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번째 올림픽 불운을 뒤엎는 놀라운 반전이었다. 19세의 이 미국 선수는 1500미터 쇼트트랙 결승에서 한국의 쇼트트랙 스타 김동성이 마지막 반바퀴를 남기고 오노 선수의 추월을 방해해 실격됨으로써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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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허벅지를 여섯 바늘이나 꿰맨체 경기에 나섰던 오노는 경기장 한 가운데에서 무릎을 꿇었다. 승리를 기뻐하며 태극기를 손에 든채 경기장을 돌기 시작했던 김동성은 분노하며 국기를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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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는 1000 미터 결승에서 다른 선수의 잘못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바 있다. 그는 부상당한 다리로 끝까지 기어서 결승선을 통과해 충돌과 관련이 없던 유일한 선수인 호주의 스티븐 브레드버리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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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는 비록 1000 미터 결승에서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허벅지를 다치긴 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오노는 열 세바퀴 반을 도는 동안 거의 대부분을 맨 뒤에서 달리다가, 마지막 두바퀴를 남겨두고 세명의 주자를 과감히 제치면서 2위로 올라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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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현 월드컵 챔피언 김동성을 제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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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두 번째 곡선주로를 빠져 나오면서 오노는 순간적인 틈을 노려 한국선수를 피해 안쪽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김동성이 오노의 진로로 들어와 오노는 그의 두 팔을 치켜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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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를 따돌린 김동성은 마지막 바퀴를 여유있게 돌아 금메달을 확신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오노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 주먹을 흔들었고, 경기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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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은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나온 반면, 오노는 공식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다리며 경기장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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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주심이 결정 사항을 건네주었고, 관중은 숨죽인채 기다렸다. 장내 아나운서는 결과를 발표했다. 김동성은 실격, 오노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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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리 자준은 은메달을, 캐나다의 마크 가뇽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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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는 "나는 혼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예상했기 때문에 가능한 오랫동안 참고 기다렸다. 나는 한국선수를 잘 견제했다. 그러자 한국선수는 내쪽으로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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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가 실격당할 것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오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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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감격스러운 기분이다.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훈련해 왔다." 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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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는 그의 코치와, 그리고 아버지와 포옹했다. 아버지 유키는 오노가 한 살때 그의 어머니가 가족을 떠난 이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생활방식을 그만두고 정착해서 홀로 오노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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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는 1998년 미국 국가대표팀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이후 더욱더 운동에 전념해 이제는 당당한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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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솔트레이크 시티 겨울올림픽에서 4관왕을 노렸으나 그 첫번째 관문인 1000 미터 경기에서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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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는 마지막 곡선주로에 접어들 때만 해도 선두를 유지했으나, 4명의 선수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경기장 바깥쪽 보호벽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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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는 부상당한 다리를 이끌고 비틀거리며 결승선으로 향했고,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겨울올림픽에서 의미 깊은 장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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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는 부상 회복을 위해 일요일은 쉬었으나, 지난 이틀간은 훈련에 임했고 수요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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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레이크 시티 아이스 센터를 가득 메운 관중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가운데 경기장에 들어선 오노는 여유로운 듯 하품을 했다. 경기장 밖에는 쌀쌀한 이슬비에도 불구하고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이 종목에 모아진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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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쪽에서는 오노를 응원하는 관중들이 오노 특유의 구레나룻을 본따 뺨에 검은색 헝겊 조각을 붙인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첫 경기 이후 오노는 은메달 시상을 위해 경기장 가장자리까지 휠체어에 몸을 맞긴채 와야 했다. 하지만 이번 금메달 시상식에서는 어떤 도움도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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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조명이 번쩍이자 오노는 가죽 재킷을 입고 물결치는 머리칼을 뒤로 빗어 넘긴채 시상대 제일 꼭대기로 뛰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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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가 게양되는 동안 그는 그의 오른손을 심장에 갖다 댄 채 미국 국가를 따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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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벌어진 여자 3000 미터 경기에서 한국은 4분 12초 793으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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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나가노 대회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캐나다가 각각 은, 동 메달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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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기록은 중국이 캘거리 월드컵 경기에서 새운 4분 13초 541을 경신한 것이다. 한국의 최민경 선수는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곧바로 다른 세명의 주자, 최은경, 주민진, 박혜원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고국에서 파견된 응원단의 열렬한 환호속에 경기장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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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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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입력시간 : 2002.02.21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