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출근하면서 잠깐 들러
각단에 삼배를 올리고 가는 보살이
스님 부처님전에 떡 한말 올려주세요 합니다
어제가 초하루여서 올렸으면 했는데
이제라도 스님이 날을 택하여 올려달라기에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느냐 물으니
스물네살 된 제 딸이 이번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까 참으로 축하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엄마가 이렇게 지성으로 절에 와서 절을 하더니
그 공이 이제 나타났는가 봅니다 하고 인사를 하니
아닙니다 스님 본인이 열심히 한 까닭일겁니다
그래요 본인도 물론 최선을 다했으니
원하는 일을 성취한 것이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마가 일심으로 보내는
성원과 기도의 힘이 없었다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면서 옛사람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습니다
조실부모하고 외삼촌의 집에 살게된 어린 사람이
삼촌집에 다니러 온 어느 관상가가 자신에 대해
삼촌에게 하는 말을 듣게되었는데
박복한 아이라 조실부모하였고 이집에 데리고 살게되면
이댁도 어렵다 라며 내보낼것을 권하는 말입니다
삼촌은 일언지하에
부모도 없는 아이를 어찌 내보내느냐
거절을 하지만 아이는 내가 그렇게 박복한 운명이라면
삼촌을 위해서라도 떠나드리는게 도리다 싶어
아무 말도 안하고 삼촌 집을 나섭니다
아이는 그길로 동가식 서가숙하면서
지나다가 만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하고
농사철에는 농삿일도 돕는등 일도 하고 밥도 얻어먹으니
그럭저럭 떠돌아 다니는 삶에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키도 자라고 쓰는 힘도 세지니
이제는 어딘가 일손이 필요한 곳에서 불러서
일을 시키고 그 댓가를 지불하기도 하는 등
자연스럽게 주머니속에는 작은 액수지만 돈도 생깁니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다 어느 산길을 가며 날이 저물어
하루저녁 쉬고 가리라 생각하고 외딴집에 들어가니
마침 초상이 났지만 형편이 어려워 장사도 치르지 못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부인을 만납니다
이슬이라도 피하게 해달라 부탁을 하고 잠을 자던 소년은
다음날 그집 부인에게 자기 주머니 돈을 꺼내어 주며
이댁 아저씨 장례를 치르시라 하고는 뒷바라지까지 합니다
장사를 잘은 아니지만 치르고 나서 그곳을 떠나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의 삶을 살아가다가
우연히 외삼촌 집 앞을 지나가게 되는데
마침 전의 관상가가 있다가 보고 재상이 될 재목이라며
저 아이를 거두라 외삼촌에게 권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전에는 나보고 박복하다더니 이제는 무슨 벼슬을 하겠다
그리 말을 바꾸어 말을 하는가 따져 물으니
네가 집을 나간뒤로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네 얼굴의 상이 달라진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 여기서 공부를 하여 과거를 보거라 합니다
외삼촌도 흔연히 맞아들여 뒷바라지를 해주니
소년은 머지 않아 과거에 급제를 하고 승승장구하여
벼슬이 아주 높게 되고 부러운것이 없는 행복을 누립니다
인과응보 자작자수라 하니
박복한 내가 이렇게 귀하게 된데는
내가 언젠가 지어놓은 복이 있어서일텐데
그것은 언제일까 생각해보다가 과거에 산중에서
장례를 치르도록 도움을 주었던 일이 생각나서
변복을 하고 그집에 가보니 그동안 가세가 폈는지
아주 잘사는 집이 되어 있습니다
하루저녁 쉬어가고자 청하니
전과 달리 들어오시라 하여
방을 내주고 상도 차려주는데
그밥을 먹고는 밤이 깊도록 잠이 잘 안옵니다
그렇게 가난하던 집이 어떻게 이리 부자가 되었는고
하고 궁리를 하고있는데 마당에서는 무언가 소리가 들립니다
몰래 문틈으로 내다보니
그집 부인이 마당에 멍석을 깔고 불을 밝힌 다음에
정성스레 기도를 하는 모습과 소리가 있어
가만히 귀기울여 들어보니
예전 어렵던 때에 가진돈을 다 내놓아
장례를 치르게 해주었던 그 소년에 대하여
수명장수하고 복덕구족하기를 발원하는 기도문입니다
이 사람은 내가 지은 복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위하여
저와같은 치성을 매일 들여준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다음날 자신의 모습을 밝히고
주인과 반가운 해후를 하였다고 합니다
아마 이세상에 출세하고 잘사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자기를 위하여 기도해주는 누군가의 공이 있음을 생각해
누군가의 공이 헛되지 않도록 바르고 진실한 삶을 살며
보은하는 마음으로 온갖 공덕을 세상을 향하여
회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겨집니다
합격을 하여 소망을 이루었어도 잘된 일이요
혹 소망이 금방 이루어지지 않아도 잘된 일이라 할것이니
변방의 노인에게 생긴 말 즉 새옹지마 이야기처럼
세상은 돌고 도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세상입니다
평생을 불사와 후학들을 지도하며 살아오신
칠불사 회주 통광 큰스님께서 입적하셨다 하니
내일이나 모레는 하동 칠불사를 다녀오려 합니다
다음은 스님의 임종게입니다
臨終偈(임종게) 霽月通光(제월통광)
生本無生何好生(생본무생하호생)
滅本無滅何惡滅(멸본무멸하오멸)
生滅好惡寂滅處(생멸호오적멸처)
法身光明遍法界(법신광명변법계)
살아도 본래 삶이 없는데 어찌 삶을 좋아 할 것이며
죽어도 본래 죽음이 없는데 어찌 죽음을 싫어 할 것인가
나고 죽음과 싫고 좋음이 적멸한 곳에
법신광명이 법계에 두루하네
이 모두가 부처님 덕분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