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산~민백산~구룡산행 후 계곡으로 내려섰다. 그 과정에서 미아가 생겼다. 바로 무블이었다. 한참동안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 왼쪽으로 꺽인 것을 모르던 무블은 그냥 능선으로 내려 건 것 같다. 바로 내 뒤에서 오는 것 같았는데 알쏭달쏭이다. 아무튼 계곡에서 세수하니 정신이 번쩍든다. 그제서야 다들 무블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오지의 산 속 계곡에서는 통화불능이었다. 할 수 없이 소리쳐 부른다. 다들 힘껏 소리친다. "무블". 몇 차례 힘껏 소리쳐 부르니 저 멀리서 희미하게 응답이 들려온다. 오...저쪽 계곡으로 내려온 것 같다. 다행이다. 지도는 있으니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는 알 수 있지만 함께 해야 하므로 이리로 오라고 해야 할텐데, 방법이 없다. 그동안 단련된 무블의 산행실력과 독도능력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오모대장이 뒤에 남아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나머지는 쉬었으니 다시 산으로 오른다.
이번에는 맞은편 급경사를 올라야 한다. 40도가 휠씬 넘는 것 같다. 급경사를 오르려니 발이 쭉쭉 미끄러진다. 할 수 없이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정말 오랫만에 이런 급경사면을 오른다. 코가 땅에 쳐박히듯 가까이 얼굴을 묻고 발을 디딘다. 낙엽이 있기에 더욱 미끄러운 급경사면을 오르다보니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도 올라갈 수 밖에 상황이다. 고도 200m를 올라가는데, 땀이 비오듯 한다. 급경사가 너무 심하다. 이런 경우, 근력이 있는 남자들은 그래도 힘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여자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 모닥불 누님이 애를 쓰지만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오른쪽으로 천천히 올라가라고 말하고 앞으로 올라간다. 능선에 올라왔다고 생각한 순간, 오른쪽으로 또다시 오르막길이다. 아오, 발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쉬지 않고 오른다. 두 번째 급경사를 올라와 잠깐 쉰다. 땀이 뚝뚝뚝 떨어진다. 겨울맞아? 물도 먹고 잠깐 쉬는데, 어라? 앞 봉우리 위에서 소리가 들린다. 사라졌던 무블이 앞 봉우리에 있었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다시 세 번째 급경사를 치고 올라갔다. 무블이 반갑게 맞이한다. 그 사이에 더덕도 2개나 캤다고 한다. 다행이었다. 이제 다시 마루금 산행이 시작되었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마루금을 걷는 것이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다. 참나무에 겨우살이들이 잔뜩 매달렸다. 사람 손이 없으니 겨우살이들이 지천이었다. 누구하나 손대지 않는다. 그리고 마루금을 따라 진행한다. 오른쪽 나무 사이로 저 아래 넓다란 공터가 보였다. 군사격장이라고 한다. 아하, 그래서 위험하니 조심해서 산행하라고 하는구만. 요즘은 큰 훈련아니면 주말에는 군인들도 쉬므로 그럴리는 없지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다 도착한 작은 봉우리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어라? 나무에 달려있는 저것은? 정상 표지판이었다. 칠랑산(1216m)와 천평산(1213m)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두 개있었다. 네이버에는 천평산이라고 명명되어 있지만 원래 이름은 칠랑산이 맞다고 한다. 아무튼 또 하나의 봉우리를 올랐다. 정상인증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북동 방향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마루금 산행을 하다보니 그 사이 기온이 올라 상고대가 바닥에 다 떨어져 있다. 마치 눈이 온 것 같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이제는 거의 매일 상고대가 피어날 것 같다. 물론 조건이 갖추어져야겠지만 말이다. 마루금을 걸어가면서 오지산행팀은 거의 쉬지않고 더덕을 찾아 헤맨다. 내 눈에는 더덕 줄기도 보이지 않는데 다른 이들은 휘리릭 달려가 얼른 캔다. 아마도 시력이 좋거나 경험이 많아서 일 것이다. 아직 더덕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 다니다 보면 나에게도 보이겠지 위안을 삼는다. 이번에도 한 뿌리 캐지 못했다. 그냥 빈 손. 인생은 원래 빈 손이다...ㅋ
진행하던 산길이 갑자기 우뚝 솟는다. 어느 봉우리에 오라서는데, 흙으로 가득하다. 희한하다. 유독 이 봉우리만 흙이다. 나무에 달려있는 표지판에는 글씨가 지워져 있지만 옆에 달려있는 만산동호회 리본에는 천봉(1216m)이라고 쓰여져 있다. 그래 천봉. 또 하나의 1000m봉우리이다. 그곳을 지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면 거의 평탄한 길이 쭉 이어진다. 어느 곳에 덩그라니 놓여진 트럼통에 눈길이 간다. 오모대장이 네이팜탐 어쩌구 저쩌구 한다. 재밌다고 웃는다. 우리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다. 그래도 전쟁의 참혹함은 안다. 그러다 도착한 옥녀봉(1210m)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단체인증을 한다. 다시 출발.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길이다. 이제는 길도 어느 정도는 흔적이 있다. 그러나 또 어느 순간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번에도 무블이 보이지 않는다. 걱정되어 뒤에 남아 소리치니 왼쪽으로 갔다가 되돌아온다. 무블의 무릎상태가 좋지가 않다고 한다. 무릎신이 내렸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함께 이동한다.
서서히 고도를 낮추면서 능선을 따라 이동한다. 14시 무렵 평탄한 어느 곳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나무 사이로 태백산과 함백산 그리고 장산이 보이는 곳이었다. 너무 일찍 내려간다나 어쨌다나 배낭을 내려놓고 더덕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진다. 무릎 상태가 안좋은 무블과 무한형님, 신가이버 대장님과 나는 그냥 앉아서 쉰다. 반반씩 나뉘었다. 남자들 4명이 남았으니 이런저런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무한형님이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1시간이 짧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정말 김태희가 밭 갈고 있느냐? 아니라고 하지만 이쁜 여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대부분이 혼혈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는 생략한다. 남자들의 이야기야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술, 여자 그리고 정력. 뭐 대충 그런거...^^;;
다시 배낭을 메고 출발한다. 이제는 본격적인 내리막길이고 날머리가 머지 않다. 내려가고 내려간다. 그러다 도로가 보이는 어느 곳에선 왼쪽으로 트래버스한다. 바위 지대를 조심스럽게 지나고 왼쪽으로 간다. 경방기간이라 조심스럽게 하산. 무사히 도로에 내려섰다. 영월의 이끼계곡 근처였다. 버스기사 두메님에게 연락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계곡에서 세수를 한다. 어차피 목욕탕으로 이동할 것이지만 세수하고 나니 개운하다. 버스를 타고 <해밀 온욕센터>로 이동했다. 마을 목욕탕인데, 규모는 작지만 스파와 찜질방도 있는 곳이다. 목욕비가 3000원이다. 착한 목욕탕이다. 우리들만의 샤워 후 뒷풀이 장소인 영월 시내로 이동했다.
영월 시내의 태백실비촌으로 갔다. 두 번째 방문이다. 여기서 더덕을 빻아 즉석 더덕주를 만들어 삼겹살과 함께 글라스로 1잔 반을 먹었다. 더 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다시 무박산행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쥔장에게 뜨거운 물과 마실물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들어주신다. 고맙습니다. 다음날 산행하면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맛있게 먹고 버스에 탔다. 총대장님이 아이스크림을 쐈다. 맛있게 먹고 산행회비를 낸다. 산행회비는 7만원이다. 버스비, 묙욕비, 뒷풀이비용까지 포함한다. 오늘 같이 8명이면 산행하기는 좋은데, 비용으로는 적자다. 오래오래 산행하기를 바라기에 비용 문제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잊는다. 버스에서 정신없이 잠을 자고 도착한 동서울버스터미널 시간이 애매하다. 집에 다녀올 수는 있지만 집에서 뭐할 시간은 되지 않는다. 그냥 양재로 이동한다. 양재역에서 기다린다. 낙동정맥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아참, 더덕주 한 병 챙겨주신 대간거사 총대장님 고맙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첫댓글 이틀 연속 무박을 가고도 이렇게 맛진 장문의 산행기를 쓰다니, 무슨 수퍼맨 같아유. 아주 좋습니다.
연이은 무박산행이 힘들어요. 담에는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용이 현장에 다시 있은듯 생생합니다.
또, 이번 산행에서는 유독 여러 사람이 웃은듯합니다.
모두 힐링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고, 해피라이프님은 연속 무박 무리없이 잘 끝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썼지만 다음부터는 오모대장이 쓰세요...^^
두둥~~둥둥. 오~미~네~이~터.
저 덕순이들이 불쌍하네유 ㅠㅠ
글쵸?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참 해피라이프형님. 바쁜 산행중에 무불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정한 산애를 가진 산꾼이십니다.
오모 대장이 더 신경쓰고 걱정 많이 했다는...^^
드디어 마각을 드러내는군요.
스타 탄생입니다.
사진도 글도 재미있습니다.^^
악수님에 비하면 빈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산행기에서 해피라이프님의 네이버 블로그체와는 또 다른 다음카페체가 느껴지는걸 보니 이제 오지 식구 맞는군요. 일체감과 동지감이 느껴져서 든든합니다.