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527 --- 중국의 태산을 오르다
주민 오백만이 넘는 태안은 넓고 아늑하게 다가서는 농촌도시다. 마침내 태산 앞에 섰다. 그에 걸맞은 문전 조형물이다. 웅장한 산이 딱 버티고 기다린다. 사방팔방 바위들로 돌꽃, 온통 돌산으로 바위꽃이다. 그동안 입안에서만 뱅뱅 돌던 태산을 오른다. 태산에 못 갈 것도 못 오를 것도 없다. 오르고자 하는 의지만 남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듯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오르면 된다. 중국에서는 동악(태산), 서악(화산), 중악(숭산), 북악(항산), 남악(형산)을 으뜸가는 산으로 5악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동악인 태산은 오악지장이요 오악독존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에 동시 지정되었다.
태산에 오르는 날이다. 하나하나 바위도 신비가 서리고 전설 같은 사연들을 담고 있을 터이다. 굽이굽이 셔틀버스를 타고 20분쯤 올라야 중천문이다. 잠시 갈등을 느끼는 곳이다. 케이블카로 20분쯤 가볍게 오를 것인가, 천국을 오르듯 한 계단 두 계단 만 개에 가까운 계단을 오를 것인가 결정의 순간이다. 옛사람들에게는 저런 호화스러운 계단도 없어 험한 길을 땀 뻘뻘 흘리고 허리 두드리며 쉬엄쉬엄 시간과 함께 고행하듯이 올랐을 것이다. 지금은 127위안이면 계곡을 내려다보며 나무 위로 하늘을 날듯 오른다. 계단은 화강암을 철도 침목처럼 반듯반듯 계곡을 굽이굽이 돌사다리처럼 연이어졌다.
케이블카가 끝나는 지점이 남천문이다. 남천문에 들어서면 정상에 이르기까지 개발하여 상가까지 들어섰다. 잠시 천상에서 내려다보듯 둘러보면 허연 산자락을 타고 내려가면서 태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한 발씩 헐떡헐떡 오르는 모습이 오히려 자랑스럽게 보인다. 이런저런 건축물들을 지나며 이젠 정상을 향해 다시 올라야 한다. 공자묘가 있고 송나라 때 벽하사 사찰도 들러본다. 유난히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은 여기도 돌을 깎아내고 붉은 글씨로 격문이라도 걸듯 어지럽게 새겨놓았다. 표지판 일부를 한글로 병기하여 배려하였다. 한 무제가 천제임을 입증하는 거대한 무자비(백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