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가락에 청중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스님도 무대 뒤편에서 공연을 보고 7시가 되어 무대로 걸어 나갔습니다.
“노래도 흥이 나게 잘하고 풍물도 잘 쳤죠. 여러분 다 흥분된 거 같아요.(모두 웃음) 사람도 많이 왔고 흥도 났고 어지간하면 질문을 다 받아보겠습니다.” (모두 박수)
오늘은 불안한 마음에 대해 질문한 분이 여러 명이었습니다. 초등학생도 마음이 항상 불안하다며 질문했습니다. 뒤 이어 불안에 대해 네 명이 더 질문했습니다. 그중 결벽증을 치료하고 싶다는 분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뭐든지 반듯하게, 결벽증을 치료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데 결벽증이 있다고 느껴요? 결벽증은 병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해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넘어갈 것을 저는 못 넘어가고 꼭 잡고 있어요. 설거지를 해서 놔두었는데 조금 지저분하면 그걸 못 보고 다시 설거지를 하고, 반듯하지 않으면 그걸 못 견뎌서 다시 가서 반듯하게 해놓아야 하고, 제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그게 훼손될까 봐 내 옆에 쌓아 놓아야 마음이 안정이 돼요.”
“그건 결벽증이 아니고 불안증이에요. 그것도 병원에 가서 치유를 받아야 하는 병이에요. 예를 들어 물컵이 여기 놓여 있다고 합시다. 모서리에 놓여 있으면 혹시 떨어질까 봐 불안할 수 있는데, 가운데에 놓여 있는데도 ‘아이고, 저 컵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한다면, 이것은 결벽증이 아니고 불안증이에요. 심리가 불안해지는 병이거든요.”
“제가 그렇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서 얼른 가서 치워 놓아야 해요.”
“어쨌든 그런 증상이 있다는 것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 큰 장애입니다. 그 정도 상태는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은 없는데, 조금 더 심해지면 정상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져요. 같이 사는 사람도 함께 생활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지고요. 결혼하셨어요?”
“결혼은 안 했습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 이 병을 치유해야 해요. 이 상태로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한테 불안증이 전이되기 때문에 치유를 먼저 해야 합니다. 물론 수행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먼저 병원에 가서 도움을 좀 얻고 그다음에 수행을 하는 게 좋아요.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은 의사의 도움을 얻어서 치료하는 것이고, 수행은 자기가 자기 병을 치료하는 자가 치료예요. 수행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매일 108배를 하면서 자꾸 이렇게 자기에게 암시를 주는 겁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모든 게 다 편안합니다.’
컵이 여기 놓여 있는 게 불안해도 자꾸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되뇌세요. 이 세상 모든 것은 내가 굳이 손을 안 대어도 잘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늘 안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불안하지 않게 해 주세요’ 하는 마음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계속 불안한데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게 ‘아무 일도 없습니다’ 이렇게 암시를 줘야 합니다.
방금 어린 학생도 심리가 불안하다고 했지만 이런 수행법을 안내해주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아이는 아직 어려서 자기 수행을 통해 자기를 치유할 만한 힘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에게는 부모가 환경을 편안하게 만들어줘야 해요. 아이는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 하는 주위 조건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어떤 조건에서 이 병이 생겼든 간에 내가 갖고 있는 병이기 때문에 내가 책임지고 치유해야 합니다. 아직 미성년자일 때는 자기 스스로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아이가 심리적 안정을 가질 수 있게 주위에서 환경을 만들어주고, 의사의 도움을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라는 말 외에는 아무 얘기를 안 한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병원 치료와 더불어 자기 수행을 겸해야 합니다. 현재의 정신과 치료는 응급 처방에 해당합니다. 신경이 예민한 것을 조금 완화시켜 주는 정도이지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에요. 응급 치료를 통해 예민한 신경을 조금 완화시켜 놓고, 근본적인 치료는 수행을 통해 자기가 자기를 치료해나가야 합니다.
컵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불안하면, 컵을 옮겨 놓아서 편안해지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놔놓고 자신에게 괜찮다고 자기 암시를 줘야 해요. 마음이 불안해서 설거지를 한 번 더 하고 싶더라도 설거지를 하지 말아야 해요. 불안한 마음을 따라가서 설거지를 하지 말고, 설거지를 하지 말고 그대로 놔놓고 자기 자신에게 ‘저는 편안합니다. 설거지를 한 번 더 안 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되내어야 해요. 방청소도 지저분해 보여서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아니야. 지금도 깨끗해. 괜찮아’ 이렇게 되내어야 점점 치료가 됩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 때문에 며칠 전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게 저한테는 상처가 된 것 같아요. 핸드폰 번호도 바꾸고 싶고, 내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번호를 지워달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도 없으니까 숨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그게 병이에요.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일주일 정도만 약을 먹으면 심리가 안정이 되면서 괜찮아져요. 병원 치료를 안 받고 혼자서 이 불안증을 극복하려고 하면 너무 힘이 든단 말이에요. 그렇게 하려면 스님 같은 사람이 항상 질문자 옆에 붙어 있어야 해요. 제가 다른 일도 많은데 질문자 옆에 항상 붙어 있을 수는 없잖아요. (모두 웃음)
그렇기 때문에 의사의 도움과 약물 치료의 도움을 좀 받아서 다급한 것을 가라앉히고, 그러면서 자꾸 자기에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이렇게 암시를 줘야 합니다. 전화번호도 바꾸지 말고, 불안할 때마다 괜찮다고 되뇌는 겁니다. 그대로 놔두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연습을 해야 해요. 직장을 바꾸고, 핸드폰을 바꾸고, 뭘 바꿔서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하지 말고요.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해서 자꾸 마음을 안정시키면 죽을 때까지 계속 거기에 노예가 되어서 살아야 해요.
이것은 바깥이 문제가 아니라 내 심리가 불안해서 생긴 병이에요. 그러니 밖은 그대로 두고 계속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아무 일도 없어, 아무 일도 없어’ 이렇게 계속 자기 암시를 줘야 해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심리 불안은 ‘편안해져야지’ 이렇게 의지를 가진다고 편안해지는 게 아니에요. 심리 불안은 무의식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의식의 세계에서 무의식 세계에 영향을 줘야 해요. 그게 바로 자기 암시입니다. 불안한데도 계속 ‘편안합니다’라고 자기에게 반복해서 암시를 주는 거예요. 이렇게 의식의 세계가 반복되면 무의식의 세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겁니다.
명상을 하거나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무의식의 세계가 작동할 때 자기 암시를 주면, 무의식의 세계에 더 빨리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그냥 자기 암시를 주는 것보다는 108배 절을 하면서 ‘저는 편안합니다’ 하고 자기 암시를 주는 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음이 불안합니다. 매일매일 실패하지만,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듯이 그 실패가 쌓여서 어느 날 개선이 되는 거예요. 오늘 당장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성공을 너무 손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겁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어렵지만 나는 극복할 거야’ 이렇게 목표를 세워야 실패를 해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어요.”
“언제까지 해야 되나요?”
“될 때까지 해야 합니다. 10년 걸리면 10년 하고, 약을 먹으라고 하면 약을 먹고, 될 때까지 하면 돼요. ‘언제까지...’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너무 조급하기 때문이에요.”
“감사합니다.”
아이와의 대화, 자각의 중요성
스님은 다시 어린 학생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마이크를 쥐고 학생이 다시 일어섰습니다.
“제가 학생은 어리기 때문에 그냥 병원에 가보라고만 말했는데, 학생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4명이나 질문을 했어요. 이 tk람들은 어른이기 때문에 스님이 자세히 안내를 해줬는데, 학생도 그 내용을 잘 들었어요?”
“잘 들었어요.”
“그럼 자기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떻게 하면 자기를 치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치유를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냥 명상을 해서 무의식 세계에 영향을 주면 될 것 같아요.”
“말은 맞는데 너무 막연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봐요.”
“......”
“불안한 마음이 일어날 때 항상 뭘 하려고 하지 마세요. 첫째, 내 마음을 알아차려야 해요.
‘어, 내가 불안하구나.’
그러고 나서 자기에게 이렇게 암시를 주세요.
‘저는 편안합니다. 아무 일도 없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108배 절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못할 것 같아요.” (모두 웃음)
“할 수 있어요. 운동도 되고 좋은데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생각해 볼게요.” (모두 웃음)
“나중에 병이 더 커져서 스님에게 또 묻게 되면 안 좋잖아요. 미리 예방을 잘하는 게 좋죠. 108배 절하면 몸도 날씬해져요. 그냥 ‘저는 편안합니다’ 하는 것보다 108배 절을 하면서 ‘저는 편안합니다’ 하면 훨씬 더 효과가 좋아요. 그런데도 절 하는 건 싫어요? 교회에 다녀요?”
“교회에는 안 다녀요.”
“그럼 병을 점점 더 키울래요?”
“아뇨.”
“그럼 108배 절반인 54배만 할래요?”
“네. 절반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요. 절반으로 깎아 줄 테니까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면 제일 먼저 절을 하면서 ‘저는 편안합니다’ 하고 자기 암시를 주세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변화는 자발적일 때 일어납니다. 자기 스스로 ‘아, 나한테 이게 좀 문제네. 개선을 좀 해봐야겠다’ 이렇게 자각을 해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옆에서 누군가가 ‘이것 좀 해보지’ 이렇게 강요해서는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아요. 마음속에서 ‘아, 내가 화가 좀 많네. 이렇게 화를 내면 나만 손해네’ 이렇게 자각을 해야 변화가 일어나요.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바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앞에서 사람들이 저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난 뒤에 본인이 조금이라도 자각이 되었을 때 이야기를 한 겁니다. ‘이렇게 해라’ 이렇게 강요하면 심리가 억압이 되기 때문에 하다가 그만두게 돼요. 하기로 약속했는데도 안 하면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죄책감이 들어요. 그래서 자발적이 아니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면 스스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것을 ‘자각’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정신 작용 중에 자각 작용만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옆에서 강제로 시키는 것은 일시적인 변화는 오는데, 외부적인 억압이 없으면 용수철이 원래대로 돌아가듯이 다시 돌아가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10년 공부가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겁니다. 왜 우리가 수행을 오랫동안 했는데도 어떤 상황에 부딪히면 자기 성질이 그대로 나오느냐면 억지로 했거나 강압적으로 수행을 했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가져오려면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스스로 느끼려면 ‘알아차림’이 있어야 해요. 화를 내다가도 ‘어, 내가 화를 내네’ 하고 알아차리고, 욕심을 내다가도 ‘어, 내가 지금 욕심을 내고 있네’ 이렇게 자기 상태를 자기가 알아차리기만 해도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우리가 부처님을 위대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슨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각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괴로운 사람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처갓집을 찾아뵈려고 하는데 최근에 가기 싫어졌어요. 15년 전부터 세 들어 사는 아저씨가 있는데 종교를 강요해요. 최근에는 처갓집에 교회를 차렸어요.
시부모님께서 은퇴하고 여유롭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70이 다 되셨는데도 기획부동산, 다단계를 해서 돈을 벌려고 하셔서 걱정이에요.
즉문즉설에서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시던데, 어떤 마음으로 살면 해탈하는 삶을 살 수 있나요?
40년 만에 엄마로부터 독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엄마와 함께 하던 농사일과 가게를 정리했어요. 막상 지금까지 하던 일을 -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하려니 자신이 없어요.
오랫동안 사귄 남자 친구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어요. 결혼하려고 하는데 남자 친구 부모님이 반대해서 괴로워요.
아들을 키울 때 화를 많이 냈어요. 아이의 억압된 심리를 풀어주기 위해 엄마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마음이 항상 불안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4년 정도 공황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불안할 때 마음을 알아차리는 걸로 충분하다고 하시는데, 마음을 알아차리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저는 24살에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불면증으로 입원을 했습니다. 32살에 남편을 만났는데 시댁에서 이혼을 시켰어요. 딸이 25살인데 자살시도를 5번 하고 몸이 만신창이가 됐어요. 딸 남자 친구의 부모가 딸을 마음에 안 들어해요. 딸이 저처럼 고생할까 봐 너무 걱정돼요.
스님 말씀대로 했더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감사인사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16년 전 일본에 유학 가서 결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강연을 듣기 위해 일본에서 왔어요. 8년 전 스님 즉문즉설 영상을 처음 보았어요. 마음을 보고 알아차리면 변화를 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항상 지금 일어나는 마음에 깨어 있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스님 덕분에 괴로운 일이 없어져서 감사합니다.”
“지난 5월에 스님께 너무 불안하다고 질문했더니 백일 동안 3백 배를 하라고 해서 백일을 다 채우고 매일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안이 많이 없어졌어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