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을 일본어로 아사가오라고 한다.
학교 앞, 홍고ホンゴ(本郷)에 살다가, 여동생이 일본에 오는 바람에 아야세(あやせ)[綾瀬]로 이사를 했다.
집세가 학교 앞은 비싸서 할 수 없이 공장이 많고 집값이 싼 곳으로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야세 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10 정도 걸렸다.
아내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교가도로 밑에서 변태를 목격하기도 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역 앞의 이자까야에서 한 잔하고 취해서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했다.
여동생은 일본에서 보석 디자인 공부를 해서, 한국에 돌아와 프랑스 보석디자인 대회에 나가 대상을 타고 청와대 앞에 가게를 냈다.
9시 뉴스에 나오기도 했고, 보석을 홍보하기 위해 여배우 이승연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아야세로 이사 와서 싼 방을 구하다 보니, 앞이 꽉 막힌 집을 구했고, 답답해서 화분을 하나 샀는데, 그것이 나팔꽃이었다.
아마, 그 시절 나팔꽃이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때 첫째 딸 주희를 낳았다.
나팔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수 없이 피고 지는 나팔꽃이 多産의 상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팔꽃은 번식력이 너무 좋아, 어떤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강력함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주희는 백혈병을 이겨내고 지금 미국에서 활발하게 화가로서 활동 중이다.
나는 지금도 아야세 역 앞, 이자까야의 쥬하이와 에다마메를 그리워하고, 나를 위해 쥬하이 무료권을 수백장 꽁짜로 준 주방장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