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을 탐하여
황 원 교
신록을 탐하여
모든 허위의 옷가지 훌훌 벗어던진 채
오로지 알몸으로
저 눈부시고 으슥한 숲속으로 숨어들어가
너와 어우러져 저물도록 살을 섞고
천지에 꽃잎 다 지고
무성한 이파리 죄다 떨어져
허무의 삭풍이 불어올 때까지
어울렁 더울렁
한 몸으로 살고 싶어라
온몸에 꽃물 풀물 가득히 배어
지레 산짐승이 되거나
아니, 죽을 때까지
오월의 하루처럼 살고 싶다.
시인 황원교는 1959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과 동시에 ROTC(21기) 포병장교로 임관, 서부전선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예비역 중위로 전역했다.
1989년 3월, 모 생보사 인사부에 근무하던 중 결혼 1주일을 앞두고 당한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영구장애를 입었다. 그 뒤 온갖 후유장애와 합병증으로 가까스로 묵숨을 부지하던 차에 1995년 5월, 7년간을 곁에서 수발해 주시던 모친의 급작스런 별세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따른 극심한 공황상태를 극복하고자 입에다 마우스 스틱을 물고 컴퓨터 자판을 한 자씩
한 자씩 쳐가며 글쓰기를 시작, 1996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과 2000년 계간『문학마을』신인상을 수상했다.
2001년 첫 시집『빈집 지키기』와 2006년 두 번째 시집『혼자 있는 시간』을 출간했으며, 현재는 충북 청주에 거주하며 '우리시회' 회원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첫댓글 어려움을 이겨내고 훌륭한 작품활동을 하시는 황원교님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