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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gall.dcinside.com/napolitan/3774
해당 시리즈는 [초자연 대책국] 나폴리탄 시리즈 14탄 입니다.
13탄
https://cafe.daum.net/weareshower/ZEmz/2080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안내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행정안정부 소속 초자연대책국에서 안내드립니다. 100미터 앞에 위치한 나찰해수욕장은 환경부로부터 생태적으로 중요하고 보전 가치가 크다는 판단을 받고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환경부는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의 자연적 · 인위적인 영향으로부터 중요 생물 서식지를 보호 · 안정화하기 위하여 승인된 연구자를 제외한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귀하로부터 저 안의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귀하를 그것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무단으로 침입하셨을 경우 본 기관은 귀하가 입게 되는 신체적 · 정신적 상해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또한 환경부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ㅡㅡ나찰해수욕장 연구자 안전가이드ㅡㅡ
초자연대책국은 이번년도 환경부에서 진행하는 나찰해수욕장 생태조사에 참여해주신 연구진 여러분의 노고에 언제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기관은 현재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 작년처럼 안전요원을 파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번 해의 학술조사는 순전히 여러분만의 힘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귀 연구진 중 나찰해수욕장을 이미 15번이나 방문하신 베테랑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바, 그리 큰 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만큼이나, 어쩌면 저희보다도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니 무탈하게 조사를 끝마칠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그럼에도 이 가이드북을 꼼꼼히 숙지해주십시오. 여러분은 나찰해수욕장의 생물들에 대해 저희보다도 더 정확하게 알고 계실 테지만, 최근 들어 그곳에 저희가 전문적으로 다루는 종류의 위협이 존재한다는 의견이 서서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래의 가이드북은 그러한 종류의 위험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상감무늬고깔해파리, 나전칠자말미잘, 가끔 해역에 출현하는 백상아리 등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 위협요소들은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1.
이번에 저희가 나찰해수욕장에서 흘러나온 게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아마도 해류를 타고 이곳 나찰해를 벗어난 게가 어촌마을인 상산마을의 어부들에게 잡힌 후 마을 잔치에 꽃게탕으로 나오는 바람에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게의 성체는 무해하지만 유생체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심지어 그 유생체들이 사람의 뇌에 파고들어 신체를 조종하기 시작할 경우, 집게에 분비물을 바르는 등의 행위를 통해 전염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상산마을의 감염자 증가 속도가 워낙 가팔라서 마을을 통째로 냉각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불행히도 이 과정에서 동사한 주민들이 일부 생겼습니다. 감염자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했으나 주민들은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법적 다툼이 진행 중입니다.
저희 기관은 모든 국민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두 번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 게를 표본으로 가져올 때는 반드시 포르말린 용액에 집어넣어 박제한 후 가져오시길 바랍니다.
2.
고려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이 고장의 주민들은 이 앞쪽의 바다를 나찰해(羅刹海) 라고 불렀습니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악귀인 나찰과 한자 표기가 정확히 같으며, 이것이 순전한 우연의 일치는 아니리라는 것이 현 학계의 주요 의견입니다.
실제로 고서적인 고려통요사에 따르면 나찰해역 근처에는 푸른 눈ㆍ검은 몸ㆍ붉은 머리털을 가진 존재들이 종종 출현했다고 하며, 대체로 사람에게 적대적이고 인육을 즐기지만 간혹 사람과 거래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나찰의 목격담은 점차 줄어갔고,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로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그것들을 만나게 될 일은 없겠지만, 만약 마주하게 된다면 사진 기록을 남기고 소통을 시도해보십시오.
어쩌면 옥류천의 존재들과 사월매립지의 개미들이 그러하듯 교류와 협력이 가능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먼저 적대적인 행위를 한다면, 지급된 권총을 사용해 응사하십시오. 화살에 맞고 죽었다는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아 물리적 타격이 통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책국은 나찰해역의 원주인인 나찰들이 새로 부상한 다른 것들에 밀려 주도권을 잃고 몰락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 부상한 존재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저희는 편의상 그것들을 ‘바다사람’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편의로 붙인 명칭일 뿐, 그것들이 정말 사람의 형상을 하고는 있는지조차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단수인지, 복수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3.
바다사람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미지수입니다. 그들의 생태, 행동양식, 인간에 대한 감정, 능력, 활동범위 등 사실상 모든 정보가 아직은 미지의 영역에 있습니다.
아마도 과학적인 탐사에 의해서는 찾을 수 없는 존재들로 사료됩니다. 삽살개가 수평선 너머를 보고 짖거나 왜가리가 경계하는 등, 그쪽 바다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심증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희 측 요원들이 직접 답사를 해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아, 그것들은 사람을 극도로 가려서 출현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독립적인 물리적 실체가 없어 출현했는데도 저희가 확인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이 간혹 사람을 바다 너머로 불러간다는 것입니다.
성인의 경우 대부분 큰 영향을 받지 않으나, 간혹 그들에게 홀리기 쉬운 체질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 체질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진 바가 없으니,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가 이상하게 수평선을 주시하고 있거나 바다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즉각 그를 저지해주십시오.
‘부름’에 응답해 저 너머로 갈 경우 육신은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지만, 영혼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해명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보를 알 법도 한 한사랑교회의 정보원은 기관 내부의 판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중이며, 현재까지는 그저 추측만 무성할 뿐입니다.
4.
설마 학술조사를 하시면서 아이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오지는 않으셨을 테니 짧게만 첨언하겠습니다. 자아가 이미 확립된 성인은 특이체질을 제외하면 그것들에게 잘 홀리지 않지만, 미숙한 어린아이나 동물은 그것들의 부름에 보다 확실하게 경도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진을 중간에 거쳤는데도 홀려버리고 만 사례가 있었습니다.
나찰해수욕장이 국내의 그 어느 관광지보다도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모든 광경은 눈에만 담아두십시오. 절대로 사진을 찍어 집에 가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됩니다.
귀하의 눈에는 그 사진이 정상적으로 찍힌 것처럼 보여도, 아이들은 귀하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급적 바다, 특히 수평선 너머를 촬영하는 것은 삼가해주십시오.
물론 그 사진이 반드시 문제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며, 문제가 있더라도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어린아이라도 대부분의 경우는 그들의 부름을 무시하거나, 별 신경쓰지 않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아무쪼록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5.
여러분은 모두 생명과학 분야의 거두들이시고, 학계의 유명한 거장들이십니다. 혹은 그 밑에서 일하고 계시는 대학원생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영감이라는 것은 학술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 바다사람을 볼 수 있는 분들이 계실 것 같지는 않아, 가이드북 상자 옆에 저희 직원이 만든 돌부처를 하나 두었습니다. 이 돌부처는 별도의 예산 지원 없이 야매로 만들어진 것이라 매우 무겁지만, 성능 하나는 확실합니다. 조사 내내 근처에 두고 계셔야 합니다.
너무 무겁다면 대학원생들을 사용하십시오. 돌부처가 바다를 바라보도록 배치한 후, 돌부처의 눈 부위를 잘 관찰하셔야 합니다. 돌부처가 눈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 바다에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즉각 모든 조사를 중지하고 해수욕장을 떠나셔야 합니다.
그게 꼭 바다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뭐가 있더라도 권총으로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돌부처는 직원이 사비를 털어 취미로 만든 물건이라 접근을 경고할 수는 있어도, 접근하는 것을 퇴치할 수는 없습니다. 도망치는 것이 상책입니다.
이때 꼭 돌부처를 회수해 돌아오셔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파손 · 분실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6.
만약 갑자기 비가 오거나 수평선에 짙은 해무가 끼기 시작한다면 주의하셔야 합니다. 여러분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1년에 딱 한 번 있는 이 학술조사는 언제나 맑고 화창한 날씨를 골라 이루어집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맑음’ 이어야 정상입니다.
돌부처가 멀쩡하다면 기상청이 또 날씨 예보를 잘못한 것에 불과하지만, 만약 돌부처가 피를 흘리고 있다면 그건 바다사람의 농간일 가능성이 큽니다. 해무 안에서는 그것들이 정신에 간섭하는 효과가 보다 커질 수도 있으며, 그들에게 유리한 환경 조건이 조성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 조사를 강행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미지의 위협은 감수하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아무리 아쉽더라도 즉각 철수하셔야 합니다.
7.
날씨가 맑다고 해도 바다로 직접 들어가는 일은 언제나 유의하셔야 합니다. 육지는 그나마 그것들의 영역은 아니지만, 바다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만약 학술적인 조사를 위해 꼭 바다 안으로 진입해야 한다면, 채집하고자 하는 표본이 아무리 얕은 곳에 있더라도 꼭 구명조끼를 착용하셔야 합니다. 물이 발목을 적실 깊이까지밖에 안 되는 곳이더라도 가급적 튜브도 옆에 끼고 계시는 것이 좋습니다.
발이 바닥을 뚫고 빠지거나 큰 파도가 여러분을 휩쓰는 등 바다에서는 항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얕은 바다라도 그들의 영역권이며, 안전장비는 아무리 준비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늘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덥다고 해도 물놀이를 하셔서는 안 됩니다. 바다가 아무리 시원해보이더라도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셔야 합니다. 학술적인 조사를 목적으로 바다에 진입할 때에는 늘 다른 사람들이 귀하를 주시하며 어차하면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며, 표본을 채취하시면 바로 빠져나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수심이 귀하의 허벅지 이상으로 깊은 구역부터는 아무리 매력적인 생물이 있더라도 표본으로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즉각 나오셔야 합니다. 거기서부터는 해류의 흐름이 원양으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구명조끼나 튜브가 있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 위에 둥둥 뜬 채로 수평선 너머까지 나가, 바다사람을 직접 대면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돌부처는 그들이 귀하에게 접근하는 것은 알아채고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귀하가 먼저 그들에게 접근하는 경우, 돌부처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8.
절대, 날씨가 아무리 화창하더라도, 그리고 이 해수욕장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거기서 음식물을 섭취하셔서는 안 됩니다.
저희는 국내 최고의 연구진인 여러분이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혹시나 해서 이 항목을 가이드북에 별첨했습니다.
무언가를 드시고 부스러기나 음식물 쓰레기를 남겨둘 경우, 그것을 나찰해수욕장의 야생 동물이 먹게 되면 야생 동물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저희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 중 누군가가 ‘풍경이 좋은데 여기서 식사를 하자’ 고 주장한다면, 그분은 이미 바다사람에게 홀린 것입니다.
홀렸다고는 해도, 정신을 지배당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저 그들에게 본인도 모르는 사이 약간 충동질을 당한 것에 불과합니다만, 정말로 거기서 식사를 하시면 그 충동이 보다 심각하게 비화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식사를 할 때면 자연스레 경계심이 낮아집니다. 배가 부르면 촉이 무뎌지는 것은 생리적인 반응이며, 그들은 그 사실을 이용할 정도의 지능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무뎌지는 틈을 타서 그것들이 여러분의 정신을 더 휘어잡게 하셔서는 안 됩니다. 꼭 이곳에서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돌부처가 반응하지 않더라도 조사를 종료하고 나오셔야 합니다.
이때, 절대로 혼자만 나오셔서는 안 됩니다. 그곳에 계신 모두를 설득한 후 조사를 전면 중지하고 같이 나오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들을 볼 수 없겠지만, 영감이 있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바다사람들은 인간이 자신들이 쳐놓은 덫에 걸리지 않았을 때에는 매우 화를 냅니다.
한 무당은 그들이 성을 내는 광경을 보며 수명이 십년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고 술회했으며, 다른 도인은 바다 위에 거대한 사람의 얼굴 같은 것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전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무엇이던, 화를 내면 귀하의 안전에는 좋을 것이 없습니다.
속히 전면적으로 철수하십시오.
9.
만약 조사 중 바다사람에 대해 무언가를 알아내셨다면 바로 저희 기관에 연락을 주십시오. 기관은 현재 그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능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예산 소요 때문에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상황입니다.
귀하가 저희의 결론을 뒤집어주신다면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지금처럼 나찰해수욕장을 봉금하고 그것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
대책국은 아무리 대단한 괴이라도 서식지가 파괴되면 소멸하거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다는 것에 착안, 나찰해를 통째로 얼리는 제 1안 대책과 나찰해수욕장 부근을 육지로 간척해 그것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는 제 2안 대책을 연구 중입니다만, 전쟁에 준하는 인명피해가 나지 않는 이상 그 두 가지 대책 모두 실현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바다사람에게 실종되어도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언제나 안전에 유의한 채 조사를 거행해주십시오. 초자연대책국은 대한민국 과학 발전을 위한 여러분의 노고에 언제나 진심어린 감사를 보냅니다.
초자연대책국 안전관리팀장
손 O O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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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학원생 이용하라는거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안 웃겨
-대학원생
다른 연구소로 이동할게요.. 새로운 생물들도 표본 채취 가능하다는게 끌리는데 내 목숨이 더 소중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