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번째 하프대회.
2월10일날 대전 갑천에서 열린 전마협 카리수대회에 이어 두달여만에 참가하는 하프대회인데 여러가지로 대조적인 면이 엇갈린다.
그땐 천변 산책로였던데 반해 이번엔 산골에 가깝고 영하6도까지 떨어졌던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상황.
그때 기록이 1:36:15였기에 이번엔 34분대를 목표로 했다.
두달만에 2분 정도를 당긴다는게 별것 아닐수도 있겠지만 34분대를 주파하려면 4'30"안쪽으로 평균페이스를 유지해야 하기에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예전엔 1시간30분 안쪽으로 뛰는건 누워서 떡먹기였는데 이제는 그게 하늘만큼 높아보인다.
안선생님과 두철, 셋이서 내 차 싼타페를 타고 조치원에 있는 세종시민체육관에 도착해보니 대회장의 규모가 역대급으로 아기자기하고 참가자 수도 많지 않아 보인다.
대신에 대회장 바로 옆엔 복숭아 과수원이 있고 복사꽃 대회에 어울리게 분홍색 복숭아꽃이 만개해 반긴다.
워밍업을 할 공간 조차도 여유롭지 않아 체육관 주변을 이리저리 사람들 피해서 채 백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왕복하는 수준으로 십여분 달렸는데 땀이 나지도 않아 이게 제대로 몸을 푼 것인지...
지영준선수가 출발전 스트레칭을 리드하는데 그 내용이야 뭐 별것이 없지만 몸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직업까지도 안정된 터라 반갑고 다행.
대회코스는 출발직후 내리막길을 따라 연서면으로 들어서며 고복저수지까지 돌고 오는 왕복형인데 평탄한 길은 거의 없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시야가 계속 바뀌는 굽이길로 2차선 차로가 대부분이다.
첫 2Km 표시판을 지나며 시계를 들여다보니 7분50초를 가리킨다.
아무리 내리막길이라지만 4분 페이스 안쪽으로 달리고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이게 얼마만인지 이런 속도대로 하프를 달려본게...2011 김제 지평선대회 이후론 기억이 없다.
그땐 1:24:02로 입상까지 했었는데 오늘은 15위까지 준다는 시상도 남의나라 이야기이고 행여 후반에 퍼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5Km에서 랩타임 스위치를 누르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21:38가 찍혔다.
초반 내리막길 이후로 어느정도 안정이 된 페이스인데 대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목표 보다도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저수지가 보인 뒤로 반환점까지도 계속해서 주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굽이치고 기온도 20도를 넘어서는 듯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나마 해가 비치지 않는건 다행.
2주전 예산에서처럼 해까지 쨍쨍 내리쬔다면 아주 난리가 났을텐데
반환점 46:25
20위 내외로 달리고 있는데 힘이 비축 된 게 아니라 후반이 걱정되는 상황이라 함께 달리던 이성운님과 거리를 두고 시야에서 멀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름 관리를 하며 가게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풀코스 후반과 같은 증상이 느껴지며 페이스가 늘어진다.
그나마 뒤에서 치고 나오는 주자들이 없는걸 보면 완전히 빌빌거리는 수준은 아닌 듯 하고 앞서가는 너댓명도 계속 시야에 머물고 있으니 다행이긴 하다.
2Km쯤 남았을 무렵인가 뒤에서 치고 나오는 주자가 있다.
여자 2위 선수와 그 개인 페이스메이커 격인 남자인데 만고강산 늘어지는 판에 그나마 의욕을 북돋아주는 계기가 되었다.
몸은 힘들다고 호소를 하지만 막판에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힘이 더 든다는건 익히 알고 있기에 유일한 방법은 가능한 빨리 결승점을 지나는 길이라고 되뇌이며 막판 오르막을 힘겹게 달려올라 결승아치를 지났다.
1:34:38 (후반 48:14)
힘들긴 했어도 목표는 달성했다.
예전 전성기 때나 요즘이나 하프대회는 후반의 기록이 대체적으로 더 좋은편이었는데 이번엔 데이터가 보여주듯 후반이 1'49"나 까젔다.
나이키 줌플라이를 처음으로 신어봤는데 토요일 택배로 받은 뒤 말리 데리고 산책하며 잠깐 걸어본 것이 전부였다.
쿠션과 탄력이 좋아 힘이 있을땐 제대로 활용이 될 듯하지만 이 역시 힘이 떨어지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레이스화가 나을 듯.
보조체육관에서 샤워실을 제공해줘 아주 쾌적하게 몸을 씻고 먹거리 코너에선 국수와 두부김치까지 제공해줘 점심식사까지 한꺼번에 해결했다.
규모는 작지만 정겨운 인심이 느껴지는 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