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2216
동몽선습007
동봉
제1. 들어가는 글1
높은하늘 낮은대지 그사이에는
일만가지 생명들이 존재하는데
그와같이 하고많은 생명붙이중
으뜸으로 귀한것은 사람이로다
第一. 首篇/始
天地之間 萬物之衆 唯人最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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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낮은 대지 그사이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요?
그야 이미 답이 나왔습니다
답이 나와 있다니 어디요?
그것이 푸른 하늘이든
또는 잿빛 하늘이든
낮에 바라보는 하늘이든
달이 밝게 비치는 하늘이든
별이 쏟아지는 그믐밤 하늘이든
하늘은 높이 있고 땅은 낮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 사이는
격차가 얼마나 될까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어떤 이들은 하늘이 가물가물하니
적어도 몇십 리는 될 거라 하고
혹은 대기권까지로 본다면
1,000km 바깥 하늘이랍니다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 너머
외기권까지로 확대해서 본다면
10,000km 밖이 되겠지요
이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과 땅은 맞닿아 있습니다
단 1mm의 간격도 주지 않고
하늘과 땅은 붙어 있지요
일반적인 견지에서
하늘과 땅의 간격은 큽니다
귀여운 어린아이에게 묻습니다
"너는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
아이童는 어리석蒙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물음에도
대답이 거의 같습니다
"엄마 아빠 다 좋아요."
묻는 사람이 툭 던진 말일 뿐
아기에게서 이 답을 기대했겠지요
기대한 대로 답이 나온 것입니다
우리는 편가르기를 합니다
아빠와 엄마의 편을 가릅니다
둘 다 좋다는 아이의 답이 멋집니다
하늘과 동떨어진 땅이 의미가 없듯
땅 없는 하늘도 무의미합니다
하늘 없는 땅이 있을 수 없듯
땅 없는 하늘이 가당키나 하나요
아빠와 엄마는 하늘과 땅처럼
둘 다 소중하다고 하는 것을
아이는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어쩜 아이는 자신의 DNA가
엄마 아빠로부터 절반씩 받았음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러한 점을 내세우다 보니
아버지의 성과 어머니의 성을
하나의 이름 위에 얹는 게 아닐까요
가령 길동이 아버지가 홍씨고
길동이 어머니가 천씨라면
한데 얹어 '홍천길동'이가 되고
또는 '천홍길동'이가 되듯이
그렇게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우 드문 예이기는 하나
하나씩하나씩 번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을 한 데 묶어
'하늘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경우 둘이 곧 하나인데
정말 하늘과 땅이 하나일까요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어
대기를 감싸고 있는 게 땅이고
땅에 하늘이 숨어 있다면
과연 상상할 수 있는 구조일까요
아무튼 하늘과 땅은 사이가 있으며
그 사이에 온갖萬 사물物이 있습니다
한두 종種Species이 아니라
상상 밖으로 아주 많습니다
동일한 종species에서도
종류kind가 어디 한둘이던가요
어떤 학자들은 얘기합니다
지구상에는 수억 종의 생명이 살며
수천만 종의 식물이 자란다고요
미생물과 균류와 바이러스까지면
그 종과 수가 늘어날 수밖에요
실로 엄청난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그대로 한 종種입니다
곧 스피시스일 수 있으며
동시에 카인드일 수도 있습니다
동몽선습이 처음 나왔을 무렵이나
또는 요즈음이나 사람은 한 종이지요
사람 한 종이 70억 명인데
이들 70억의 DNA가 단 한 명도
100%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요
낱낱 생명이 다 우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구와 더불어
지구를 감싼 하늘을 놓고 보더라도
그사이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 쉴 지 짐작이 갑니다
사람은 귀한 존재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는
생명붙이 중에는 가장 귀합니다
이유는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동몽선습의 백미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이 '유인최귀唯人最貴'입니다
요즘은 대부분 없어진 말이지만
옛날에는 딸을 시집보내면서
엄마가 이렇게 당부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하늘이니 잘 받들어라
하늘은 높고 땅은 낮지 않니?
그러니 남편을 하늘처럼 모시고
자신을 땅처럼 낮추어야 해"
며느리를 맞이하는 시댁이 아니라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 쪽 당부였으니
딸 가진 죄인이 되고 만 것입니다
더러 신랑도 이미 세뇌洗腦가 되어
아내를 윽박지르며 하는 말이
"난 네 하늘이야....."였지요
알고 보면 하늘과 땅은 다릅니다
그러나 여기에 높낮이는 없습니다
푸른 하늘 낮은 대지라 하였으나
이는 높낮이로서가 아니라
단지 역할일 뿐입니다
하늘의 역할이 무엇이고
대지의 역할은 또한 무엇일까요
이 책은 이름이 '동몽선습'이지
담긴 내용에서 본다면
아이들이 읽을 게 아니라
분명 어른들이 읽을 책입니다
천자문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한자를 익히기에 잘 되어 있지요
<넉자소학四字小學>처럼요
하지만 동몽선습 내용은
예닐곱 살짜리가 읽기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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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대기권의 구조 : 학습백과
zum - http://study.zum.com/book/12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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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전 눈 내린 입춘날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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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2021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