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통영대전 고속도로 유감

[railroad]

  지나간 일을 가지고 영양가 없는 글을 또 하나 썼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고 다들 관심이 없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정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결정되기를 바라면서 생각을 써 봅니다.

  통영대전 고속도로는 92년 착공이 되어 2001년에 실질적인 의미가 큰 대전~진주 구간이 개통되고, 2005년에 통영까지 개통된 비교적 최근에 완공된 고속도로입니다. 이 고속도로의 건설은 몇 가지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착공이 너무 늦었습니다. 아는 분이 많겠지만 통영대전 고속도로와 거의 같은 경로를 달리는 대삼선(대전~삼천포) 철도는 일제 시대에 기획되고 착공까지 시작된 계획입니다. 그 노반이 고속도로 공사할 때도 쓰였다고 합니다. 이 계획이 박정희 정부 시대에 김삼선(김천~삼천포)으로 바뀌었다가 엎어졌지요. 일제 시대에 공사까지 시작한 길이 2000년 대 들어서서야 완공된 것은 지역 차별입니다. 이 노선의 수요가 별로 없어서였다고 변명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교통의 역사는 사람이 길 있는 곳에 모였지, 사람 사는 곳에 길이 놓인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줍니다. 대표적 사례로 경부선 건설 전까지 논밭밖에 없다가 지금 광역시가 된 대전이 있지요. 만일 이 계획이 더 일찍 빛을 봤다면 경남 서부의 발전상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둘째, 철도가 아니라 고속도로를 놓은 것이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일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고속도로의 공사 기간이 경부고속철도의 공사 기간과 거의 겹치기 때문입니다. 만일 일제 시대 원래 계획대로 대삼선이 건설되었다면 고속전용선 수준은 아니더라도 고속화 복선전철 수준으로 깔렸을 것이고 고속도로보다 훨씬 빠른 교통수단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 성장에는 고속도로보다 철도가 훨씬 더 알맞은 교통수단입니다. 전 세계가 철도보다 도로에 더 치중했던 70~80년대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1990~2000년대에 에너지 낭비, 환경파괴, 저속의 고속도로를 건설한 건 정책 당국자에게 책임을 물어도 될 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고속도로가 더 싸지도 않습니다. '철도인프라 성능 및 건설비 최적화를 위한 기반기술 개발 기획보고서'에 따른 고속화 복선전철의 표준공사비는 2009년 기준 km당 총 360억원, 고속철도는 km당 총 434억원, '2013년 도로업무편람'에 따른 4차로 고속국도 평균단가(08~11년 평균)는 km당 총 376억원입니다. 경부고속철도와 연계시켜 공사했으면 어느 쪽 편익이 더 컸을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지금 김천~통영 구간은 남부내륙선이 논의되고 있는데,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알 수도 없고 이미 고속도로가 놓인 구간에 최단 거리가 아닌 둘러가는 길로 또 철도를 놓는 낭비를 해야 할지도 의문이 좀 듭니다. 경남 서부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시급한 사업은 아닐 듯 합니다. 만일 고속화 철도가 놓였다면 서울~진주를 2시간 초반대에 다닐 수 있었겠지만 수요가 넘치는 지역은 아니니까요. 이 일 역시 이미 시행되어 끝나버린 일입니다. 이 글 역시 비생산적일 뿐이지요.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이 이런 실수를 제발 다시 하지 않도록 이미 지난 일도 우리는 돌아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KSG86]

그러면은... 철도가 깔릴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이신데...
어느 세월에 기다립니까?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안 깔렸다면... 진주에서 서울갈때 3번국도타고 김천에서 고속도로 타야 할 껄요...

[railroad]

경부고속철도가 2004년에 개통되었으니까요. 3년만 더 기다렸으면 고속철도로 2시간 안에 서울~진주를 다닐 수 있었을 겁니다. 3년씩 기다릴 필요도 없었을 텐데 우선 경부선과 연결시키고 나중에 경부고속선과 연결시킬 수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