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삶은 여스님 길을 가던 젊은 스님 하나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한 예쁜 여승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스님은 전기에 감전된 듯이 정신이 몽롱하고 다리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날부터 스님은 틈만 나면 그 여승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수도에 정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번뇌만이 깊어졌으며 밤이면 잠을 이룰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스님은 심한 가슴앓이 때문에 날이 갈수록 수척하여 아예 수도를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여 여승을 만났던 장소를 찾아가 매일같이 그 여승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지 과연 몇일이 지나자 기다린 보람이 있어 마침 저 멀리서 여승이 사뿐사뿐 걸어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님은 여승을 보자 돌연 자신의 빳빳해진 방망이를 꺼내놓더니 큰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아이구~ 사람살류~ 아이구~ 나죽네."
여승은 얼른 스님에게 달려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스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그러자 스님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예, 스님을 먼 발치에서 뵙는 순간 갑자기 이 놈이 빳빳해지면서 못견디게 아파옵니다." 여승이 생전 처음보는 그것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스님 그 뻣뻣하고 붉은 것은 처음 보는 물건인데 무엇에 소용되는 물건입니까." 그러자 스님이 그것을 들어 올리더니 얼굴을 몹tl 찡그렸습니다. "예 스님 이것은 고구마라는 것인데 이것 때문에 제가 지금 몹tl 아픕니다." 여승이 정색을 하면서 묻습니다. "어머나 왜요." "이 고구마라는 것은 요물로써 자주 냄비에 넣어 삶아주면 수도에 정진하는데 보탬이 됩니다. 만일 그렇게만 한다면 부처에 이르는 길도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건이 열악하여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면 이놈이 심통을 부려 오늘처럼 말썽을 부리는 일이 있습니다." 아직 저는 십 수년간 수행하면서 단 한번도 고구마를 삶아 본 적이 없거든요." "저런~ 불쌍도 하셔라.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참으로 신기하군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돕고 싶습니다. 저라도 냄비가 있었으면 꺼내 놓았을텐데 그럴 수도 없고, 어쩌면 좋죠?"
"스님, 그 말씀이 진정이세요!" "그럼요." 그러자 스님은 정색을 하며 공손하게 절을 했습니다. "스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지금 스님은 누구보다도 아주 귀하고 좋은 냄비를 갖고 계십니다." 여승은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생뚱맞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머나. 죄송하지만 제게는 지금 갖고 있는 냄비가 없답니다. 뭔가 잘 못 아신 거에요" 그 말을 들은 스님이 더욱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습니다. "스님 저 지금 죽습니다. 스님의 냄비를 제게 좀 빌려 주세요. 나를 좀 불쌍하게 생각 해 주세요." "제가 빌려 드릴 수만 있다면 왜 못 빌려 드리겠어요." 그러자 스님이 자신의 도포를 벗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님도 저처럼 귀찮은 도포일랑 벗어 버리세요. 스님이 먼저 알몸이 되어 자신의 도포를 풀밭에다가 깔았습니다. 스님의 두 다리 사이엔 벌건 고구마가 껄떡대며 그 위용을 뽑냈습니다. 여승도 얌전하게 도포를 벗었습니다. 그순간 아름다운 나신이 햇살에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스님은 여승의 나신을 보자 가슴속에서 불방망이가 치미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 이 고구마란 놈은 못된 악마입니다. 부처님께선 이 악마를 슬기롭게 다스릴 수 있도록 좋은 냄비를 보내주셨습니다." 여승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러나 약간은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어요. 제게 무슨 냄비가 있다는 것인지..." "스님의 몸이 저와 다르죠? 아래를 잘 보세요. 거기에 좋은 냄비가 있답니다. 이곳에 누우십시요." 스님이 깔아놓은 자신의 도포자락을 가리켰습니다. 여승이 조심스레 도포에 눕자 스님이 그 아래에 무릎을 꿇더니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제부터 제가 스님의 냄비를 열고 불을 지피겠습니다. 이것도 수행의 한 과정입니다." "좋아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부터 염불을 외겠습니다." "잠시만 참으십시오. 열락의 과정을 지나면 곧 극락정토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스님은 여승의 다리를 벌리고 무성한 수풀은 물론 아름다운 동굴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여기를 보세요. 이것이 제게 달린 고구마를 잘 삶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냄비랍니다." "그러면 당신의 큰 고구마를 이 안에 넣어서 삶게 되나요."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먼저 그곳에 부드러운 혀부터 갖다 대었습니다. 그곳은 참으로 향기로운 곳이었습니다. 태곳적 우리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꿈처럼 감미로웠던 극락이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스님은 '도로도로 도로 아미타불'을 외치며 열심히 고구마를 삶았습니다. 여승도 잠시 지나자 곧 열락에 동승하면서 "도로도로 도로 아미 타불"을 외치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은 이윽고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스님의 고구마도 충분히 잘 익어 흐느적거렸으며 여승도 냄비의 불꽃을 완전히 소진시키고 말았습니다. "스님 이제 고구마가 다 삶아진 모양입니다." 스님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속삭이며 푹 삭은 고구마를 꺼내었습니다. 아까는 그리도 성깔이 사납더니 이제야 고분고분해졌군요. 여승은 신기한듯 또한 아쉬운듯 스님의 고구마를 붙들고 놓지를 않았습니다.
여승이 고구마를 조물락거리자 고구마가 점점 화를 돋구더니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것을 본 여승이 고구마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어머나 스님, 고구마가 제대로 익질 않았나 봅니다. 아까 수행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러자 스님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고구마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스님의 냄비를 좀 더 빌려 써도 괜찮겠습니까.
"염려마세요. 제 냄비도 뜨거워졌어요. 이제부턴 스님께서 냄비의 불을 꺼주셔야 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엎어지고 자빠지며 본격적인 수행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아마 처음이어서 악마의 힘이 좀 더 강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차츰 안정을 되찾게 될 겁니다. 이상하지요. 악마를 다스리는 일이 왜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 걸까요. 그것은 악마가 바깥에 있는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서 음양의 교합은 바로 악마를 다스리는 수단이 되기에 그럴 겁니다. 그들은 춥고 배고픈 고행보다는 음양의 이치를 체득해 가며 남녀가 더불어 수행하는 길만이 극락정토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임을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첫댓글 ㅋㅋㅋㅋ
"미혼년자 독서 불가" 팻말을 저가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