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쓰는 이 글은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식의 한탄입니다. 어차피 지난 일이니까요. 오송 분기, 그리고 사전 경제적 평가와 별도로 호남고속선이 광주까지는 확실히 지어지는 것이 이미 지난 일이고 우리나라가 분단된 것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러므로 거의 같은 내용을 다른 게시판에 올렸을 때 별 반응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이 글은 그때 내용과 논지가 거의 같지만 정제된 생각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고속철도가 한국에 필요한 첨단 사회간접자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과거의 반대 의견도 알아보고 국토개발에 대해서 생각을 더하다 보니까 고속철도는 시기상조였다고 생각을 고치게 되었습니다.
시기상조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부고속선이 흑자라고 하지만 알고 보니, 건설비는 계산에서 제외한 거고 포함시키면 언제 다 회수될지 예측도 못한다고 합니다. 이미 삭제되었지만, 조사부장님의 글을 인용하면, '건설비 투자 회수를 걸쳐놓은 고속철도 재무 스킴 하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택도 없는 노선이 호남고속철인데, 결국 지역의 요망에 못 이겨 추진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미래가 암울한 노선이 된 건 맞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 건설비 투자 회수는 경부고속철도 현재 요금수준 하에서는 택도 없는 노선인건 매한가지라는 건 알고 들어가야 하고, 만약 건설비 부담을 일본의 정비신간선 스킴 대로 30% 내외만을 부담하거나 그보다 더 작게 했다면 그런 문제는 안 생긴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사기업이라면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을 언제 회수할지 모르는 사업을 흑자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방안도 지금 요금 수준으로는 적자이긴 마찬가지였겠지만, 적어도 호남고속철도니, 오송 분기니 하는 비경제적 사업을 연쇄적으로 초래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경부고속철도만이 아니라 그 후의 사업까지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걸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경부고속철이 없었으면 그 이후의 고속철도를 둘러 싼 수라장도 없었습니다.
둘째, 지역 개발이 너무 한 지역에 편중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호남고속선 목포 연장이나 오송 분기 갈은 억지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말해도 되겠죠. 어느 한 지역에만 일방적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다른 지역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게 된 것입니다. 조금 이상한 건 이 특혜를 진짜 계속 받고 있는 건 서울·수도권인데, 타 지역은 서울은 제외하고 다른 지방에만 반발한다는 것입니다. 또 말하지만 경부고속철도를 서둘러 추진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습니다. 재래선 개량과 준고속 노선의 신설로 갔다면 이 반발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계획도시를 빈 땅에 하나 만든다고 생각해 봅시다. 교통망을 어떤 모양으로 설계하시겠습니까? 지선과 지선끼리 연결이 안 되고 파편적으로 흩어진 모양? 하나의 중심에서 모든 길이 뻗어나가는 방사형? 도시 계획 문외한이라도 누구나 바둑판 모양으로 설계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점점 더 이상적인 바둑판 모양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고속도로에 비유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인 첫 번째 고속도로이자 도로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꼭 필요했던 이 고속도로는 곧 포화되어서 고속이 아니라 저속도로가 되었죠.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렇게 생각했다고 쳐봅시다. ‘경부고속도로가 좁아졌으니 넓혀야겠군’ 그래서 경부고속도로는 4차선, 6차선, 8차선, 12차선, 16차선... 계속 확장하다가 결국 폭이 10km나 되는 세계적 랜드마크 고속도로가 되어버린 겁니다! 속도가 느리니까 속도 제한도 없애야겠다고 생각하여 독일 아우토반 일부 구간을 따라서 제한 속도 없이 권장 속도만 정했습니다. 물론 고속도로도 거기에 맞춰 개량해 줬죠. 다른 도로는 예산을 경부고속도로에 다 썼으니까 개량을 못해서 총 연장도 짧고 상태도 안 좋아 최고속도 제한은 60km에 머무르고요. 나중에 예산을 더 확보한 후에는 이제까지 차별받았다고 억울해 하던 타 지방 사람들에게 폭 10km짜리 랜드마크 고속도로를 하나 더 건설해 줬습니다. 이상한 정책 같습니까? 우리의 철도 정책을 고속도로 정책에 비유하면 이것과 똑같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생각해 보죠. 경부고속도로가 포화되니까 정책 당국자가 그 옆에 99% 평행한 새 고속도로(실제 사례로는 제2 중부고속도로)를 건설해 줬습니다. 다른 고속도로는 건설하지 않고 무조건 그 옆에 평행하는 새 고속도로를 만든 겁니다. 물론 이번에도 속도 제한 없는 첨단 고속도로로. 우리나라 교통부가 이런 정책을 취했다면 아마 누구나 교통부에 불만을 가졌을 겁니다. 새 도로가 계속 생기니까 밀리지는 않을지 몰라도, 지름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고 기술도 충분한데 왜 계속 이 길로만 다녀야 하고 빠른 길은 왜 특정 지역민만 계속 이용할 수 있는지 의심하고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죠.
셋째, 철도 발전이 단계적으로 되지 않아서 한 국가 안 철도 간의 격차가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두 번째 이유인 타 지역의 불만을 야기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철도 총연장은 철도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짧은데, 갑자기 첨단 고속선이 특정 지역에만 먼저 생기고 다른 지역 철도 상당수는 일제 강점기에서 거의 제자리인 게 정상적인 발전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급격한 도약은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 쉽죠.
넷째, 현재가 철도 르네상스임은 잘 아실 것입니다. 철도는 지속 가능 성장에 필요한 저탄소·친환경·안전 교통수단이므로 한때 철도를 내버려두었던 미국도 현재는 새롭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 항공 대신 철도를 지원하고 도로, 항공 이용자를 철도로 전환시키는 정책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 교통수단 이용자를 철도로 전환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더 좋을까요? 가장 이용자가 많은 노선(경부선·경부고속선은 승객 기준으로 약 70% 점유율이 있더군요)의 속도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빠르게 하여 그 노선에서 최대한 많은 교통 수요자들을 전환시키는 첫째 방안과 더 많은 노선의 속도를 지금보다 1.5배 빠르게 하여 그 노선들의 수요를 철도로 전환시키는 둘째 방안 중 전 둘째를 지지합니다. 왜냐하면 우선 철도가 항공에 우위가 있는 3시간 구간은, 우리나라에서 기존 노선 개량으로 모두 달성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사례로 보면, 기존 노선 개량으로 표정속도 시속 180km까지도 가능합니다. 이 속도면 우리나라 주요 도시를 모두 세 시간 안(통일 후라면 달라지겠지만)에 갈 수 있습니다. 이 속도면 동일 노선 항공 이용객을 대부분 철도로 전환시킬 수 있고 고속버스 이용자는 당연히 철도로 전환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철도보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첫째, 목적지로 가는 노선 자체가 아예 없거나, 둘째, 있어도 너무 둘러 가거나(세계에서도 특이하게 우리나라는 간선철도보다 간선도로가 훨씬 더 촘촘함), 셋째, 일반 철도의 속도가 몇십년째 정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많은 노선에서 표정속도는 고속도로 제한속도보다 훨씬 느렸고 지금도 느린 곳이 많음)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가 버스보다 한 시간 쯤 더 빠르다면 버스 터미널의 접근성이 기차역보다 약간 더 좋아도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죠. 꼭 두 시간은 더 빨라야 사람들이 고속버스 대신 철도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이유들로 저는 경부선 포화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어야 더 좋았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우선 고속도로 신설 방식대로 한 노선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완전히 평행하는 노선을 또 만들기보다는 다른 경로로 같은 목적지를 가는 여러 노선을 만들어서 포화 상태를 해결하면 새로 철도가 통과하는 지역이 철도 교통의 혜택을 받아 국토 균형 개발에 더 좋았고 주요 목적지는 지름길이 생기거나 여러 길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니 더 좋아질 수 있었습니다. 경부선의 포화 상태는 중부내륙선, 천안논산선, 서해선 등 경부선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여러 새 노선 건설로 해결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법이 타 지역들 반발을 훨씬 줄여서 더 정상적인 철도 신설과 개량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오송역·오송 분기라는 지역이기주의를 보여준 충북은 중부내륙선 신설로 충주 주변이 새 철도를 얻고 중앙선, 동해남부선까지 개량해서 서울~동남권(청량리역~해운대역 이용자들은 중앙선으로 다녔을 겁니다. 경부재래선 이용과 거리가 비슷합니다)을 커버하면 제천 주변이 혜택을 입었을 겁니다. 불만을 가질 리 없었고, 강원도의 원주 주변도 혜택을 보았겠죠. 전남도 천안논산선 신설과 호남선·전라선 개량이 호남 고속선 신설보다 손해일 수도 있지만, 사업이 영남과 동시에 진행되니 타 지역보다 손해를 봤다는 생각은 안 했을 겁니다. 서해선 신설로 충남도 이익입니다. 게다가 천안논산선으로 충북선이 공주까지 연장될 게 확실해졌을 겁니다. 영남도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겠죠. 경부선 포화는 중부내륙선·천안논산선·서해선 신설, 중앙선 개량으로 해소하고 경부 재래선 개량을 더하면 서울까지의 시간 소요도 한 시간 가까이 절약될 수 있었습니다. 경부고속철로 소요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단축되는 것보다는 못했을지 몰라도 경북은 더 많은 지역이 철도 혜택을 입으니까 역시 이익입니다. 약간이지만 손해 보는 것은 서울, 부산 정도네요. 서로 오가는 데 두 시간이 아니라 한 시간 단축으로 만족해야 되니까요. 대구·대전도 경부축 왕래 소요 시간만 따지면 손해일 수 있습니다만, 서울·부산이야 그렇다 치고 경북·충청도와 분리할 수 없는 대구·대전은 총체적으로 이익이었을 겁니다.
이 사업들의 비용이 경부고속철 신설+오송 분기+호남고속철보다 훨씬 더 크게 들었다면 당연히 이 방안은 선택되지 않는 것이 옳았을 겁니다만,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게다가 서해선, 중부내륙선 신설, 중앙선 개량 등은 장기 계획에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계적으로 철도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사업 순서를 바꾸는 것이고 이 사업들을 마치고도 경부선 수요가 포화된다면 그때 가서 고속철을 생각해도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단계적 철도 발전이 우리나라 국토 개발에 더 이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미 의미 없어진 이 글을 썼습니다. 앞으로의 장기적 국토계획에 필요한 복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차이를 서열화하고 일등에게 다 몰아주는 데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첫댓글 1. 그렇게 생각하신 분들 2006년까지 많았습니다. 이용객 수가 급증하고 철도 서비스수준이 차츰 개선되는걸 느끼자 대부분 그 생각들을 접은것 같습니다.
2. 아쉬운 것이 있다면 신간선-도카이도본선의 역할처럼 굳이 기존선을 개량하지 않고 지역 거점 광역전철로 활용해 지역 거점을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게 지지부진한 점입니다.
3. 경부축선의 철도수요는 지속적인 포화상태였습니다. 경부고속선으로 선로 용량 확장이라는 큰 목표는 불완전 하지만 어떻게든 달성했습니다.
5. 넷째 부분을 보니 잘못 생각하신게 너무 많군요. 기존선의 개량으로 항공수요를 돌린다라... 경부축을 따라 공항이 어디있는지 생각해 보시고 경부축 끝인 부산을 뺀 다른 지역의 공항들이 KTX 개통 이후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 보세요.
1. 그게 아니라 이미 지난 일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까 관심이 없어진 거죠. 전 가상 역사에 관심이 있으니까 별 의미도 없는 글을 쓰고 있는 거고.
2. 일본과 한국의 1인당, 면적 당 철도 연장부터 보셔야 합니다. 한국은 간선 철도 노선 자체가 모자라요.
3. 그 대안은 본문에 제시되었습니다.
5. 반론이 있으시면 구체적으로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ailroad 2. 주요 간선철도가 대부분 도쿄로 집중되는건 아니고 지역별 중심도시에 모이는 구조였고 신간선 개통 후 대부분 자신의 역할을 잃고 지역 광역전철 역할로 전환됐지요. 협궤라는 결점을 제쳐두고 개량을 거의 안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5. 경부축에 있는 공항이 김해,대구,울산에 지선을 포함하면 포항과 사천인데 대구는 KTX이후 철수, 김해는 아직 경쟁중이지만 대부분 LCC로 각도를 좁혔고 울산도 많이 빼앗긴 상태입니다. 만약 180급 선로였다면 대구-김포가 경쟁중이었겠지요.
*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은것은 결과적으로 실패는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5. 애초에 국내 항공 수요는 철도나 버스 수요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습니다. 항공 수요를 많이 뺏어오긴 했지만 ktx 수요의 대부분은 버스와 일반철도에서 뺏어온 겁니다. 그리고 교통경제학에서는 여행시간이 여행시간이 3시간 이내, 여행거리 700km 이내에서는 항공과 도로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유럽철도의 역사와 발전,북갤러리.2009) 야마가타 신칸센의 경우 여행시간이 2시간 40분 걸리는데, 항공에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고 하네요. 전 본문에서 분명히 기존선 개량으로 서울~부산을 3시간 이내에 끊을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787-ARIAKE 경부고속철만 보면 저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공했다고 보는데, 문제는 경부고속철로 끝나지 않았다는 거죠. 오송분기, 호남고속철(무안공항 경유 목포연장까지 요구하는), 원주강릉선 복선화 등도 같이 평가해야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될 겁니다.
@railroad 핌피 문제는 시기적 문제라고 봅니다. IMF를 겪으면서 이미 한창 짓던 경부고속선 외의 다른 사업을 추진할 시기를 놓쳤으니... 만약 IMF시대가 없이 잘 추진되어 2000년대 초반에 잘 개통했다면 오송분기와 같은 핌피에 의한 트러블은 적었을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오송분기에 의한 호남고속철로도 충분히 금호고속을 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고속철이라는 대안이 있는 만큼 기존선은 고속철도역이나 지역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광역전철망을 구축하는게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787-ARIAKE 5. 잘못 알고 계신데 현재 경부고속선 ktx의 최고 표정속도는 반올림해 시속 186km(서울~부산 무정차 2시간17분)입니다. 기존선 개량으로 표정180까지 나올 수 있다는 건 현재 기존선 개량 구간에서 ktx영업최고속도가 230이기 때문에 이 사실과 스웨덴 사례(최속 210인 X2000으로 표정175.1 달성)를 참고하여 얻어낸 수치입니다. 최고속도와 표정속도를 착각하신 것 같은데, 기존선 개량이나 현재 고속전용선보다 한 등급 낮은 새 노선으로도 서울~부산 무정차 2시간20~30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럼 대구-김포는 경쟁이 전혀 안됩니다. 참고자료 '세계철도 기술수준 및 투자방향 분석을 통한 철도투자정책 재정립 연구(2008),국토해양부'
@787-ARIAKE 물론 경부고속선은 앞으로 대전,대구 시내구간 개통과 신호체계 개선으로 표정속도를 더 올릴 잠재력이 있습니다만, 이미 빼올 수 있는 경부축 국내항공 여객들은 다 빼왔고 표정속도가 10~20 상향된들 더 빼올 국내항공 여객같은 건 없습니다. 무의미한 속도 향상입니다. 그리고 오송분기로도 호남고속철은 고속버스를 압도하고 김포-광주,무안 국내항공편을 없앨 수 있습니다만, 기존선 개량과 천안논산선 신설로도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으며, 고속선 신설은 역시 무의미한 속도 향상입니다. 그러다 많은 다른 철도 신설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습니다. 청사모처럼 노골적으로 설치는 지자체들만이 혜택을 조금씩 받는 상황이 되었죠.
@787-ARIAKE 2.일본은 기존선이 협궤라서 개량에 한계가 있었고, 국토가 우리보다 크고 길어서 노선이 더 기니까 철도 속도 향상이 더 필요했으며, 결정적으로 1인당,면적 당 철도 연장이 우리보다 월등히 길어서 철도 혜택 자체를 못 받는 지역이 우리처럼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예 철도가 지나가지 않는 지역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나마 철도가 있는 지역도 일제시대 수준인 곳도 많고요. 우리가 일본을 본받기에는 무리한 상황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 경제성 특히, 건설비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간접자본시설 특성상 건설비를 제대로 회수 가능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도로야 가능합니다만) 이것부터 경제성을 따지면 결국 돈을 내주는 지역, 사람 우선으로 건설될 수밖에 없으며 지역 보편적인 정책수립에 장애가 따를수 밖에 없습니다. 철도와 도로의 차이, 재래선 개조가 아닌 고속철도 우선 정책등도 그러한 경제성 논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고속철도의 기회비용 생각하면 동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만
설령 그렇다고 쳐도 그 비용이 말씀대로 전개되기엔 우리나라 정치,지도층이 스마트 하지 않으니까요(..)
경부고속선이 인프라 비용 포함 적자라고 할 수는 있는데, 이건 인프라 비용을 어떻게 상각처리하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본처럼 정부의 건설채 상각기간이 60년이라 60년에 모든 인프라비용이 상각되어야 한다거나 그보다 짧다면 운임을 엄청나게 높혀야 흑자가 나겠지만, 반대로 독일처럼 인프라의 상각기간을 100년까지 잡는다면 그보다 낮은 운임으로도 흑자를 낼 수 있겠죠. 20조원을 60년으로 나누면 연간 3천억 정도의 원금상환이 들어가지만, 100년으로 나누면 2천억으로 됩니다. 물론 금융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로 계산해 보면 더 복잡하긴 하지만 말이죠.
인프라의 투자회수 기간을 100년으로 잡는 건 작정하고 투자비 회수 안하겠다는 말입니다. 기술진보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한 어림도 없는 기간입니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 부설한 철도들이 100년까지 흑자를 내줬나요? 도로로 교통의 대세가 바뀌자 거의 다 적자 투성이 애물단지 되잖았습니까. 1920~30년대 부설한 철도가 70년대 도로로 교통 대세가 바뀌자 적자투성이로 유지보수도 힘겨워졌다는 건 현대의 교통수단들은 대폭개량 없이는 기껏해야 50년 정도밖에 못쓴다는 뜻입니다.당연히 투자비 회수기간은 그 정도로 잡는 게 상식적이죠. 그리고 한국 고속철도는 그런 확고한 계획도 보여준 적이 없는 걸로 압니다.
기존선 개량으로 해볼 수 있는가...라는 점은 경부고속선의 처리능력과 구 경부선의 인프라 수준을 좀 간과하는 감이 있습니다. 경부선은 이미 일반철도로는 현 수요를 쳐내기가 어렵습니다. 고속선만 10만명씩 치는데, 일반열차로는 지금 운행편의 3배쯤 다녀야 할겁니다. 그리고 구 경부선을 개량사업으로 해본다는 이야기는 그냥 고속선 설계수준을 낮춰서 하나 새로 파겠다는 거랑 같은 이야기죠. 멀리 갈 거 없이 구 중앙선이 구 경부선과 설계기준이 거의 같습니다. 복선과 단선의 차이정도? 중앙선 개량사업 수준으로 해야 유럽의 간선급 철도 수준이 될 지경이니, 그냥 고속선 파는게 싸게 치인겁니다.
기존선 개량만 한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주장하지 않은 것에 반론하지 말아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기존선의 대량확충을 이야기 하셨는데, 요즘 짓는 복선전철은 고속철도보다 별로 싸지 않습니다. 거기다, 기껏 복선전철을 만들어도 서울까지 오지 못하는 노선이면 영업수지에서 답이 없고, 서울에 기껏 들어와도 광역철도망이 제대로 지원이 안되면 별 기능을 못하죠. 철도의 본질은 집약과 집적, 집중인데, 고속도로망 처럼 격자형이네 뭐네 하면서 깔게 되면 남는건 파산 뿐이죠.
@안모군 님 말씀대로면 수도권 고속선이 깔리지 않아야 하죠. 지금 계획 상으로 존재하는 철도들은 모두 서울과 어떻게든 연결되거나 광역철도망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 계획들을 먼저 실행하는 편이 좋았다는 것 뿐인데요. 수도권 고속선,서해선,중부내륙선 모두 서울과 연결됩니다. 님 말씀대로면 한국은 더 이상 철도가 지어지지 않아야 할텐데 지금 계획이 많고 그 중에서 실현이 확실한 것도 많습니다.
@안모군 정확한 비용은 모르겠지만 님 말씀대로면 왜 계획 상에 수도권 고속선 말고 더 이상의 고속철이 더 놓이지 않을까요? 고속선이나 신설 복선 전철의 비용이 비슷하다면 어차피 같은 수서에서 출발할 거 수도권 고속선 취소하고 중부내륙선을 고속선으로 깔면 더 좋겠죠. 님 말씀은 좀 이해하기 힘드는군요. 그리고 설마 님 말씀이 맞아도 제 주장이 돈이 더 든다고 할 수는 없는데, 중부내륙선,서해선,천안논산선 등을 다 합쳐도 이 신선들 연장이 경부고속선, 수도권 고속선 연장보다 더 짧을 것이고, 경부고속선+호남고속선+수도권 고속선 등을 합친 것보다는 훨씬 더 짧습니다.
@안모군 지금 익산 이남 호남선은 개량된지도 얼마 안되어서 최고속도도 230까지 낼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호남고속철 탓에 이 노선은 놀게 생겼습니다. 과잉 투자죠. 본문에서 썼다시피 이 글은 경부고속철만 평가한 게 아니고 그후의 고속철 현황과 계획까지 모두 총체적으로 평가한 것임을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게다가 서해선같은 경우는 계획상의 존재도 아니고 이미 예산이 배정된 확정된 사업입니다. 다른 노선도 내 머리 속에서 그냥 상상한 것이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있거나 이미 계획되어 있는, 최소한 검토라도 된 적 있는 사업들입니다.
@railroad 고속철도라는 사업분류로 사업이 안나오는 건 고속철도는 법률상 정부예산과 철도시설공단 부채(=철도공사 부담)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고, 이 방식으로 채산이 나올걸로 평가되는 노선이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수도권고속선은 원래 고속선 용량증대 차원에서 한거고, 총연장 61.1km로 그리 긴 노선도 아닙니다.
서해선이 81.8km인데, 이거 실제로 철도로서 기능을 하려면 신안산선(유니버설스튜디오~원시, 송산기지)과 소사~원시선, 소사~대곡선이 다 돌아가야 하고 이 구간만 40km가 넘습니다. 둘이 합쳐 120km죠. 중부내륙선도 엄밀히는 부발~충주고, 실제로는 성남여주선과 이번 예타대상이 된 광주수서선이 다 붙어야 하죠.
@안모군 서해선이 익산까지 들어가려면 장항선 복선전철화가 다 되어야 하는데, 여기 잔여사업량도 2~3조 정도는 남은 상황이고, 대야~익산은 이리사고 복구 이래로 개량이 없죠. 중부내륙선도 충주~점촌간에 더해 김천까지 가려면 한 100km는 더 공사해야 하는데 충주~문경은 선도 없는데다 예타도 안된 판입니다. 경부고속선 시내구간 건설까지 다 엎어야 400km 겨우 나오고, 수도권고속선 사업에 호남고속철도 엎어야 총 700km 정도 나옵니다. 서해, 중부내륙 각 선의 연관 신설선이 250km 정도, 여기에 엮이는 기존노선 개량사업 물량이 장항선 100km, 문경선 22km, 경북선 40km으로 여기까지만 대충 400km입니다. ,
@안모군 중앙선 구 단선기준 영업거리가 382km, 동해남부선 광역전철 구간이 65.7km, 이번에 복전화 사업 대상이 된 포항~태화강이 76km입니다. 중앙선 광역전철 구간 57km는 빼줘도 벌써 400km가 넘어가죠. 천안논산은 아예 빼고 친게 이렇습니다. 또 이거 한다고 경부선 애로구간 개량을 안할 수가 없는데, 이걸 포함하면 사업물량이 애시당초 경부고속+호남고속+수도권고속을 상회해 가게 됩니다... 결국 경부고속선 이상의 투자소요가 생기는 거죠. 대충 경부1단계 450억 하던 시절에 복선전철 단가가 대충 350~400억 정도였고, 고속선 물량 * 1.18로 투입예산을 대충 비교해 봐도 고속선이 여전히 싸게 치이죠....
@안모군 이야기 하신 대로 전국망 정비로 갔다면 사업이 동시다발로 돌면서 건설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막 생기고, 현장이 사방에 생기니 경기부양 효과는 상당하기는 했을겁니다만, 사업완료 후 남아도는 건설사와 인력, 그리고 투자집중에 따른 운영사의 경영부담 등 그 후유증은 지금 이상이겠죠. 전국망을 정비하는 거야 이상적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게 본질입니다.
@안모군 철도로 전국적인 서비스를 하는건 철도 종사자나 관련 공무원, 건설인, 지역주민들 모두의 이상이긴 하지만, 그 이상에 근접했던 일본철도나 영국철도는 운영회사가 사실상 망했죠. 철도라는 건 막대한 투자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그걸 회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망을 구성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고, 그 현실도 점점 팍팍해지는게 오늘날의 상황이죠.
@안모군 서해선에 그 노선이 다 붙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것 과장 같고 경부선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가 참조한 '국가철도망계획(2011~2020)'에 기간 내 완공으로 표시된 광명역으로 가는 노선이면 됩니다. 그럼 님처럼 120까지는 안 나올 듯 합니다. 그리고 중부내륙선 약 140km(더 길 수도,짧을 수도 있지만),천안논산선 약 70km, 합쳐서 신설 노선은 320~330km. '철도인프라 성능 및 건설비 최적화를 위한 기반기술 개발 기획보고서(2012,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있는 '철도사업 표준 공사비'에 따르면 같은 거리당 고속화 복선전철 건설비는 고속철도의 약80%쯤 됩니다. 경부+호남고속철은 신설 거리 약408+182=590 제 방안 비용이 반도 안됩니다.
@안모군 계산을 조금 잘못하고 계신데 중앙선,동해남부선 개량 등은 이미 다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제 대안(중부내륙+서해+천안논산+기존선 개량)과 비교하려면 현재 완성 또는 진행중인 것(경부+호남+수도권 고속철+기존선 개량)과 비교해야죠. 물론 제 대안에서는 기존선 개량이 좀더 많이 되어야 하긴 한데 기존선 개량들은 지금 다 하고 있거나 계획이 된 것들이란 말이죠. 제 방안에서 추가되는 것은 문경+경북선 62, 금천구청~천안 약 80,김천~동대구 약 73, 논산~익산 37인데 그걸 추가하더라도 수도권 고속철과 광주~목포 전용선을 뺀 고속철 신설 거리 590km의 건설비보다는 훨씬 쌀 것 같습니다.
@안모군 후유증은 고속철 경우도 마찬가지죠. 고속철은 대형 토목사업이 아닙니까? 게다가 국토해양부 보고서들을 보면 하나도 빠짐없이 앞으로는 도로보다 철도에 투자를 많이해서 철도의 점유율을 올릴 거라고 하고 있습니다. 한번 하고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탄소,에너지 절약,안전,고속 교통수단이라는 철도의 특성을 보면 타당한 계획이고요. 일본은 지금도 철도선진국으로 모범적인 국가지요. 일본과 영국의 철도 민영화야 정치적인 성향이 강했던 것이고 영국의 실패는 민영화를 너무 서둘러 기형적인 형태로 했던 게 결정적이었지 철도 연장이 길었던 게 문제였던 건 아닙니다. 뭣보다 우리나라는 1인당,면적당 철도 연장이 너무 짧아요.
@안모군 투자와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망을 구성하려면 지금 경부고속선 요금 수준으로는 택도 없고요. 비용 회수 100년이라는 건 제가 보기에는 기술 진보를 너무 비관적으로 잡고 사업자 측에 특혜를 주려고 작정한 기간 책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공공성이란 이유로 그런 특혜를 주는 거라면 국토 일부만 주는 것보다는 비교적 골고루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는 게 차라리 나아요. 대전의 성장이나 서울,수도권의 기형적 비대화에서 보듯이 교통 혜택은 지역 발전 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교통만으로는 균형 발전을 꾀할 수 없긴 한데, 그렇다고 전국교통에서 일부지역만 계속 투자한다는 건 말이 안되지요.
일단 이 글은 지금 시점에서는 어떠한 이득도 얻을 수 없는 글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양산할 뿐인 글입니다. 시기상조였든 어땠든 이미 고속선은 존재합니다. 도로 때려부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월미은하레일이라면 때려부술 수 밖에 없겠지만, 고속선이 월미은하레일과 동급은 아니죠) 이런 글보다는 이미 지어진 고속선과 앞으로 건설할 고속선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획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생산적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