% 비싼 41.58달러(약 4만7,000원)에 첫 거래를 시작했다. 라인 파이낸셜 아시아는 2018년 KEB하나은행 인니 법인과의 협약을 통해 메신저 플랫폼으로서 현지에서 쌓아온 유저 베이스와 브랜드 역량, 콘텐츠를 활용해 디지털 뱅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라인 벤처스’의 대표직 또한 겸하고 있는 황 동문은 서울대 후배들에게 도전 정신을 주문했다.
“저는 월급쟁이였지만 새로운 도전을 쫓아 지금의 자리에 왔습니다. 서울대 졸업 후 뉴욕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증권사와 금융사를 거쳐 IT 기업에 몸담고 있죠. 재무·경영을 중심으로 여러 업종을 다양하게 경험한 셈이에요. 그렇게 업종 간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도,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올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취지였죠. 아쉬운 건 직접 창업을 해보지 못한 거예요. 새로운 도전의 정점은 창업이거든요. 라인 벤처스의 대표로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현지의 AI·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이 펀드의 기금을 수시로 받아가면 좋겠네요.”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