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해스님
법구경(法句經)
제13장 세상의 장
게송 167
한 젊은 빅쿠 이야기
어느 때 젊은 빅쿠 하나가 나이 많은 빅쿠를 따라서 유명한 재자 재가 신자인 위사카 부인의 집에 탁발을 나갔다. 거기에서 아침 죽 공양을 받고 난 뒤 나이 많은 빅쿠는 젊은 빅쿠에게 잠시 여기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한 다음 개인적인 일을 보기 위해 그곳을 떠났다. 잠시 후 위사카의 손녀는 젊은 빅쿠를 위해 물을 길어 단지에 붇다가, 큰 물독에 고인 자기 얼굴이 비치는 것이 신기하여 혼자 미소를 지었다. 그때 젊은 빅쿠는 그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러자 위사카의 손녀는 자기 감정을 잃고 버럭 화를 내면서 그 빅쿠에게 소리쳤다.
“이 까까머리야, 왜 내게 추파를 던지는 거야?”
젊은 빅쿠는 뜻밖의 사태에 당황하고 화가 나서
“너야말로 까까머리다. 너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 어머니도 까까머리다. 이 바보 멍텅구리야.”
하고 응수하여, 두 사람은 서로 다투기 시작했다. 결국 소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자기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손녀가 울면서 들어오자 위사카 부인은 방에서 나와 젊은 빅쿠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제 손녀에게 화를 내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어쨌거나 빅쿠께서는 머리를 깎으신 게 사실이고, 게다가 손발톱도 깎았고, 까사도 여러 조각을 맞추어 바느질 한 것이 아닙니까? 그런 다음 받따(공양 그릇)를 들고 다니면서 아침마다 밥을 탁발하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 손녀가 한 말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자 젊은 빅쿠도 지지 않고 맞받았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가 머리를 깎은 것을 두고 이러니 저러니하며 문제 삼을 것은 없잖습니까?”
이런 당당한 태도에 위사카 부인도 잠시 주춤했다. 그러는 동안에 일을 보러 나갔던 나이 많은 빅쿠가 돌아와 두 사람을 서로 화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그러고 있는데, 마침 부처님께서 위사카의 집에 오시었다. 부처님께서는 젊은 빅쿠와 위사카의 손녀 사이에 있은 다툼에 대해 다 들으신 뒤 젊은 빅쿠에게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할 시기가 왔음을 아시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짐짓 빅쿠의 편을 들며 위사카의 손녀에게 이렇게 물으시었다.
“소녀여, 너는 무슨 이유로 여래의 아들을 까까머리라고 불렀느냐? 그가 단순히 머리를 깎았다는 그 이유만으로 그렇게 불렀느냐?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그처럼 머리를 깎음으로서 여래의 교단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게 아니더냐?”
이렇게 부처님께서 자기를 두둔해 주시자 젊은 빅쿠는 감동이 되어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인사를 올리면서 말했다.
“위대하신 부처님이시여, 실로 부처님만이 저를 이해해주십니다. 저의 스승도, 수도원의 대시주자인 저 위사카 부인도 저를 이해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제는 이 빅쿠가 마음이 풀려서 당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만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시어 이렇게 설법하시었다.
“빅쿠여, 감각적 욕망에 사로잡혀 여자에게 미소를 짓는 것은 저속한 일이니라. 그러므로 네가 위사카의 손녀에게 한 행위는 옳지 않으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비열한 길을 따르지 말고
게으르고 방심된 생활을 하지 말라.
삿된 견해를 갖지 말고
생사윤회 속에 오래 머무르지 말라.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젊은 빅쿠는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