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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간 휴식 스크랩 산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율리 추천 0 조회 112 16.08.10 09: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산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달리기나 전투하듯? 아니다. 정복욕이나 경쟁욕으로? 아니다. 산은 천천히, 널널히, 유유히, 표표히 가야 할 것이며, 산에 안기며, 느끼며, 품으며, 즐기며 갈 일이다. 산은 천천히, 빠르고 경쟁이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천년바위의 고독을 찾아서 수백년 나무의 영혼을 보듬기 위해, 계곡에서 솟아오르는 스카프같은 운무를 돌아보다 때로는 두발의 노고로 걸어 온 먼 길을 돌아보다 때로는 발밑의 아주 작은 산꽃을 돌아보기 위하여, 그러다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기 위하여 천천히 갈 일이다. 산은 널널히 해뜨기 몇 시간 전에 산입구에 서서 혹여 일출이 있을까 기대하며, 오르는 등정에서 새벽 산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나무잎에서 피어오르는 새벽안개도 보며, 부산히 하루를 일구는 작은 곤충들의 날개짓도 보고, 바쁠 바 없이 주말 하루라도 있던 것 모두 떨치고 발걸음과 호흡을 세며 나가야 할 일이다. 비록 산속에서 해가 져도 일몰의 낙조를 보며 분홍빛 그 빛깔로 얼굴을 물들이며 한갓 불빛에 의지하여 얼마나 인간이 나약한지 느끼며 뒤로 걷듯이 내려올 일이다. 산은 유유히 시간의 유장한 흐름을 바라보며, 흐르는 구름처럼, 얼굴을 간지르는 바람처럼 산등성이를 따라 버리며 흩으며 갈 일이다. 마음과 몸에 담은 모든 거치장스러운 것을 벗고 때로는 신발벗고 양말벗어 마음도 벗어 한 가슴에 안고 맨발로 고요히 운무로 거닐 일이다. 산은 표표히 아무 것도 지니지 않은 채 세상의 무게를 모두 내리고, 오직 맘만 가지고 가벼히 갈 일이다. 작은 번민들, 큰 세상일들을 제 일인양 하던 것을 방에 놓아 두고 홀로 옷도 걸치지 않은 양 오르고 내려올 일이다. 산에는 안기며 갈 일이다. 자애로운 어머니 품에 안기듯이 두려움을 갈무리하고, 태초에 빛과 어둠만이 생길 때처럼 태양과 달의 빛만으로 어미젖을 더듬듯이 안기며 더듬으며 갈일이다. 산에는 느끼며 갈 일이다. 새벽이슬에 함초롬히 젖은 꽃잎을 쓰다듬고, 휘감아 안기어 오는 청량한 샘물같은 바람도 들이마시며, 비에 젖어 향기내는 솔갈비, 떡갈낙엽의 푸근한 내음을 맡으며, 바위에서 나오는 그 유장한 숨결을 들이쉬며 갈 일이다. 산에는 갈등으로 잃었던 사랑하는 이들을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며, 내가 살아가며 가졌던 칠정오욕을 품으며,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온몸으로 품으며 갈 일이다. 산에는 즐기며 갈 일이다. 세상의 근심을 내려놓고, 산과 들과 내와 화합하며, 들꽃 들풀과 친구하며 희희낙낙 맘과 몸을 풀고 갈 일이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시 이원규 / 곡 안치환 / 노래 안치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 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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