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전설 쌓은 '반도체 구루' 삼성 파운드리에 던진 충고(2) / 8/9(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 파운드리 사업은 메모리와 달라…삼성에 '다른 정체성' 필요
중앙처리장치(CPU)가 강한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를 별도 사업부로 분리해 2030년까지 삼성을 제치고 세계 2위 파운드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200억 달러(약 3조엔)의 보조금을 배분했다. 양 는 지난해 인텔 고문직에서 물러난 뒤 '인텔의 파운드리 성공 가능성은 10% 미만'이라고 진단했다.
ーー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오랫동안 종합반도체사업(IDM)을 해온 인텔의 문화와 (파운드리의 속성은) 거리가 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엔지니어의 머릿속에는 '나는 기술에 집중하면 되고, 고객 응대는 하위 직급이 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고객을 위해 내가 가진 기술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ーー 사내의 다른 사업부라는 1차 고객이 있는데.
"내부 고객을 상대로 한 태도로는 파운드리가 성공하기 어렵다. 내부 고객은 예의 있게 말하겠지만 외부의 진짜 고객은 문제가 발생하면 고함을 지른다"
ーー 삼성 파운드리는 어떤가.
"삼성은 매우 강한 회사이지만 여전히 IDM이며 메모리를 강조한다. 메모리 우산 아래 살면서 파운드리 사업은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인텔은 CPU 이외에는 모두 실패했고 TSMC도 파운드리 이외에는 모두 실패했다. 어느 하나 강한 DNA를 갖고 있으면 다른 새로운 것은 암세포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ーー 삼성 파운드리가 성공하려면.
"어떻게든 (기존 조직과) 구분해야 한다. 삼성이 잘하는 메모리를 버리라는 게 아니다. 메모리에 집중하되 파운드리는 다른 정체성과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한다. TSMC나 UMC, 미국 차터드 등 외부 출신을 데려오는 것도 방법이다"
ーー TSMC 파운드리는 풍부한 반도체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고객에게 맞춰 제공하는 서비스로 유명하다. 하지만 TSMC에도 초창기는 있었다.
"나는 주로 미국 고객을 담당했는데 마이크론을 담당할 때 우리는 도저히 고객의 주문을 생산할 기술이 없었다. 고객에게 어떻게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능력이 없는 자신들의 설계팀이 아닌 'Artisan'과 직접 협력을 시작했다. 그것이 TSMC 설계 생태계의 시작이다"
Artisan은 1991년 설립된 미국 시스템 반도체 피지컬 IP 회사로 TSMC는 1998년 고객에게 Artisan 라이브러리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발표했다. 이후 2004년 ARM이 42%의 프리미엄을 붙여 Artisan을 인수했다. 현재도 TSMC와 ARM은 시스템 반도체 IP에서 협력하고 있다.
ーー 한국은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부러워한다.
"고객을 위해 시작한 R&D 생태계가 27년간 한 걸음씩 성장했을 뿐이다. 대기업이 중심인 한국과 달리 대만은 작은 기업으로 형성돼 있어 생태계 발전에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더 많은 소기업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 인텔 파운드리 성공 확률 10%…미국 제조업 부활 쉽지 않아
ーー 생태계 구축에 조언이 있다면.
"삼성이 잘한 일은 반도체 장비업체 '세메스'를 키운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설계 생태계를 개발하지 않았다. 지금 이 분야 기술은 TSMC가 주도하지만 삼성은 일단 기존 생태계에서 협력해야 하고 나중에 기술적 돌파구가 필요하다. 생태계 전략은 두 가지다. 포기하든지, 시간을 들이든지 말이다"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는 엔비디아(설계)+TSMC(파운드리)+SK하이닉스(메모리) 조합이 주도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설계하고 동아시아가 메모리와 제조를 맡으며 미국이 이윤의 대부분을 쥐었던 기존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ーー 현재 구도에 변화가 있을까.
"과거 미국은 반도체 제조를 의도적으로 국외로 옮겼다. 미국인이 원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젊은 세대도 반도체를 오래된 구식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제조는) 쉽지 않다"
ーー 한국이나 대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이 주도하는 혁신의 초기 파트너로 참여해야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대만인,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을 활용하면 미국 시장에 빠르게, 더 높은 수준으로 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