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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의 슬픈 사랑 그리고-23
초희는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갓 결혼했고 앞으로 혼인신고를 할 순서를 남겨 두고 이렇게 아픈 곳이 노출되었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제임스가 말이 없자 더욱 불안과 걱정은 가중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그저 아픈 통증을 핑계 삼아 숨죽이듯 가만있었다. 차에서 내리기 위하여도 제임스의 도움이 필요하였다. 걷기도 점차 힘들어졌다.
"초희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 팔을 의지해. 천천히 걸어가면 돼. 알았지?"
그는 초희를 부축하며 동생 다루듯 하였다. 허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서 따질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왼쪽 다리를 저는 그녀의 모습은 좀 처량하였다. 모든 희망과 꿈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룸에 돌아오자 제임스는 초희를 안락의자에 앉히고 샤워룸의 욕조에 더운물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가 적당히 찬 욕조의 물에 손을 담갔다 꺼내 온도를 측정하고는 나와 초희에게로 갔다.
"아니, 여보~ 울고 있어? 왜? 아파서."
"아니에요. 당신에게 실망을 드려서 그래요. 으흐흑~~~"
다시 서럽게 우는 초희를 가슴에 안았다.
"초희야~ 울지 마. 내가 다 고쳐 줄 테니 걱정 말고 어서 더운물에 들어가 샤워부터 하고 나와. 마사지하면 좀 나아질 거야. 어서 옷 벗어."
힘없이 일어나는 초희를 그는 세심하게 그리고 천천히 옷을 벗겼다. 신발부터 양말과 점퍼와 바지 그리고 면 티와 브래지어를 벗기고 티마저 벗겨 내었다. 발목이 아파도 본능인가 손바닥으로 아래를 가렸다.
"내가 다 보고 만지고 알고 있는 숲을 가리면 어쩌려고?"
"ㅎㅎㅎ 여보~ 그래도 부끄럽잖아요."
"아이구~ 이제 보니 꽤 병이구나 ㅎㅎㅎ"
"웃지마요. 창피하고 아파요. 아얏!"
"그 봐. 날 잘 잡고 가자. 안았다 가 괜히 둘 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안 되거든."
"예. 그건 맞아요."
초희가 물속에 들어가자 그도 옷을 벗고 들어와 맞은편에 앉아 더운물을 초희에게 손으로 떠서 부어 주며 비누 칠을 하여 온몸을 마사지하듯 문질렀다.
"여보~ 저 버리지 않는 거죠?"
"초희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말 안 들은 걸로 하자. 절대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당신은 내 아내야. 내가 안고 끌고 업어서라도 함께 갈 내 사람이야."
"여보~ 아아앙~~~"
"왜 그래. 초희야~"
"당신이 너무 고마워서 그래요. 여보~ 사랑해요."
"그래. 됐어. 사랑한다. 초희야~"
"아~ 여보~ 나 지금 하고 싶어요."
"뭐야~ 아픈데, 뭘 하고 싶은데..."
"아이 잉~ 여보~~"
"그래. 알았다. 아야! 그렇게 잡으면 어떡해. 아직 커지지도 않았는데."
"제가 키울게요. 손과 입은 잘 움직일 수 있거든요."
"아이고. 못 당하겠네. 어서 그 다리 이리 좀 올려 봐. 내가 비누 칠 해 주무르며 다시 체크해 볼게."
"아~ 아깝다. 알았어요."
그는 초희의 아픈 발목을 잘 잡고 비누 칠을 하며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아! 여보. 그 부근이에요."
"알았다. 이 관절이 부었구나. 갸웃은 모든 관절에 관여하거든. 내 생각에는 그의 통풍이 맞는 것 같아. 계속 붓고 아프면, 내일 아침 약국에서 관절 치료제인 타이레놀 아스리티스(Tylenol Arthritis Pain Caplets)를 사서 복용하고 바로 밴쿠버로 갈 거야. 집에서는 친구가 먹든 약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고통이 좀 있어서 그렇지 그렇게 걱정할 병은 아니야. 그리고 우선, 내가 다니고 있는 페밀리 닥터에게 가서 이제는 당연히 당신도 등록하고 먼저 진료 의뢰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사서 복용하면 좋아질 것 같다. "
"여보~ 당신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안심이고 다 나은 것 같아요. 저는 당신 아내로 등록되는 거지요?"
"아직 아니야. 앞으로 먹는 음식도 가려야 해. 그리고 당연하지. 당신을 아내로 등록할 거야."
"여보~ 제 피부가 많이 늙었죠?"
"엥! 웬 말이야. 피부가 늙다니. 나이가 들면 당연한 거지. 그래도 당신의 피부는 아직 좋아. 엉덩이도 적당히 팽팽하고 젖가슴도 아직 탄력 있고 그 뭐야, 오지도 아직 싱싱해서 쓸 만해."
"여봇! 오지가 쓸만하다니요? 당신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오호 오~ 쏘리. 아니, 내가 제대로 말했는데..."
"더 좋은 말씀하셔야죠. 좋아요. 이따가 봐요."
"아이고. 하나도 안 아픈 사람 같네요."
"흥. 내가 좀 아파도 당신이 말한 그 오지로 당신을 죽일 수 있어요. 두고 봐요."
"두고 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섭거든."
"알았어요. 쓸 만할 때 실크 사용하게 어서 나가요."
"오케이. 내 등에 업혀. 업고 나가면 넘어질 염려는 없어. 자, 업혀."
"안돼요. 그냥 당신 손잡고 천천히 갈게요. 미끄러워서 그래요."
"내가 조심할 테니 자, 어서 업혀. 언제 다시 이런 경험해 보나."
그렇다. 누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경험 쌓기를 떠나서 정말로 업어주고 싶었다. 평생 처음 하는 것이지만, 소중히 잘하고 싶었다. 그는 초희가 욕조에 일어서자 손바닥으로 등을 만져 보았다. 비누 칠을 하고 깨끗이 비누를 닦아 내었기에 미끄럽지 않았다. 그는 초희의 앞에 돌아섰다. 초희는 58kg이라 하였다.
"초희야~ 두 팔을 내 목에 올려 감아 잡아. 그리고 몸에 힘 빼라~ 업는다~"
그는 말을 끝냄과 동시 두 팔을 초희 엉덩이 뒤로 돌려 잡았다. 그리고 허리에 힘주어 초희의 몸을 위로 튕겨 올렸다.
"아하~ 여보~ 업혔어요. 머리 부딪힐까 조심스러워요."
"오케이. 내가 허리를 조금 굽히면 돼. 나간다."
그는 한번 허리를 폈다 다시 약간 구부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게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천천히 한발 두발 세발을 띄어 욕실을 나왔다. 그리고 천정이 높은 룸이다. 그는 창가까지 초희를 업은 채 가서 한 바퀴 돌았다.
"여보~ 으흐흥~ 너무 좋아요. 나는 지금까지 살며 이렇게 벌거벗은 채 남자의 등에 업혀 본 것이 처음이에요. 아하 한~ 여보~ 엉덩이 너무 당기지 말아요. 뜨거워요~"
"초희야~ 나도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나체의 여성을 업고 걸은 적은 처음이다. 등이 따뜻해서 아주 좋은데 ㅎㅎㅎ"
"엉큼하게 웃는 거지요?"
"아니. 안 엉큼하게 웃는데."
"아이 잉~ 여보~"
초희는 가슴을 등에 착 달라 붙이고 뺨을 목덜미에 붙였다.
"여보~ 너무 행복해요. 누가 또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당신 등에 업혀 있으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안락함과 평화를 느껴요."
그는 초희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부은 발목을 뜨거운 타월로 감싸고 부드럽게 눌렀다.
"아! 아파요."
"많이 아파?"
"뒤쪽이 누르거나 닿으면 아파요. 바늘로 찌르듯이 요."
"초희야~ 내가 나가서 타이레놀을 사 올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누워있어. 옷은 내가 입혀 줄게. 룸 온도를 조금 높였으니 춥지는 않을 거다."
"아~ 여보~ 저 이대로 당신과 있고 싶은데요."
"그래. 알아. 그래도 약을 먹고 빨리 나으면 더 좋을 거다. 한 20분 정도 걸릴 테니 그 사이에 티브이나 스마트폰 보고 있으면 내가 짠하고 나타날 거다. 오케이?"
"여보~"
그는 초희에게 면 티셔츠와 팬티를 입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티브이를 켠 후 리모컨을 초희 손 옆에 스마트폰과 함께 두고는 점퍼를 입었다. 그리고 초희를 안았다.
"걱정 말고 아픈 발은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누워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여보~"
"이런, 왜 울어. 걱정하지 마. 조심해서 잘 다녀올게. 밴쿠버나 여기나 다 내 동네 같아서 잘 알아. 걱정 말고 얌전히 있어.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커피는 탁자에 내가 끓여 놓았으니 마시고 싶으면 마셔."
"예. 잘 기다리고 있을게요. 꼭 빨리 돌아오세요."
그가 나가자 초희는 몸을 바로 하고 눈을 감았다.
제임스는 시동 버튼을 누르며 시계를 보았다. 아직 두락 스토어는 영업할 것 같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였다. 저럴 경우, 우선 통증을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러자면 관절 쪽이니 타이레놀 아크릴 키스가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초희가 혼자서 두려워하며 걱정할 것 같은 생각에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다시 차에서 내려 라비로 달려갔다 다시 돌아와 시동을 걸고 출발하였다. 직원 말로는 좌측 편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플라자 안에 두락 스토어가 있다고 하였다. 그가 호텔을 나와 좌회전해서 조금 가자 우측 편 길가에 환하게 사인이 보였다. 그는 650mg 120개 들이 타이레놀 1병을 샀다. 이거면 임시 조치는 될 것이라 생각했다. 두락 마트는 대부분이 24시간 영업이지만, 지금 같은 펜데밐 상황에서는 오후 10시에 크로즈 한다. 도로도 한가하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호텔에 다시 도착하였다. 그 소요 시간은 불과 20분 정도였다.
초희는 제임스가 방을 나가자 눈을 감았지만 걱정되고 불안하여 일어나 절뚝거리며 파커를 입고 커피가 올려져 있는 테이블로 가서 바깥을 보며 앉았다. 밖은 깜깜 하였고 창에는 그녀의 파커를 입고 앉아 있는 외로운 모습만 보였다. 초희는 그 모습을 보며 외롭다는 느낌이 전신을 엄습해 옴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입안에 넣었다.
'내가 이런 곳에 이렇게 혼자 앉아 있다니...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하나?' 그 생각에 미치자 두렵고 무서웠다. '그건 지금 내가 해야 할 생각이 아니다'라며 머리를 흔들었지만, 무서움은 떠나질 않았다. 왜 하필 지금 이때에 이런 불상사가 발생했을까? 더 나쁜 일이 벌어지려는가? 나는 어쩌라고... 너무 갑자기 찾아온 행복에 운명의 신이 질투하여 시련을 주는 건가? 그렇다면, 만약 그렇다면 내가 힘을 내서 이겨 내어야 한다. 그가 이런 나를 떠나지만 않는다면, 비록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특별한 의미 없는 삶이라지만 이제는 그를 위하여 살겠다. 다짐도 해 보았지만, 불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이 나를 처량하게 홀로 쓸쓸히 한국으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절로 울음과 눈물이 났다.
"초희야~ 추운데 감기 들려고 왜 거기에 앉아 있는 거야!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뭐야! 울고 있잖아? 왜, 무슨 일 있었어?"
그가 찬바람을 일으키며 가까이 와서 놀라며 말했다. 돌아서서 일어나려는 초희를 그가 꽉 잡았다. 그만 울음이 터져 버렸다.
"으앙~~~ 으흐흑~~~여보~"
초희는 그의 가슴에 안기며 서럽게 울었다. 그런 그녀를 그가 점퍼를 열고 가슴에 꼭 안았다. 아무 말 없이... 그는 그녀가 우는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누군들 그런 상황에서 두렵고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케이. 초희야~ 자리에 앉아서 이 약 먹어 보자. 아~ 그전에 잠깐 기다려. 그저께 한국 식당에서 테이크 아웃한 육개장을 가져왔어. 차에 두었으니 냉장이 잘 되었을 거야. 내 곧 끓일 테니 밥하고 육개장 먼저 먹고 약 먹자. 오케이!"
그가 싱싱한 목소리로 말하자 불안과 두려움과 걱정이 눈물과 함께 말끔히 날아가 버렸다.
"예. 여보~"
초희는 대답하고는 의자를 돌려 그가 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일회용 버너를 바닥에 놓고 그가 늘 차에 가지고 다니던 냄비에 그 육개장을 넣고 끓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나무젓가락과 군용 스푼을 놓았다. 쌀밥은 용기에 담긴 그대로 놓았다. 잠시 후, 잘 끓은 육개장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간단하였다. 그가 스푼으로 한 숟가락 떠서 후후 불고는 입안에 넣었다.
"자, 초희야~ 이제 먹어봐. 괜찮아. 밖의 차 안이 냉장실과 같고 이미 끓였던 것이라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먹어 보니 맛이 좋아."
"여보. 당신은 요?"
"응. 나도 같이 먹을 거야."
그는 다시 가서 백 속에서 플라스틱 스푼을 하나 가져왔다. 둘은 배가 고프던 차이기에 맛있게 잘 먹었다.
첫댓글
현재에 충실하세요~과거에 대한
자책과 미래의 걱정 모두 현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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